[건강]저나트륨 소금, 건강에 오히려 ‘독’될 수 있다?

  • 입력 2009년 7월 27일 02시 57분


서울대 연구 결과 저나트륨 소금, 일반 소금 혈압 상승 폭 거의 비슷해

나트륨 함량을 낮춰 고혈압에 좋다고 알려진 저나트륨 소금. 그러나 최근 저나트륨 소금이 혈압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박재학 교수팀이 실시한 동물실험 결과에 따르면, 염화나트륨(NaCl) 함량 99.8%의 정제염과 함량이 절반 정도인 저나트륨 소금이 혈압을 높이는 정도는 거의 동일했다. 이 연구결과는 7월 발행된 ‘수의학저널(Journal of Veterinary Science)’에 소개됐다.

이 실험에서 주목할 점은 저나트륨 소금과 일반 소금이 혈압에 미치는 영향에 차이가 거의 없었다는 것. 고혈압 환자의 건강에 저나트륨 소금이 더 유익할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상식을 뒤엎는 결과다.

○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는 저나트륨 소금

저나트륨 소금이란 짠맛은 일반소금과 같으면서도 나트륨 함량을 40% 정도 낮춘 제품. 나트륨을 낮춘 만큼 칼륨을 넣어 동일한 짠맛을 낸다. 나트륨 함량이 낮아 저염식이 필요한 고혈압 환자나 고령자, 어린이가 있는 가정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문제는 칼륨이다. 칼륨은 인체에 꼭 필요한 영양소지만 음식물만으로도 충분한 섭취가 가능하다. 과다하게 섭취했을 때는 신장에서 이를 배출해 체내 밸런스를 유지한다. 따라서 신장 기능이 약한 신장병 환자나 어린이들이 칼륨을 과다 섭취하면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칼륨이 정상적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체내에 쌓이면 ‘고칼륨혈증’ 등 질환이 올 수 있고 호흡 곤란, 근육 마비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만성신장병 환자들은 극심하면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도 있다.

2008년 3월 대한신장학회 발표에 따르면 35세 이상 한국 성인의 13.8%가 만성 신장병 환자다. 이 중 63%는 자각 증상이 없는 1, 2기 환자였다. 만성신장병의 주요 원인은 고혈압. 따라서 저염식을 위해 무조건 저나트륨 소금을 고집하는 것은 신장이 나쁜 사람에겐 오히려 건강에 해를 끼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저나트륨 소금 중에는 ‘대한의사협회 인증’을 받은 제품도 있지만, 저나트륨 소금이 건강에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닌 만큼 의사 등 전문가와 상담하거나 소비자 스스로 유념할 필요가 있다.

○ 키토산 결합 소금이 대안

일부 전문가들은 건강을 위해서는 화학적으로 칼륨을 첨가한 저나트륨 소금보다 천연 미네랄 성분이 풍부한 천일염을 섭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특히 국산 천일염은 염화나트륨이 80% 정도로 염도 자체가 낮을 뿐 아니라 칼슘, 마그네슘 등 각종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건강에 이롭다.

그러나 고혈압 치료나 예방을 위해 나트륨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면 국내산 천일염에 키토산을 첨가한 키토산 결합소금이 대안일 수 있다. 키토산은 체내에 흡수되면 혈압을 올리는 나트륨과 염소를 흡착해 몸 밖으로 배출하고 혈압 상승 효소인 ACE의 활동력을 떨어뜨린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박재학 교수팀의 실험에서도 키토산 결합소금이 일반 소금과 저나트륨 소금에 비해 혈압을 낮게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정제 소금과 저나트륨 소금, 키토산 결합 소금, 무염식 키토산, 무염식 등 5개 종류의 소금으로 실험한 결과 일반 소금과 저나트륨 소금은 30mmHg 이상 혈압을 상승시켰다. 반면, 키토산 소금은 무염식 2개 군보다는 혈압 상승률이 높았지만 저나트륨 소금 투여군보다는 낮은 상승폭을 나타냈다. 키토산 결합소금은 신장 내 독성물질 생성을 막고 칼슘의 체내 유지에 도움을 줘서 골밀도 개선 효과가 있다는 사실도 연구결과 밝혀졌다.

국내에 시판 중인 키토산 결합 소금으로는 레퓨레 ‘리염’이 있다. 국산 천일염에 키토산을 분자 결합해 체내 흡수가 원활한 것이 특징. 목포대 식품공학과 조광호 교수는 “키토산 결합소금은 고혈압 환자뿐 아니라 만성 신장병 환자, 신장 기능이 약한 어린이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건강 소금”이라고 말했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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