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대통령은 폐렴으로 입원한 후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 상태가 좋아져 일반 병실로 옮겼으나 하루 만에 폐색전증이 생겨 다시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착용하고 치료를 받았다.
김 전 대통령은 현재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운동량 적고 심폐기능 떨어진 70세 이상 노인 잘걸려
비행기 장거리 여행도 위험… 수시로 기내 걸어다녀야
폐색전증은 피 찌꺼기(혈전)나 다른 이물질이 폐동맥을 막은 상태를 말한다. 주로 하지 심부 정맥(다리에 위치한 깊은 부위의 정맥)에서 생긴 혈전이 폐동맥을 막으면서 폐로 가는 혈액 공급이 줄어들어 호흡 기능이 저하된다. 의외로 주변에서 이런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
폐색전증이 일어난 환자는 호흡이 가빠진다. 심장의 박동이 빨라지고 미열이 발생하며 가슴에 통증을 호소한다. 때로 피가 섞인 가래가 기침과 함께 나오기도 한다. 특별한 증상 없이 흉부 불편감, 저산소증 정도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
○ 하지정맥 혈전증 각별히 조심
폐색전증의 절반 이상은 하지정맥에 발생한 혈전증이 원인이 된다. 폐색전증으로 진행되기 전에 다리에 부종이나 통증을 호소하므로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수술을 받아 혈류가 느려지면 혈전이 생기기 쉽다. 골절 골반 수술이나 질병 때문에 오랫동안 누워 있는 환자도 마찬가지다. 장거리 여행을 하며 좁은 좌석에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거나 흡연, 복합 경구용 피임약을 복용하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유전적으로 혈액 응고 기능이 너무 활발해도 혈전이 생기기 쉽다.
폐색전증은 운동량이 적고 심폐 기능이 떨어진 70세 이상의 노인에게 잘 생긴다. 그러나 몸이 아프거나 수술을 받아 장시간 누워 지내야 하는 사람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으면 갑작스럽게 발병할 수도 있다.
자동차나 비행기로 여행하면서 장시간 움직이지 않으면 생기는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도 폐색전증의 한 종류다. 장거리 여행을 할 때에는 수시로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이며 휴식을 취해야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폐렴 환자가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게 되는 경우에 치료 중이나 후에 폐색전증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 급성 심부전으로 이어질 수도
폐색전증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그냥 놔두면 갑작스럽게 심장의 펌프 기능이 떨어져 호흡이 곤란해지는 급성 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폐동맥으로 혈액을 내보내야 하는 우심실에 과도한 부하가 걸리면서 우심실의 기능 저하를 초래해 저혈압과 심장쇼크를 유발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폐색전증이 심부전으로 이어지면 환자의 25% 정도가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폐색전증이 나타나고도 며칠간 생존한 경우라면 완전히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폐색전증이 있었다면 재발할 가능성이 크므로 오랫동안 가만히 누워 있어서는 안 된다. 항응고제도 지속적으로 투여해야 한다.
폐색전증 진단은 동맥혈가스검사,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심초음파 검사, 혈청검사로 할 수 있다.
폐색전증을 일으킨 환자의 치료 방법은 혈전이 막고 있는 부위와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심하지 않으면 헤파린 정맥 주입이나 주사요법을 사용한다. 헤파린은 빠른 시간 안에 효과를 발휘하는 항응고제로 기존의 혈전이 커지지 않도록 해주는 동시에 새로운 혈전이 형성되지 않도록 막아준다. 환자가 장기입원으로 일정 기간 움직이지 않아서 폐색전증이 생긴 경우라면 3개월 정도 항응고 요법을 지속한다.
폐색전증이 심한 경우에는 혈전을 용해하기 위해 혈전용해제를 써야 한다. 혈전용해제의 경우 출혈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출혈 위험이 큰 환자에게는 사용할 수 없다. 폐로 가는 주요 동맥에 문제가 있다면 혈전을 제거하기 위해 응급수술이 필요하다. 항응고제로 치료할 때에도 혈전이 재발하면 수술을 통해 하반신에서 심장으로 가는 주요 정맥에 필터를 삽입해 혈전을 걸러낸다.
(도움말=김영균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김형중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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