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를 잡고 천연 머드팩이 가능한 개펄,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넓은 백사장,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밭…. 유명 해수욕장이 자랑하는 특이한 해변들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과학자들은 해변의 방향과 강의 유무, 바람 세기가 바닷가의 특징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국토해양부가 지난해 선정한 ‘우수 해수욕장 20선’을 중심으로 내게 맞는 맞춤형 바닷가를 선택해 보자.
○ 서해 넓은 개펄, 남해 넓은 백사장
개펄이 풍부한 바닷가는 서해에 많다. 개펄을 이루는 진흙은 한강이나 금강처럼 큰 강에서 떠밀려온 퇴적물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해마다 머드 축제가 열리는 충남 보령 대천 해수욕장과 무창포 해수욕장도 금강 하구와 가깝다. 물론 진흙이 풍부하다고 해수욕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개펄이 너무 넓으면 사람이 바다에 다가가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개펄을 해수욕장으로 탈바꿈시키는 원동력은 파도에서 나온다. 바닷속 모래가 파도에 쓸려 해안으로 밀려오면서 넓은 백사장을 형성하는 것이다.
무창포 해수욕장처럼 개펄이 넓고 바다와 가까운 백사장은 해변이 북서쪽을 향한 경우가 많다. 금강 북쪽의 해변은 겨울철 강한 북서풍을 받아 센 파도가 밀려든다. 반면 남서쪽을 향해 있는 대천해수욕장은 백사장이 무창포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다.
여유롭게 선탠을 즐길 수 있는 넓은 백사장을 선호한다면 남해안을 추천한다. 한국해양연구원 이희준 책임연구원은 “남해안은 오랜 세월에 걸쳐 섬의 침식작용으로 생긴 모래가 풍부해 넓은 백사장이 형성되기 좋은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한여름 남풍의 영향을 받은 파도가 주변 섬의 해안을 침식하면서 생겨난 깨끗한 모래가 명품 백사장을 만들어냈다는 것. ‘은빛 백사장’으로 이름난 전남 완도의 명사십리해수욕장이나 경남 남해의 상주해수욕장이 전형적인 사례다.
○ 바닷가 산책은 동해와 제주도가 제격
동해는 긴 백사장을 자랑하는 해수욕장이 많다. 진흙이 적고 밀물과 썰물의 차도 작아 개펄을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해안선이 단조로워 침식에 의해 모래가 생성되기 어려운 탓에 해수욕장은 작은 하천 근처에 자리 잡고 있다. 동해안 백사장의 모래 알갱이는 다른 해안에 비해 굵은 편이다. 동해로 흐르는 작은 하천은 대부분 길이가 짧아 퇴적물의 입자가 작아지기 힘들다. 이 때문에 입자 크기가 작은 진흙이 형성되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동해에 긴 백사장이 형성된 요인으로 ‘연안류’를 꼽기도 한다. 수심이 깊은 동해에서는 파도가 육지와 부딪치고 남은 에너지가 해안을 따라 작은 물줄기를 흐르게 한다. 하천에서 밀려온 모래가 이 물줄기를 타고 먼 바닷가까지 옮아가 긴 백사장을 만드는 것이다.
제주도 해수욕장들은 백사장과 검은 자갈밭이 함께 있는 경우가 많다. 제주도 바닷가의 모래는 출신 성분부터가 다르다.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섬이라 일반 모래의 주성분인 규소나 석영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모래는 주로 조개껍데기와 같은 석회질로 이뤄졌다. 입자 크기가 작고 속이 비어 있어 다른 해수욕장의 백사장보다 부드럽다. 이 책임연구원은 “제주도의 따뜻한 바다에는 해초의 일종인 홍조류나 플랑크톤의 일종인 유공충이 많이 산다”며 “이들이 죽은 잔해가 해안에 쌓이면 석회질의 하얀 모래가 된다”고 설명했다. 제주도 우도면에 있는 산호사해수욕장은 대표적인 석회질 백사장으로 손꼽힌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