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美 포르노업체 누리꾼고소’ 수사 안할 듯

“저작권 행사 사실상 불가능”… 검찰에 각하의견 송치

미국과 일본의 포르노 영상 제조업체 50여 곳이 저작권을 침해당했다며 한국 누리꾼 수천 명을 고소한 것과 관련해 경찰 수사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본보 14일자 A10면 참조美-日 포르노업체, 한국 ID 1만개 고소

서울지방경찰청은 14일 “포르노 영상은 어떤 학술적·예술적 가치도 없고, 저작권 행사가 사실상 실현될 수 없어 최근 마포경찰서에 접수된 사건 중 1건을 각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마포경찰서(100여 건)뿐만 아니라 고소를 접수한 서울 서초경찰서(2400여 건), 서울 용산경찰서(100여 건), 경기 분당경찰서(250여 건) 등은 마포서의 전례를 참고한 뒤 관할지역 검찰과 협의해 유사한 형태로 사건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찰과 경찰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은 이 사건을 두고 ‘딜레마’에 빠져 있다. 문제가 된 이 영상물들이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 것을 경찰이 고소장 접수를 통해 ‘인지’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이용해 음란물을 전송하는 행위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정통망법) 44조 위반으로 친고죄인 저작권법과 달리 피해자 고소가 없어도 경찰이 범죄 사실을 인지해 수사할 수 있다. 따라서 경찰이 이번 사건을 각하 의견으로 송치하고 검찰이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여 수사를 마무리한다면 수사 당국이 수만 건의 음란물이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범죄를 방관하면서 직무를 유기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