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Before&After]다사랑병원에서 알코올 질환 치료

  • 입력 2009년 8월 19일 02시 55분


《중소기업의 간부로 일했던 한성희 씨(54·경기 의왕시 오전동)는 회사 동료들과 술 마시는 일이 잦았다. 술 마시는 날이 늘면서 아침에 일어나지 못해 지각이나 결근하는 날도 많았다. 술로 인해 2003년 말 회사에서 쫓겨나기에 이르렀다. 아내와도 이혼했다. 가족을 잃은 한 씨는 매일 술에 빠져 살았다. 금단증상이 심해지자 한 씨는 다사랑병원에 입원했다. 다사랑병원은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선정한 알코올질환 전문병원으로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통원과 입원치료를 통해 알코올 질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단체운동-개방치료로 음주습관 딱 끊고 상담사 됐죠

○ 양한방 협진으로 해독하고 기초체력 회복

병원에서는 처음 10개 문항으로 자신의 상태를 알아보는 알코올의존도 검사를 했다. 전체 40점 중에 25점 이상이면 알코올의존증 환자로 분류된다. 한 씨는 30점이 나와 중증 환자로 분류됐다. 입원 첫날 음주측정, 소변검사, 혈액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 알코올성 지방간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닷새 후 신체기능을 파악하기 위해 내시경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검사, 초음파검사, 심전도검사, 혈관나이검사, 사상체질검사를 했다. 간 수치와 알부민 수치가 위험수위였다. 부정맥과 고혈압까지 있어 술을 더 마시면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었다.

한 씨는 초기에는 장기간 알코올 섭취로 저하된 체력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포도당, 비타민, 기억력을 유지시키는 ‘치아민’ 등 필수영양물질과 한약을 처방받았다.

특히 술을 마시고 싶다는 갈망감을 없애는 것이 중요했다. 대개는 항갈망제(아캄프롤, 레비아), 단주침, 단주탕으로 치료한다. 단주침은 귀를 전신의 신경이 모여 있는 곳으로 보고 침으로 자극을 주는 방식이다. 단주탕은 술독을 해소하고 간을 보호하는 약재로 환자 상태에 따라 처방한다.

병원의 운동 프로그램은 주 3, 4회 단체운동으로 신체활동을 통해 즐거움과 활력을 얻고 집단의 유대감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자신의 문제에 빠져 부정적 사고에 집착할 때 주의를 환기시키는 효과가 크다.

○ 관리병동→개방병동 치료

알코올의존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술을 끊으려는 열망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알코올의존증 환자는 본인 스스로 술을 자제할 수 없기 때문에 관리병동에서 입원치료를 시작한다. 먼저 담당 알코올 상담사와 상담을 통해 자신이 알코올의존증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임을 인식하고 자각하게 된다. 한 씨는 인지행동치료, 심리극, 회상요법, 정직집단, 야외치료, 긍정해석집단 등 빡빡한 프로그램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그는 “계속 술을 마시다 죽음에 이르게 된 상황을 가정해서, 유서를 작성하고 관 속에 들어가 죽음을 체험하는 ‘관 요법’을 했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말했다.

한 씨는 4주간의 관리병동 생활 후 환우들과 치료진, 가족 앞에서 본인의 질병을 시인하고 단주 의지를 발표하는 단주 서약식을 가졌다. 이후 개방병동으로 옮겼다.

개방병동은 외출과 외박이 가능하고 사회 복귀를 준비하고 연습하는 치료과정이다. 치료에 도움이 되는 책을 읽고 토론하며 알코올의존증에 대한 의학적 교육(중독학)을 받고 알코올의존증을 이겨낸 회복자가 회복단계에서 겪은 어려움을 환우들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개방병동에서는 매일 아침모임에서 하루의 계획을 세우고 환우들과 공유한다. 15분간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욕망을 파악하는 훈련을 한다. 알코올의존증 환자는 오랜 치료기간을 거치기 때문에 사회에 나가기 위해서는 사회화 과정이 필요하다. 환자들은 병원 근처 재활복지센터에서 봉사활동도 한다. 한 씨는 “장애를 겪는 노인을 돌보면서 건강하게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겼고 단주해야 할 이유를 더 분명히 알았다”고 말했다.

○ 퇴원은 치료의 끝이 아니라 시작

대부분의 알코올의존증 환자는 사회에 복귀해도 직업을 가지기 힘들다. 이 병원의 재활병동은 직업교육을 통해 환자가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 씨는 재활 기간인 3개월 동안 병원에서 성실히 일한 것이 인정되어 1년의 재활치료를 마치고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딴 뒤 이곳에서 정식 직원이 돼 알코올 전문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지금도 한 씨는 환자로서 매주 단주모임에 참석한다. 보통 치료 후 10년이 지나야 알코올의존증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한 씨의 입원치료를 담당했던 신재정 정신과 원장은 “알코올의존증은 누구나 찾아올 수 있으며 자신도 모르게 빠져든다는 점에서 암과 같다”면서 “개인의 의지만으로 치료할 수 없는 질병이기에 가족과 사회가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습관적인 음주 예방법:

[1] 오늘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매일 아침에 적어서 지갑에 넣고 다닌다.

[2]‘회식 때만 마신다’ ‘혼자 마시지 않는다’ ‘하루에 3잔 이상 마시지 않는다’처럼 실현 가능한 규칙을 정한다.

[3] 술을 많이 마시는 친구를 멀리하고 돌아가면서 술을 사는 일을 피한다.

[4]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을 마시지 않는다.

[5] 음주 제의에 “아니요”라고 말하는 연습을 한다.

[6] 마셔야 할 때는 알코올 농도가 낮은 술을 마신다.

[7] 술을 한번에 들이켜지 말고 세 번에 나눠 마신다.

[8] 술을 마시기 전에 물을 한 잔 마시고 안주를 많이 먹는다.

[9] 목표량을 마셨으면 술잔을 엎어 놓는다.

[10] 일주일에 사흘 이상 술을 마셨다면 한 달 동안 끊는다. 완전한 금 주가 쉬울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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