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발사 중지와 관련해 국내 항공우주 전문가들은 “발사 성공이 아니라 우주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주위의 비난에 흔들리지 말고 차분하게 발사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태 세종대 기계항공우주공학부 교수(전 삼성항공우주연구소장)는 20일 “발사 연기는 흔한 일이고 이 때문에 비난 받을 필요는 없다”면서 “오히려 이번 발사를 왜 하는지, 목표는 무엇인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미리 형성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발사가 선진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 프로젝트가 아니라 발사 자체에만 초점을 맞춘 요란한 이벤트처럼 보이면서 발사 연기의 충격이 커졌다는 것이다.
김승조 한국항공우주학회장도 “발사 성공에만 관심을 갖다 보니 정작 중요한 장기적인 목표를 잃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김 회장은 “짧은 시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다보니 러시아와 기술보호협정(TSA)을 맺고 로켓을 사올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일본도 H-2 로켓 개발 때 미국의 기술을 이전받았다.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다면 우리나라 기술력으로도 이번에 문제가 된 고난도 정밀기계인 로켓밸브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솔직히 이번에 성공 못하면 어떤가”라고 반문하며 “필요한 것은 세계 몇 번째 발사국이란 타이틀이 아니라 실제 발사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세진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나로호 개발에 5000억 원 넘게 들었다고 하지만 실제로 발사체를 개발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적은 돈”이라며 “그 정도 예산으로 발사체를 쏘려고 하니 자체 개발 대신 러시아에서 1단 엔진을 사오고 엔진 시험도 모두 맡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이럴 때일수록 연구원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항우연의 리더십이 필요하고 외부 관계자들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로호와 함께 국내 대형 연구프로젝트로 꼽히는 핵융합실험로 ‘케이스타’를 지난해 개발한 이경수 국가핵융합연구소장은 “발사 연기가 오히려 귀중한 경험”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앞으로 비상상황에서 발사를 중단할 수 있는 판단력과 용기를 배울 수 있게 됐다”고 격려했다. 이 소장은 “주변에서 비판과 냉소의 목소리가 많겠지만 어떤 압력과 기대도 신경 쓰지 말고 전문가들의 판단을 믿고 가야 한다”며 “주변에서도 전문가가 흔들리지 않도록 그들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희영 항공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국가의 거대과학 경영 측면에서 볼 때 설사 최종적으로 발사에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엄청난 기술과 경험이 축적되기 때문에 국고가 낭비된다는 개념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