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미플루 특허 정지’ 가능할까

  • 입력 2009년 8월 25일 03시 06분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최근 신종 인플루엔자 백신이 부족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치료제가 부족하면 특허 정지(강제 실시) 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타미플루 복제약 생산이 제약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했다. 현재 타미플루의 특허권은 2016년까지 스위스계 제약사인 로슈가 보유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24일 “타미플루의 기초원료 합성에서 완제 생산까지 모든 생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항바이러스제가 부족하게 될 경우를 대비해 타미플루 원료 및 완제 생산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제약업계에서는 대웅제약 외에도 국내 제약사 10여 곳이 타미플루 복제약 생산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제약업계 임원은 “복제약 생산의 최대 걸림돌인 특허권을 정부가 풀어주고, 구입까지 하겠다는데 이를 마다할 기업이 몇이나 되겠느냐”고 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타미플루 복제약 생산 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몇몇 업체의 주가가 크게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강제 실시권 발동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로슈 측은 이날 “강제 실시에 대해 복지부로부터 문의 받은 바 없다”며 “타미플루의 한국 공급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공급에 차질이 없다면 강제 실시의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

또 강제 실시권이 약을 구입하거나 개발할 능력이 없는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서 주로 제기하는 이슈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한 대형 제약업체 관계자는 “개발 능력, 경제적인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닌 우리나라에서 특허를 강제 실시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위상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관계자는 “2005년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산됐을 때도 백신 특허 강제 실시 주장이 제기되면서 정부에서 일부 제약업체에 복제약 생산 가능 여부를 타진했다”며 “하지만 강제 실시는 없었고, 결국 주가 급등으로 일부 주주만 재미를 봤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같은 논란이 확산되자 복지부는 “비상사태 시 강제 실시권은 세계 모든 나라에서 적용되는 것”이라며 “전 장관의 발언 역시 비상사태를 가정한 원론 수준의 발언”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특허 관련) 아무 방안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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