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연연구소(출연연)가 글로벌 연구소로 발돋움하려면 대학과 비슷한 테뉴어 제도를 도입해 연구원의 근무 기간을 늘려야 합니다.”
지난달 27일 국내 첫 외국 국적의 출연연 수장으로 취임한 한홍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67·사진)은 “연구원들의 정년이 대학 교수보다 짧고 연금 등도 부족한 게 출연연의 가장 큰 문제”라며 “첫 번째 과제로 빨리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테뉴어 제도는 교수들에게 평가 없이 정년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현재 대학 교수 정년은 65세지만 출연연 연구원 정년은 61세. 한 원장은 1964년 서울대 기계공학과(학사)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시민권을 받았으며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기계공학과 학과장을 지낸 세계적인 학자다.
한 원장은 “출연연의 우수한 연구원들도 교수들과 공부한 과정은 같은데 정년이 짧으니 다들 대학으로 가려고 한다”며 “열심히 연구하는 사람에게는 경제적 보장과 긴 정년을 주고 게으른 연구원들은 빨리 내보내는 게 좋다”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연구소로 성장하기 위한 다른 과제로 연구 분위기를 좀 더 자유스럽게 만드는 것과 국가에 필요한 대형 연구 과제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을 꼽았다.
한 원장은 세계 과학계의 가장 큰 추세로 ‘융합 연구’를 예로 들며 “학생들에게 물리 화학 수학 생물 컴퓨터 등 꼭 필요한 학문을 충분히 가르쳐 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KIST가 다양한 분야의 연구원이 많아 융합 연구에 매우 유리한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의 과학기술 수준은 미국을 100점으로 볼 때 70∼80점이지만 공학기술은 굉장히 빠르게 발전했다면서 “우리나라는 나노, 바이오 등 새 분야에 도전해야 승산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남표 KAIST 총장과의 세간의 비교에 대해 그는 “서 총장은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다. 서로 스타일이 다른 만큼 경쟁적 발전관계가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