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려도 모르는 고지혈증 매년 급증

  • 입력 2009년 9월 14일 02시 52분


■ 상반기 제약사 개발약품 중 고지혈증 치료제 가장 많아
체중줄었다고 관리 소홀 위험
치료약 꾸준히 먹고 운동해야
매년 콜레스테롤 수치 검사도

퇴직한 뒤에도 활발하게 외교활동을 펼치고 있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2004년 대대적인 심장혈관 수술을 받았다. 겉보기에는 뚱뚱하지 않았지만 고지혈증이 있었던 것. 의료진은 “고지혈증 약을 열심히 먹어야 하는데, 체중이 조금 줄어들었다고 귀찮다고 약을 안 먹은 것이 화근이었다”고 말했다.

핏속에 지방이 많아지는 고지혈증은 그동안 ‘서양인의 병’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국내 제약사들이 가장 많이 개발한 제네릭의약품은 고지혈증 치료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2009년 상반기 생동성시험계획을 승인받은 136개 품목을 성분별로 분석한 결과 고지혈증에 사용되는 ‘로수바스타틴칼슘’이 29개 품목(21.3%)을 차지했다. 국내 제약사들이 고지혈증 치료제에 집중 투자하는 이유는 국내에도 고지혈증 환자가 매년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고지혈증 환자(외래 기준)는 2007년 63만8200명에서 지난해 73만8658명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53만5644명으로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 자각증세가 없는 것이 문제

10대 때 순환이 잘되던 몸속 혈관은 나이를 먹으면서 급속히 탄력을 잃어간다. 고지혈증은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의 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생기는 질환으로 혈액 내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매우 증가한 상태를 말한다. 서구화된 식생활로 기름진 음식은 많이 먹으면서 운동량은 적다보니 혈관 내 지방이 자꾸 쌓이고, 늘어난 콜레스테롤은 혈관에 달라붙어 순환을 방해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고지혈증이 무서운 이유는 ‘소리 없이’ 다른 병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나이 들면 배가 좀 나온다’며 나쁜 식생활을 방치하다 보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는 것을 자각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그러나 고지혈증이 지속되면 혈관벽의 염증을 일으키고 심·뇌혈관계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매년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검사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 강한 고지혈증 약은 암을 유발할 수 있어

고지혈증 진단을 받으면 우선은 식이요법과 운동요법부터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3∼6개월 정도 지나도 큰 효과가 없으면, 약물요법을 시작해야 한다. 약물의 종류에는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약과 중성지방을 떨어뜨리는 약 두 가지가 있다. 일반적으로 고지혈증 환자는 약물을 장기간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한다.

최근 ‘콜레스테롤을 지나치게 낮출 경우 오히려 암이나 당뇨병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약물의 성분이나 복용 방법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욱진 가천의과대 심장내과 교수는 “그동안 저밀도 지방단백질을 낮추면 낮출수록 좋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오히려 콜레스테롤이 하는 방어막 기능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고지혈증 약에서 쓰는 ‘스타틴’ 성분이 고용량일 경우 당 대사를 저해해 당뇨병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때문에 투약을 하면서 의료진과 지속적인 상담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약물 복용을 하면서도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3일 다국적 제약회사인 머크사 연구팀이 45세 이상 환자 중 최소한 3개월 이상 스타틴 요법을 받은 경험이 있는 2만20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환자의 48%는 목표치만큼 콜레스테롤이 낮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환자의 75%는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의 지질장애(체내에서 지방이 효율적으로 분해되지 않는 것)를 여전히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고지혈증 피하기 10계명▼

1. 식사량을 3분의 2로 줄여 정상체중 유지하기

2. 포화지방과 총지방 섭취량 줄이기

3. 콜레스테롤 많은 음식 피하기

4. 짠 음식 먹지 말기

5. 섬유소가 풍부한 음식 많이 먹기

6. 하루 30분 이상, 일주일에 최소 3회 이상 유산소운동 하기

7. 스트레스 피하기

8. 술 줄이기

9. 고지혈증 약 복용하기

10. 정기적으로 병원에서 콜레스테롤 수치 재기

자료: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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