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대한민국 우주강국의 꿈인 나로호가 있다면 바다에는 우리 국적의 첫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극지대양으로의 출항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13일 해상시운전을 시작한 아라온호는 앞으로 두꺼운 얼음 바다를 가르며 남북극지탐사를 담당한다. 아라온호가 시운전을 마치고 운항을 시작하면 극지연구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나로호 발사로 우주과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부쩍 높아졌지만 아라온호로 대표되는 극지연구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생소하게 느껴진다. TV 다큐멘터리를 통해 남북극을 접할 때를 제외하면 일반 국민에게 극지는 그저 얼음으로 뒤덮인 먼 지역일 것이다. 하지만 극지는 선진국이 경쟁적으로 활발히 연구하는 중요한 지역이다. 우리나라 역시 1988년 남극에 세종과학기지를, 2002년 북극에 다산과학기지를 개설해 연구하고 있다. 현재는 남극에 제2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가 극지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환경적인 측면에서 극지역은 다른 곳에 비해 온난화가 크게 나타나 급변하는 기후변화를 조사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극지에 있는 얼음이 다 녹을 경우 전체 해수면은 60m 정도 올라가 생태계 불균형과 저지대 국가가 침수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측이 필요하다. 또 극지역 퇴적물과 빙하층은 과거에 일어났던 지구 환경, 생태계 변화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이를 복원하면 앞으로의 환경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생태학적인 측면에서 극지는 저온이라는 특유의 환경 조건에 적응하고 유지된 독특한 생물이 진화해온 공간이다. 이 생명체들의 먹이사슬과 에너지 흐름을 분석하면 지구생태계 연구에 중요한 답을 발견할 수 있다.
경제학적 측면에서 극지는 미래의 자원보고로 불릴 만큼 막대한 생물자원과 지하자원을 갖고 있다. 극지에는 대규모 천연자원이 매장돼 있고, 전 세계 수산물의 생산량을 능가할 만큼의 수산자원이 있다. 또 생물이 영하의 극지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형성된 결빙방지 물질, 저온 효소, 자외선 피해 완화 물질도 산업적으로 응용할 수 있다.
이렇듯 극지역은 온난화에 직면한 지구의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가짐과 동시에 생태계 보호연구의 장이자 무궁무진한 자원의 보고다. 따라서 국익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사업이라는 차원을 넘어 인류생존과 발전을 도모할 대안적 협력 사업이라는 점에서 극지연구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얼음이 곳곳에 펼쳐진 남북극 바다의 원활한 탐사를 위해서는 얼음을 깨고 항해할 수 있는 쇄빙선 운용이 필수다. 우리는 자체 쇄빙선이 없어 다른 나라에서 빌려 사용하는 등 극지 연구에 있어 다소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 최첨단 국내 기술로 제작한 아라온호가 등장하면 독립적이고 다양한 극지연구가 가능해져 극지연구는 더 탄력을 받게 된다. 나로호 덕분에 우주강국의 꿈을 꾸게 됐듯이 아라온호를 통해 극지강국의 희망도 조심스럽게 피어나고 있다. 대한민국 극지연구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아라온호와 지금 이 시간에도 끊임없이 진행되는 극지연구에 국민적 관심과 성원을 기대한다.
이홍금 극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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