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섭취장애’ 어린이 298명 유형 분석
양혜란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조사
“강압은 역효과… 원인부터 찾아야”
아이가 식사를 거부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아이들이 식사를 거부하는 ‘섭취장애’를 유형별로 분석해 보니 음식에 집중하지 못하는 ‘주의산만형’(74.5%)과 특정 음식만 골라 먹는 ‘예민성 음식거부형’(66.8%)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양혜란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사진)가 올해 7∼9월 서울 경기 부산 지역 소아청소년과를 내원한 298명의 소아와 부모를 대상으로 식습관 유형을 조사한 결과다.
가장 많은 아이가 겪는 ‘주의산만형’ 장애는 생후 6개월에서 3세 사이에 주로 나타난다. 식사할 때 음식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사람들과 어울려 노는 것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 이를 해결하려면 하루 세 끼 일정한 식사시간을 정하고 식사 중간의 간식을 자제해 식욕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반드시 식탁 앞에 앉혀 먹는 데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예민성 음식거부형’은 편식이다. 원하는 조리법이나 특정 상표의 음식만 먹고 새로운 음식은 좀처럼 먹지 않으려 한다. 아이가 받아들이기 쉬운 음식부터 시작해 점차 새로운 음식을 시도하고 음식을 거부할 경우 억지로 먹이기보다 최대한 존중해 줘야 한다. 특정 영양소가 결핍되는 것을 막으려면 영양보충제를 따로 복용하게 한다.
부모가 아이를 방치하면 ‘상호작용 부족형’ 섭취장애가 나타난다. 아이는 식사 시간에 웃기, 재잘거리기, 시선 맞추기처럼 부모와 적절한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다. 부모를 포함한 보호자 역시 아이가 섭취장애라는 사실을 인식조차 못하거나 부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상호작용 부족형 섭취장애는 심각한 성장 문제를 동반한다. 부모가 아이를 방치하는 원인을 찾아내고 사회 경제적 문제나 신경 정신적 질환이 없는지 파악해야 한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가족치료를 받는 것도 방법이다. 엄마가 독립적인 시간을 갖도록 해 육아 스트레스를 줄여 줘야 아이에게 더 집중할 수 있다. 아이의 상태가 심각하면 바람직한 식사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입원을 고려해야 한다.
‘영아 산통형’은 6개월 미만 영아에게 나타나는 섭취장애다. 최소 3주 동안, 한 주에 3일 이상, 하루 3시간 이상 울 경우 산통(疝痛·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복통)이라고 진단한다. 정확한 통증의 원인이 알려지지 않았으며 6개월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그 전에는 엄마가 아기를 자주 안아주고 접촉을 해 안정감을 느끼도록 해야 우유를 먹일 수 있다. 음식 섭취에 공포를 느끼거나 음식이나 식기를 보면 울음을 터뜨리는 ‘외상 후 섭취장애’도 있다.
아이가 밥을 먹지 않으면 부모는 강압적으로 대응하기 쉽다. 양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이가 식사를 거부할 때 부모는 ‘쫓아다니면서 먹인다’(46.3%) ‘먹으라고 강요한다’(43.3%)는 응답이 90% 가까이 차지했다. 부모는 성장에 대한 과도한 관심 때문에 강압적인 방법으로 일관하는데 이는 오히려 아동 신체발달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양 교수는 “섭취장애는 아동의 체질, 성장환경, 부모의 성향 같은 복합적 원인에 따른 것인 만큼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아이에게 먹는 것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인내심을 갖고 식습관을 교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 밥 잘 먹이는 방법:
-어디서, 언제, 무엇을 먹을지는 부모가, 먹을 양은 아이가 정하도록 한다.
-주위를 산만하게 하는 것은 피한다.
-식사 간격을 3∼4시간 두고 식사 시간을 일정하게 한다.
-장난을 치거나 화를 내는 것과 같은 과장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식사를 차리면 15분 안에 먹도록 하고 시간은 30분 이상 넘겨서는 안 된다.
-자녀 연령에 맞는 음식을 마련한다.
-영아도 숟가락을 쥐여주고 혼자 먹도록 격려한다.
-나이에 맞는 어느 정도의 지저분함은 용인한다.
자료: 분당서울대병원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