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휴대전화 업계에 100만 원에 육박하는 ‘고가(高價) 폰’ 전쟁이 불붙었다. 구매력을 지닌 소비자들이 디지털 카메라, 동영상 플레이어 등 특화된 기능을 갖춘 휴대전화를 선호하는 데 따른 것이다. 휴대전화기 보조금 축소로 전체 휴대전화 판매량이 줄어드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 카메라폰-명품폰 등 잇달아 내놔
2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 달 중으로 디지털카메라와 견줘도 손색이 없는 ‘아몰레드 12M’ 휴대전화를 판매한다. 가격은 100만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 휴대전화는 세계 최초로 광학 3배 줌 기능을 넣어 멀리 있는 사물도 선명하게 촬영할 수 있는 게 특징. 또 1200만 화소에 WVGA(WideVGA·800×480)급 해상도를 갖춘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디스플레이를 달았다. 기존 국내 최고 화소 휴대전화는 1000만 화소였다. 이와 함께 고화질(HD) 동영상 촬영도 가능해 캠코더로 쓸 수도 있다.
LG전자는 29일 ‘손안의 극장’을 구현할 수 있는 ‘뉴초콜릿폰’을 내놓았다. 가격은 80만 원대 후반. 극장 스크린처럼 화면 비율이 21 대 9이고 돌비 모바일 사운드 시스템을 갖춰 극장의 생생함이 최대한 전달될 수 있도록 개발했다. 화면 크기는 국내 휴대전화 중 가장 큰 4인치로 디스플레이는 WVGA급의 HD 액정표시화면(LCD)을 썼다. PC의 영화 파일을 따로 변환하지 않고 그대로 내려받아 볼 수 있는 디빅스(DivX) 플레이어 기능이 있다.
명품업체와 제휴한 휴대전화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중으로 세계적인 디자이너 조르조 아르마니와 제휴한 ‘아르마니폰’을 국내에서 70만∼90만 원에 판매한다. 팬택 계열은 최근 명품 라이터와 만년필로 유명한 프랑스업체인 에스티듀퐁과 함께 개발한 ‘듀퐁폰’을 100만 원가량에 내놓았다.
○ ‘고가 폰’ 주력 왜?
휴대전화 보조금 축소로 8월의 휴대전화 판매량이 전달보다 20%가량 감소했는데도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고가 폰 출시에 주력하는 것은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저가 휴대전화와 달리 고가 폰은 보조금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 실제로 올해 6월 말 나온 ‘햅틱 아몰레드’는 가격이 80만 원대인데도 이달 25일까지 33만 대 팔렸다. 베스트셀러급 휴대전화의 월 판매대수가 10만 대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성과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비싸도 특화된 기능이 있거나 제품 이미지가 좋으면 기꺼이 구매한다”며 “융합이 휴대전화의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고가 폰 열풍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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