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족이여 이젠 안녕” 말로 문자메시지 전송

  • 입력 2009년 10월 10일 08시 53분


SK텔레콤 내년 서비스 추진

“오늘 저녁 강남역에서 봅시다.”

7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2가 SK텔레콤 T타워 회의실. 신규사업본부 개발2팀 양중근 팀장이 휴대전화에 대고 말했다. 잠시 후 화면에 ‘오늘 저녁 강남역에서’는 검은색, ‘봅시다’는 빨간색 글자로 나타났다. 빨간색은 ‘이렇게 말한 게 맞는지 확인하라’는 뜻. 확인하고 전송 버튼을 누르자 이 문장이 문자메시지 형태로 상대에게 전송됐다. 만약 이 문장을 키패드로 입력하려면 버튼을 30∼40번은 눌러야 한다.

말로 인터넷을 검색하는 것도 가능했다. 휴대전화 화면에 검색 창을 띄워놓고 특정 인물의 이름을 말하자 몇 초 뒤 그의 사진과 관련 정보, 뉴스 검색 결과가 주르륵 올라왔다.

이날 양 팀장이 기자에게 시연한 것은 SK텔레콤이 개발하고 있는 휴대전화 음성인식 서비스의 일부다. SK텔레콤은 말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인터넷을 음성으로 검색하고, 녹음된 음성 파일을 자동으로 문서로 바꿔주는 3가지 서비스를 내년 하반기에 상용화할 예정이다. 음성인식과 관련된 구체적인 서비스 내용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휴대전화 음성인식 시스템은 사람의 음성을 문자로 바꾸는 소프트웨어(엔진)와 구어체 문어체를 합친 한글 데이터베이스(DB), 그리고 이들을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 등으로 이뤄진다. SK텔레콤은 2001년에도 비슷한 연구를 했지만 상용화에 실패했다. 음성을 정확히 문자로 바꿔주는 엔진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미국 음성인식 전문기업인 뉘앙스사(社)를 연구에 끌어들였다. 또 신조어를 포함해 10만 개의 단어를 분석한 뒤 1억 개 이상의 문장을 담은 한글 DB를 구축했다.

내년에 서비스가 시작되면 휴대전화에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라고 이어서 말해도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로 띄어쓰기를 해서 문자로 바꿔준다. 하지만 ‘ㅋㅋ’ ‘∧∧’ ‘OTL(좌절)’ 등 문자메시지에서 흔히 쓰이는 이모티콘과 줄임말 등은 음성으로 입력할 수 없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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