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프로필 성형외과. 수술 대기실엔 중국인 부부 신더화 씨(辛德華·35)와 리진화 씨(李錦花·35·여)가 두 손을 맞잡은 채 조용히 딸의 수술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한쪽 귀가 없었던 딸 신위안 양(辛元·6)은 선천적으로 한쪽 귀가 없는 ‘소이증’이었다.
“처음 딸이 소이증이란 소리를 듣고 너무 놀라 쓰러졌어요. 마치 제 잘못으로 아이가 그렇게 된 것 같아 가슴이 무너졌죠.”(리진화 씨)
딸의 증상을 처음 알았을 당시를 회상하던 리진화 씨는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아내가 눈물을 손으로 훔칠 때마다 남편 신더화 씨는 맞잡은 두 손에 힘을 주었다. 그의 눈에도 눈물이 가득 고였다.
이들은 수술실로 들어가는 딸에게 “다 잘 될 거야”라고 말했다. 여섯 살 난 여자 아이에게 새로운 귀를 만들어 주는 수술은 7시간 동안 계속됐다.
○ 더 좋은 수술결과를 위해 한국까지
중국의 한 대학 영문과 교수인 리진화 씨는 딸이 태어나자마자부터 소이증 수술을 준비했다. 그는 언제, 어떤 수술을 받아야 하는지부터 알아보기로 하고 중국 뿐 아니라 미국이나 한국에서 출판된 책과 저명한 교수들의 논문을 샅샅이 찾아 읽으며 소이증에 관한 지식을 쌓았다. 필요한 경우엔 의사를 직접 찾아가 상담을 받기도 했다.
은행에서 근무하는 남편 신더화 씨는 평소 인터넷을 통해 아내와 소이증에 대한 정보를 교환했다. 직접 인터넷에 블로그를 개설해 소이증을 앓는 자녀를 둔 다른 부모들과도 꾸준히 정보를 교류했다.
이들은 소이증에 대해서라면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상당한 지식을 쌓았다. 그런 그들이 왜 중국 병원이 아닌 국내 병원을 찾았을까. 신더화 씨는 “프로필 성형외과의 정재호 원장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도 소이증 수술을 하는 병원은 있지만 수술 결과는 정 원장의 수술 결과와 너무 큰 차이가 있어 보였다”면서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면 먼 길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리진화 씨도 “홈페이지를 통해 알게 된 메드포 수술의 결과는 만족스러웠다”며 “한국에서 직접 상담을 받고나니 더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2003년 소이증에 처음 메드포(인공뼈 보형물)를 적용한 미국의 라이니시 박사를 직접 찾아가 수술법을 배웠다. 국내에서 메드포를 이용한 소이증 수술은 정 원장이 유일하다.
○ 갈비뼈 대신 ‘메드포’ 이용해 귀를 만들다
정 원장은 소이증 치료를 위해 전통적으로 사용되는 갈비뼈 연골 대신 메드포를 이용한다. 메드포는 원료 자체에 미세한 구멍이 있어 그 사이로 세포조직이 자라나 인체조직과 유사해지는 물질이다. 감염이나 이물반응도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갈비뼈 연골이식은 갈비뼈가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8세 이후 수술을 받을 수 있다. 정 원장은 “어렸을 때 연골을 떼어내면 성장하는 과정에서 몸통에 일부 변형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성인이 된 후엔 갈비뼈 연골이 딱딱해져 이식이 상대적으로 힘들 수 있다. 가슴에 흉터가 남는 단점도 있다.
메드포는 이런 갈비뼈 연골이식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된 방법이다. 정 원장은 “인공뼈인 메드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흉터 걱정이 없다”면서 “귀의 성장이 80%이상 끝난 5∼6세 이후면 언제든지 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진화 씨는 “딸에게 수술로 인한 흉터를 남기고 싶지 않아서 이 수술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현재까지 100건 이상 시술했지만 감염이나 이물반응에 의학 부작용은 한 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 핑크빛 공주 머리띠가 제일 해보고 싶어
수술이 끝난 뒤 이틀 후. 딸 신위안 양의 표정은 몰라보게 밝아져 있었다. 딸의 모습을 지켜보는 이들 부부의 표정도 눈에 띄게 달라져 있었다. 이틀 전 대기실에서의 초조한 모습은 사라졌다.
신위안 양은 “귀가 생기면 핑크색 공주 머리띠를 가장 먼저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늘 머리카락으로 귀를 가리고 다녀서 머리띠를 해본 적이 없었다. 신위안 양에겐 청력을 회복시키고 귀의 세부 모양을 잡는 2차 수술이 남아 있다.
정 원장은 “1차 수술이 매우 성공적이었다”면서 “2차 수술에서는 얼굴형에 어울리는 귀 모양을 만드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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