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보며 검색-쇼핑… 군에 간 자녀와 화상면회…
‘쌍방향 혁명’ IPTV 무엇이든 “생각대로 원하는 대로 척척∼”
《초등학교 4학년인 성준이(가명·서울 성북구)는 친구들이 자기는 모르는 영어 단어를 늘어놓을 때마다 풀이 죽는다. 형편이 넉넉지 못해 영어 학원은 아예 꿈도 꾸지 못한다. 그랬던 성준이가 요새 신이 났다. 성준이가 사는 곳 근처의 지역아동센터에 마련된 ‘인터넷TV(IPTV) 공부방’에서 IPTV를 활용한 대학생 교사의 영어 수업을 듣게 됐기 때문이다. 기존의 TV가 ‘바보상자’라는 오명을 갖고 있었다면 인터넷과 결합한 IPTV는 ‘똑똑한 TV’로 불린다. 여기에 더해 ‘착한 TV’로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방송-통신 융합사례로 쌍방향성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로 생활을 바꿔놓고 있다. 성준이에게 웃음을 준 IPTV 공부방이나 새로운 군대 문화를 가져올 ‘병영 IPTV 서비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 본격적인 쌍방향 서비스
KT는 최근 ‘클리어 스킨’ 기술을 실제 방송에 적용한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청자들은 TV 화면 위로 ‘투명한 막’과 같은 정보 창을 띄워놓고 검색과 쇼핑을 함께 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방송사가 보내주는 화면과 음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던 TV가 이제 쇼핑과 설문조사, 원격진료가 가능한 ‘쌍방향 TV’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TV에서 필요한 정보를 바로 검색하고 자기의 의견을 입력할 수 있다. 인터넷전화(VoIP)와 결합하면 TV를 보면서 동시에 친구와 채팅을 할 수도 있다.
IPTV의 쌍방향성을 설문조사에도 이용할 수 있다. 현재는 고객 설문조사 정도 수준이지만 가입자가 확대되면 정치적인 내용의 조사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시청자 가정의 셋톱박스에 주문형비디오(VOD) 이용권 등을 설문 참여 선물로 보내줄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응답자를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브로드앤드TV는 국내 연예인으로는 최초로 가수 비 전용채널인 ‘레인(RAIN)’을 개설했다.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처럼 IPTV 내에 전용채널을 만들어 팬들에게 자신의 근황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레인 채널에서는 비의 인사말, 최근 출연작, 광고, 공연실황, 사진을 볼 수 있다.
쿡TV에서 서비스하는 IPTV 전용 음악프로그램 ‘The M’은 자신이 원하는 가수만을 집중해 볼 수 있는 멀티앵글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러 사람이 등장하는 TV 화면에서 시청자가 자기가 보고 싶은 출연자만 골라 보는 게 가능하다. 예를 들어 여성그룹 소녀시대 9명 멤버 가운데 윤아의 얼굴과 춤추는 모습만 공연 내내 볼 수 있는 것.
○ 교육격차 해소의 주역
포항 상도중에서는 IPTV 활용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상도중은 올해 4월 국내에선 처음 IPTV를 수업 시간에 시청각 활용 부교재로 채택했다. IPTV를 수업시간에 활용하면서 학생들의 집중력과 이해력이 높아지고 면학 분위기도 좋아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내년 1학기부터는 전국 초중고교에서 IPTV를 활용한 수업이 시작된다. 이를 통해 공교육을 강화하고 사교육비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교육 인프라가 부실한 지방 중소 도시나 농어촌 학교의 교육 콘텐츠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협력해 이미 만들어진 교육 콘텐츠를 일선 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민간의 유명강사 강의를 ‘IPTV 라이브 교육방송’을 통해 7월 20일부터 전국에 내보내고 있다. 또 ‘강남구청 인터넷 수능 방송’의 고3 수능 관련 프로그램 1326편을 5월부터 무료방송 중이다.
지역아동센터에 IPTV를 보급하는 사업도 한창 진행 중이다. 올해 2월 서울 관악구 봉천동 희망신나는집 문화학교에 제1호 IPTV 공부방이 문을 열었다. 이후 8월 24일에는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경기도가 처음으로 한꺼번에 15개 지역아동센터에 ‘IPTV 공부방’을 열었다. 이달 14일에는 수도권 밖에서는 처음으로 금산 공주 보령 서산 논산 등 충남지역 5곳에 문을 열었다. IPTV 공부방은 연내에 전국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IPTV 공부방은 소외 지역의 청소년들이 IPTV를 통해 영어, 수학,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영화 등 고품질의 멀티미디어 교육 콘텐츠를 볼 수 있게 한 것. 방과 후에 학교 공부에 도움을 받고 특기 및 적성 교육도 가능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8월 IPTV 공부방 지원을 위해 디지털TV 총 200대 분량을 협회에 기증하기도 했다.
○병영생활도 바꿔
10월 1일 제61주년 국군의 날엔 이명박 대통령이 ‘IPTV 병영 서비스’를 시연했다. 이 서비스는 ‘IPTV 공공서비스 활성화 사업’의 하나로 8월 10일 시작돼 현재 8개 부대 226개소(화상면회 48개소)에서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내년에는 전군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방통위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은 국방부와 협의해 올해 4월 IPTV 병영서비스 시범사업자로 KT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이후 약 6개월간 IPTV를 이용한 다양한 군 관련 서비스를 개발했다. 병영 IPTV 서비스는 병영생활관(내무반) 생활을 비롯해 면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병영문화를 바꿔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시간제약 없이 볼 수 있는 다양한 TV프로그램과 콘텐츠가 제공되기 때문에 여가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게 된다. 또 병사들이 가족과 떨어져 있다는 점을 감안해 화상면회 서비스를 추가했다. IPTV끼리만 가능한 게 아니라 인터넷전화, 3세대(G) 화상전화와도 서로 통화할 수 있게 했다. 관련 장비가 없는 일반가정에서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한 것.
이 밖에 국방CUG(Closed User Group·폐쇄이용자그룹) 서비스를 통해 사단, 연대 등 부대별로 교육내용, 뉴스 및 공지사항을 넣거나 자체 제작한 콘텐츠를 올릴 수 있게 했다. 부대별로 정훈 및 직무 교육, 우리부대자랑, 노래방, 신문, 게임 등의 메뉴를 사정에 따라 맞춤 선택할 수 있게 한 것. 여기에 군 장병들이 자체 제작한 손수제작물(UCC)도 올릴 수 있다. 실시간으로 국군방송(KFN)과 연계된 채널 연동형 서비스도 제공된다. 방통위 관계자는 “IPTV 병영 서비스를 통해 장병들이 단절감을 해소하고 다양한 여가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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