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크레인이 1t에 육박하는 스마트무인기를 번쩍 들어 지상시험 장비 위에 사뿐히 얹어놓는다. 크레인 조종대를 잡은 사람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김유신 선임연구원. 눈으로 무인기를 꼼꼼히 확인한 다른 연구원들이 이상 없다는 신호를 보내자 김 연구원이 자동차 시동 걸 듯 키를 돌려 무인기의 시동을 건다. 모든 작업은 지상관제장비에서 무선통신으로 이뤄진다.
김 연구원도 지상에 있는 조종석에 앉아 있다.》요즘 전남 고흥군 항공센터가 부쩍 바빠졌다. 스마트무인기의 첫 비행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2007년과 2008년 스마트무인기는 각각 수동비행과 자동비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때는 40% 축소 모델이었다. 100% 실물 크기의 무인기를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마트무인기의 동체 길이는 5m, 중량은 950kg, 최고속도는 시속 500km다.
○ 항우연 실물 첫 공개… 한바퀴 선회 계획도
“아직은 보행기 타는 수준이에요. 스마트무인기를 지상시험 장비 위에 얹어 놓고 이리저리 움직여 보는 거죠. 그래도 12월 초에는 첫 비행을 꼭 할 겁니다.”
구삼옥 무인체계팀장은 9월부터 대전과 고흥 항공센터를 일주일씩 오가고 있다. 실물 크기의 스마트무인기가 대전 항우연 시험동과 고흥 항공센터에 각각 한 대 있기 때문이다. 통신 성능 등을 테스트하는 기초 시험은 대전에서, 엔진을 비롯한 비행 직전 상태 점검은 고흥에서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무인기는 이륙부터 비행까지 스스로 알아서 진행해 ‘똑똑한 헬기’로 불린다. 첫 비행에서는 자동으로 이륙한 뒤 50m 상공에서 제자리비행을 하는 기량을 선보일 예정이다. 목표 지점을 한 바퀴 선회하고 돌아오는 깜짝 쇼도 계획하고 있다. 그만큼 비행에 앞서 실시하는 지상시험도 까다롭다. 4000가지에 이르는 지상시험은 이제 마무리 단계만 남겨 놨다. 무인기를 안전줄로 묶어 크레인에 연결한 뒤 15m 고도에 띄운 채 자동 이착륙을 연습하고 제자리비행도 시험해야 한다. 이 시험이 끝나면 고흥 항공센터 활주로에서 실제 첫 비행과 똑같은 본격 비행시험이 진행된다.
○ 2011년엔 날개회전 5시간 비행 도전
아쉽게도 첫 비행에서는 스마트무인기의 진수인 틸트로터 ‘묘기’는 감상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무인기는 먼저 헬기처럼 로터(회전날개)를 지면과 수평으로 회전시켜 이륙한다. 어느 정도 속도가 붙으면 회전날개를 90도 접어 수직으로 만든 뒤 비행기처럼 앞으로 난다. 이런 비행기를 틸트로터형 항공기라고 한다. 연구진은 회전날개를 수평에서 수직 방향으로 자동 변환하는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무인기에 적용했다. 미국 헬기인 벨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다. 구 팀장은 “시속 250km 이상으로 날아야만 양력을 얻어 비행기처럼 날 수 있지만 아직은 어렵다”면서 “첫 비행에서는 헬기처럼 수직 이착륙만 시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업단은 최근 세 번째 스마트무인기 설계를 끝냈다. 3호기는 기존 1, 2호기와 겉모습은 같지만 내부에 들어가는 전자장비와 소프트웨어의 성능이 향상됐다. 무엇보다 날개 안에 연료탱크가 들어 있어 스마트무인기의 목표인 5시간 비행도 가능하다. 구 팀장은 “2011년엔 스마트무인기 3호기로 5시간 비행에 도전할 것”이라며 “산불 감시나 재난구조 활동 등에 두루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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