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층의 점액층 등 약해지면 눈물 들뜨거나 쉽게 증발 성인 상당수 건성안 증상… “피로-시력저하 때문” 착각-방치 일쑤《환절기가 되면서 눈이 건조하다며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대한안과학회가 11일 ‘눈의 날’을 맞아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9명은 눈물 부족 또는 과다 증상을 경험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는 눈이 건조한 이유를 ‘피로해서 그럴 것’ ‘시력이 떨어진 것이 원인일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눈이 심하게 건조한 사람들도 인공눈물액을 사서 몇 방울 떨어뜨릴 뿐 적극적인 치료는 하지 않고 있었다. 이하범 대한안과학회 이사장은 “안구건조증이라는 말을 일반명사처럼 사용하면서 고쳐야 되는 질환을 오히려 당연한 현상처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구건조증이 아니라 ‘건성안(乾性眼)’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 눈물의 양보다 질이 중요
건성안은 눈물층과 안구표면에서 발생하는 복합적인 질병이다. 단순히 인공눈물을 많이 넣기만 해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눈물의 양이 충분해도 질이 떨어지면 건성안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눈물의 성분 중 점액 혹은 지방이 부족하면 눈물층이 불안정해지면서 쉽게 증발해 건성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눈물의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눈물층은 크게 3가지 층으로 이뤄져 있다. 가장 안쪽에 점액층, 중간에 수성층, 가장 바깥 부분(공기와 직접 만나는 부분)에 지방층이 있다. 점액층은 결막의 술잔세포에서 만들어진다. 수성층은 눈물샘, 지방층은 눈꺼풀의 기름샘인 마이봄샘에서 만들어진다. 수성층은 눈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다양한 단백질을 포함하고 있어 눈물의 항염증작용, 면역작용과 같은 기능에 영향을 준다.
점액층은 각막 혹은 결막에 눈물을 부착시키는 역할을 한다. 점액이 부족하면 눈물이 안구 표면에서 부착되지 못하고 들뜨게 돼 눈물층이 불안정해진다. 지방층이 부족해도 공기 중으로 수성층이 쉽게 증발해 눈물이 말라버린다.
○ 폐경기 여성이 제일 ‘뻑뻑’
건성안은 40대 이상으로 넘어가면 흔해지는데 주로 남성보다 여성 환자가 많다. 폐경기 중년 여성이 유병률이 높은 것은 여성호르몬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호르몬에 변화가 오는데 눈물 분비가 감소해 분비량 자체가 줄어든다.
계절적인 원인도 무시할 수 없다. 건조하고 찬바람이 부는 늦가을, 특히 눈을 많이 사용하는 오후가 될수록 증상은 심해진다.
눈이 건조한 증상이 초기라면 인공눈물과 같은 점액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증상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병원에서 간단한 검사를 통해 어느 정도 건성안이 진행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눈 표면에 있는 눈물층이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검사로는 ‘눈물막 파괴 시간(Tear break-up time)’과 건성안의 구체적인 증상과의 연관성을 알아보는 설문조사(Ocular surface disease index)가 있다. 눈물막 파괴시간 수치가 5초 이하인 경우에는 중증 건성안이라고 볼 수 있다.
만성적으로 건조한 눈을 방치하면 유두결막염이 일어날 수 있다. 가렵다고 눈을 비비거나 하면 결막염이 더 심해진다. 빛에 민감해지며 눈이 빨개진다. 증상이 심해질 경우 각막혼탁을 일으켜 시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 히터 바람, 눈에 닿지 않도록 조심
만약 인공눈물로도 증세가 완화되지 않을 때는 눈물이 빠져 나가는 구멍을 아예 막아 주거나 눈물이 눈에 오래 고여 있게 하는 수술을 한다. 최근에는 건조증을 치료할 때 염증 치료도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대한안과협회가 전국 12개 대학병원 전문의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시행한 결과 건성안 환자에게 항염증치료를 병행한다고 답한 비율이 47.5%에 달했다. 염증치료를 시행하는 기간도 평균 7.1개월이었다. 건성안은 단순히 눈물 부족 때문이 아니라 눈 표면과 눈꺼풀 염증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생활습관과 실내환경을 바꿔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내온도는 18도, 실내습도 60% 를 유지하고 하루에 3회 이상 환기해야 한다. 히터 바람이나 뜨거운 바람이 나오는 헤어드라이어가 눈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한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콘택트렌즈 대신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또 컴퓨터를 장시간 사용하더라도 50분마다 10분씩은 꼭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