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해지면서 길거리에서 파는 튀김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2년째 길거리 분식점을 하는 김모 씨(48)는 “겨울이 다가오면서 따뜻한 튀김과 어묵 국물을 찾는 사람이 두 배는 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길거리에서 파는 튀김이 제맛을 살리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음식재료마다 튀기는 적정 온도가 다른데 이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삭’ 소리와 함께 입 안에 한껏 고소함을 전하는 튀김. 튀김과 온도의 ‘안전하고 맛있는’ 궁합을 과학적으로 살펴봤다.》
■ 식재료-조리온도로 본 ‘튀김과학’
온도 낮으면 질기고 높으면 발암의심 물질↑ 기름 여러번 쓰면 체내 활성산소 생겨 유해
○ “유해물질 낮추는 연구 진행 중”
맛있으면서도 비교적 안전한 감자튀김을 만들려면 165도에서 튀기는 게 좋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 김천제 건국대 축산식품생물공학과 교수팀은 감자튀김을 만들 때 나오는 아크릴아미드 양을 온도와 비교해 분석했다. 아크릴아미드는 국제암연구기구(IARC)가 지정한 발암의심물질이다. 고열을 가해 조리하는 과정에서 아미노산의 일종인 아스파라긴산과 포도당이 결합해 만들어진다.
감자 208g을 온도별로 튀겼을 경우 160도에서는 아크릴아미드 503ppb(1ppb는 1000분의 1ppm)가 생겼다. 165도에서 합성된 아크릴아미드는 550ppb, 170도에서는 669ppb, 180도에서는 776ppb였다. 감자튀김의 바삭거리는 정도는 2분 30초 동안 튀겼을 때 가장 높았다. 이 연구결과는 ‘한국식품과학회지’ 8월호에 실렸다.
김 교수는 “낮은 온도에서 튀길수록 아크릴아미드 양은 줄지만 표피가 질겨져 맛이 떨어진다”며 “아크릴아미드 양을 적게 하면서 맛 좋은 감자튀김을 만들려면 165도에서 2분 30초간 튀기는 게 적당하다”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한 롯데중앙연구소 김지만 책임연구원은 “롯데리아에서 감자튀김을 만드는 온도는 기업 기밀이라 밝히기 어렵다”면서 “온도뿐만 아니라 아미노산을 이용해 아크릴아미드 양을 더 줄이는 방법 등 맛있고 안전한 감자튀김을 위한 추가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깻잎 160~170도, 새우 180~190도 적당
고추나 깻잎은 160∼170도에서, 새우나 오징어는 보통 180∼190도에서 튀겨야 원재료의 맛을 살리면서 튀김의 풍미도 즐길 수 있다. 음식재료마다 열전도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숙영 한국식품조리과학회 부회장(중앙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은 “깻잎 같은 야채는 얇아 열전도율이 좋기 때문에 빠른 시간에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튀겨야 하지만 오징어 같은 어패류나 고기류는 조금 더 높은 온도에서 튀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다양한 재료를 같은 온도에서 조리하는 길거리 튀김은 튀김의 맛을 제대로 살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뜨거운 튀김옷과 차가운 튀김속이 일품인 아이스크림 튀김은 210도에서 10초간 재빠르게 튀긴다. 빵가루에 포함된 탄산수소나트륨이 아이스크림 튀김의 비밀. 이 물질이 분해되면서 생긴 이산화탄소가 아이스크림과 튀김옷 사이에 열전도율이 매우 낮은 기체층을 만들어 기름의 열이 아이스크림으로 전달되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 오래된 기름, 세포막-DNA 손상시켜
알맞은 온도에서 튀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같은 기름을 여러 번 사용하지 않는 건 더 중요하다. 같은 기름을 여러 번 사용하면 트랜스지방이 많이 생긴다는 건 널리 알려진 상식이다. 이 밖에도 주나미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포화지방산인 동물성 기름과 달리 튀김에 쓰는 식물성 기름은 불포화지방산이기 때문에 기름 속에 있는 탄소가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하기 쉽다”며 “이렇게 산화된 기름은 몸 안에서 활성산소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활성산소는 반응성이 매우 높아 주위의 다른 물질과 격렬하게 결합하며 산화반응을 일으킨다. 활성산소가 아미노산에 붙어 단백질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세포막이나 DNA 등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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