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는 가만히 계세요… 의사가 찾아갑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6일 03시 00분


■ 병원 ‘고객만족 서비스’ 경쟁

“환자불편 줄이는게 경쟁력”
병실서 입원비 수납하기도

무릎수술환자 집 방문해 재활
지하철역-목욕탕서도 건강강좌


환자가 진료를 받으러 병원을 찾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그러나 최근 병원 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환자는 가만히 누워있는 대신 의료진이 환자를 찾아가는 서비스가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의료진이 직접 환자를 찾아가 진료하는가 하면 직원이 병실로 찾아가 수납 서비스를 하고, 의료진과 검사 장비가 이동해 병실에서 내시경 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정연이 삼성서울병원 CS(고객서비스)실장은 “과거에는 앉아서 친절하게 환자를 맞는 서비스였다면 이제는 찾아가는 서비스로 환자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고객만족 전략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종합병원의 체계적 고객만족 서비스

서울아산병원은 폐암, 대장암, 식도암, 담도 및 췌장암, 유방암, 비뇨기암, 뇌종양 환자들이 진료를 받을 때 여러 진료과를 방문하는 수고를 덜도록 올해 4월부터 통합진료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환자가 통합진료실을 찾으면 내과 외과 방사선종양학과 종양내과 등에서 온 의사 5명에게 동시에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이때 각 과 전문 의료진이 환자와 함께 치료방법을 의논하기도 한다.

이규형 서울아산병원 암센터 소장은 “암 환자가 일일이 각 과를 찾아다니는 불편과 암 때문에 겪는 정신적 고통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통합진료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에서 운영하는 ‘CEO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이상이 발견됐을 때 의료진이 환자가 머무르고 있는 병실로 직접 찾아와 진료를 한다. 환자 이동을 줄여 만족도를 높이고 프라이버시를 철저하게 보장하기 위해서다. 또 삼성서울병원은 병원 내 진료장소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환자를 위해 병원 직원이 환자를 직접 모시고 해당 진료 장소까지 안내해 주는 ‘에스코트 서비스’를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중앙대 용산병원은 7월부터 ‘병실로 찾아가는 수납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입원 환자가 병동에서 입원비를 수납하는 방식이다. 기존에 병원 1층까지 내려와 결제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하고 대기 시간도 절약했다. 이를 위해 병원은 휴대형 카드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직원이 각 병동을 찾아가 병동에서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일산병원은 병원 임직원들이 병원 곳곳을 찾아다니며 환자와 보호자의 불만사항을 집적 듣고 해소하는 ‘CS천사 서비스 제도’를 6월부터 실시해왔다. 병원을 방문한 고객의 불편사항이나 민원을 앉아서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직접 찾아다니며 귀를 기울이자는 것. 직원이 안내 띠를 두르고 병원을 돌아다니며 환자와 방문객이 느끼는 작고 사소한 불편사항을 듣고 고객서비스실에 전달하면 고객서비스실은 그 내용을 취합해 원장에게 핫라인으로 전달해서 즉각 개선하도록 한다.

이대목동병원은 의료진이 일반 기업체, 보건소, 지역자치센터, 도서관, 지하철역, 사우나를 직접 찾아다니면서 건강강좌를 연다. 환자와 보호자가 건강강좌를 들으러 병원까지 방문하는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요청이 있는 곳이면 어디라도 가서 강좌를 열겠다는 것이다.

○ 개인병원의 세심한 환자 배려

대장 내시경은 하루 전날 장 세척제를 먹고 밤새 화장실을 들락날락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환자들이 힘들어한다. 또 항문을 통해 내시경을 삽입하기 때문에 공개된 장소에서 검사받는 부담감도 크다.

이런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소화기 질환 전문 비에비스 나무병원에서는 국내 최초로 의료진이 의료장비를 갖고 병실로 직접 찾아가는 내시경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오전에 입원하면 간호사와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위와 장을 비울 수 있다. 장 세척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심신의 피로를 줄이기 위해 영양수액도 제공된다. 장 세척이 끝나면 내과 전문의가 직접 병실로 찾아와 내시경 검사를 진행한다. 환자가 이동할 필요가 없어 편안할 뿐 아니라 개인 프라이버시도 지킬 수 있다. 모든 시술이 끝나면 병실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검사결과 상담을 받고 오후에 바로 퇴원할 수 있다.

인공관절 수술은 전문의 숙련도와 수술기법, 장비 못지않게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재활관리가 중요하다. 아무리 발달된 시술법이라 해도 재활관리에 따라 수술 예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활관리를 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문제는 환자의 집과 병원의 거리가 멀다는 점. 힘찬병원은 병원에 자주 찾아오지 못하는 환자를 위해 의료진이 직접 가정으로 방문하는 ‘방문간호 서비스’ 시스템을 2004년 도입했다.

방문간호 서비스는 환자상태 검진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재활방법을 알려주고 수술 후 궁금증에 대한 상담도 한다. 특히 이 서비스는 생활 관리가 버거워 재활과정을 포기했던 홀몸노인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관절전문 연세사랑병원은 2007년부터, 척추전문 나누리병원은 올해부터 수술 후 퇴원환자를 대상으로 재활전문가가 직접 가정을 방문하는 ‘방문재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자생한방병원은 일반기업, 관공서, 사회복지관을 찾아가 척추 관련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무료 건강강좌를 진행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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