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혈구 크기의 ‘분자로봇’이 산소탱크를 짊어진 채 혈관을 떠돕니다. 이 초소형 로봇은 적혈구보다 100배쯤 많은 산소를 실어 나를 수 있습니다. 아직 상용화되진 않았지만 이 로봇은 이미 개발됐고 보완을 거쳐 곧 실생활에 활용될 예정 입니다.
과학자들은 이미 뇌의 각 부분을 분석해 예지, 판단, 감정 등의 기능 영역을 ‘뇌 지도’로 그리고 있습니다. 유전자 지도를 파악하는 데 드는 비용도 1000달러 수준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합니다. 이제 한 가닥씩 비밀이 풀려가면서 인간의 몸은 정교한 기계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그 옆에선 기계들이 진화합니다. 배터리가 다 닳으면 스스로 충전기가 있는 곳을 찾아가는 로봇청소기가 이미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런 초보적인 지능은 네트워크로 연결되면 점점 고급 지능으로 진화합니다. 비누가 떨어지면 인터넷에 접속해 세제를 주문하는 세탁기, 주인의 은행계좌에서 돈을 인출해 가는 온라인 쇼핑몰도 곧 등장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는 훨씬 복잡한 일도 하게 되겠죠.
다음은 사람입니다. 베리칩 같은 회사는 사람의 몸에 전자태그(RFID)를 심습니다. 기계가 인간의 혈압과 질병이력 등 각종 개인정보를 수집하도록 만드는 기술입니다. 이런 기술은 앞으로 기계와 인간을 연결해주는 기술로 발전할 예정입니다.
어떤 이들은 그 시점을 ‘특이점(singularity)’이라고 부릅니다. 기계와 인간이 결합하는 순간 인간은 기억의 한계, 처리속도의 한계를 벗어나 새로운 종(種)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미국의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이나 민간 우주여행을 시작한 피터 디아만디스 같은 사람들이 그렇게 내다봅니다. 이들은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에 학 교를 세웠습니다. 이른바 특이점대학(Singularity University)입니다. 앞서 얘기한 기술들이 이곳의 강의 내용입니다. 학생은 실리콘밸리의 잘나가는 기업가입니다. 교수진에는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IBM, 구글의 엔지니어와 카네기멜런대, 스탠퍼드대 등의 교수가 포함됐죠.
이들은 특이점이 도래하면 인류가 뇌 속의 지식을 인터넷에 업로드해 이를 P2P 서비스로 공유하는 미래를 꿈꿉니다. 육신이 노화되면 기계장치로 기억과 지식을 옮겨 죽지 않는 삶을 이어갈 수 있다고도 합니다. 영화 ‘터미네이터’의 인공지능 컴퓨터 ‘사이버넷’이나 마이클 크라이턴의 공상과학소설 ‘먹이’에 등장하는 분자 크기의 ‘나노 로봇’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세계를 ‘디지털 정보’라고 해석한다면 충분히 수긍할 만한 일입니다.
바다 건너에서 벌어지는 이런 여러 실험은 우리를 감탄시키는 동시에 두려움과 공포도 줍니다. 하지만 먼 곳의 얘기만은 아닙니다. 한국은 컴퓨터 프로그램들끼리 의사소통하는 기술인 ‘분산네트워크 프로그래밍’에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많은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온라인게임 기술 덕분이죠. 지금은 조용하지만 바이오공학의 최첨단인 줄기세포 연구에서도 한국은 한때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생물과 달리 번식 과정 없이 태어난 ‘독생자 기계’들은 과연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줄 수 있을까요? 그때 우리의 미래는 장밋빛일까요, 잿빛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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