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이온가속기, 예산-시간 부족 부실공사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4일 03시 00분


개념설계, 총예산 1%에도 못 미쳐
선진국 수년간 10%투자와 대조적
검출기 부실 中-日 거울 삼아야

세종시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가 유력해지면서 핵심 시설인 중이온가속기 건설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중이온가속기는 지난달 10일 교육과학기술부가 공고를 내며 현재 개념설계 작업에 들어갔다. 이 단계에서는 중이온가속기를 이용하는 연구 분야를 조사하고, 가속기를 지상과 지하 중 어디에 건설할지도 결정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예산과 짧은 기간 탓에 ‘기초공사’가 부실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중이온가속기는 진공 상태에서 중금속 이온을 가속한 뒤 금속판에 충돌시켜 희귀한 이온(방사성 동위원소)을 많이 생산할수록 연구 가치가 높다. 그만큼 세계 최고의 가속기를 만들기 위한 경쟁이 뜨겁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동 또는 건설되는 중이온가속기는 총 20여 기. 미국 에너지부가 지원하고 미시간주립대가 설계와 운영을 맡은 가속기(FRIB)는 현재 개념설계 중이다. 독일 중이온연구소(GSI)의 가속기(FAIR)는 설계를 마치고 2016년 완공을 목표로 땅 파기에 돌입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는 2006년 가속기(RIBF)를 완공한 뒤 운영하고 있다.

과학비즈니스벨트에 들어설 중이온가속기는 이들과 견줄 만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1월 확정된 종합계획에 따르면 중이온가속기는 양성자부터 우라늄에 이르기까지 모든 중이온을 가속한다. 우라늄의 경우 핵입자당 200MeV(메가전자볼트)의 에너지로 가속시킨다. 최대 500MeV까지 에너지를 낼 수 있다. 미국이나 독일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가속기의 수준을 결정할 개념설계는 이들에 턱없이 못 미친다. 계획대로라면 개념설계에 내년 10월까지 총 18억5000만 원이 투입된다. 국내 대학의 한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개념설계 비용이 전체 사업비의 10%를 차지한다”면서 “개념설계에도 몇 년을 투자한다”고 말했다. 국내 중이온가속기 사업비가 총 4600억 원임을 고려하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기간도 촉박하다. 2011년 상세설계(작은 크기로 원형을 만들어 시험하는 것)를 끝내고, 2012년 착공해 2016년 실제 가속기를 완공하려면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다.

국내 대학의 다른 관계자는 “가속기를 짓는 일도 중요하지만 가속기 안에 들어갈 검출기 등 실험장비를 동시에 개발해야 하는데 시간과 예산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이화학연구소는 가속기는 완공했지만 당초 계획했던 검출기는 6개 중 1개만 설치해 반쪽짜리 운영을 하고 있다. 중국 란저우(蘭州)에 있는 현대물리연구소는 가속기 건설에만 주력한 나머지 검출기를 비롯한 실제 실험장비는 전혀 갖추지 못해 국제적인 망신을 샀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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