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암 환자의 입맛과 영양을 고려해 개발한 식단. 현미밥 아욱국 돈육잡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암 환자들은 평소대로 식사하며 체력을 유지해야 암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 사진 제공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암 환자는 암 진단을 받은 후 식사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 육류, 기름, 생선 냄새에 대한 거부감, 저염식 식사에 대한 부적응으로 입맛도 없다. 암 자체나 치료제로 인해 아예 식욕을 잃기도 한다. 밥 한술 넘기기가 힘들 정도다. 암 환자에게 치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평소와 다름없이 식사를 하는 것이다. 정상적으로 식사를 해야 치료를 견딜 체력이 생긴다. 신체 조직이 손상되는 것을 예방하고 손상된 세포가 빠르게 재생된다. 면역력을 증강시켜 감염에 대한 저항성도 높아진다. 더불어 삶의 질도 치료 전과 다름없이 유지할 수 있다. 밥상을 앞에 둔 암 환자는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하는지부터가 걱정이다. 연세 암센터-세브란스병원 영양팀의 도움을 받아 암 식단에 대한 오해를 풀어본다.》 식사량 줄이면 면역 떨어져 단백질 위주 충분한 섭취를
성분편중 비타민제 피하고 백혈구 감소땐 날것 삼가야 【Q】암 환자는 육류, 특히 붉은 고기를 피해야 한다.
【A】치료를 받는 동안 정상적인 세포를 만들어 내는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한 질 좋은 단백질을 비롯해 모든 영양소를 충분하게 섭취해야 한다. 2006년 전후근 뉴욕대 의대 종양내과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암으로 사망하는 환자의 20% 이상은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암이 아니라 영양실조인 것으로 밝혀졌다. 좋은 영양이 곧 좋은 체력으로 이어지며 좋은 체력을 유지해야 암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
【Q】암세포가 증가하면 열량 소모가 줄어들므로 식사량을 줄여야 한다.
【A】암세포가 활발하게 증식하면 정상적인 세포에 사용되는 열량뿐 아니라 더 많은 열량을 필요로 하게 된다. 열량 소모는 늘어나지만 암 세포는 여러 가지 식욕 억제 물질을 배출해 식욕이 떨어지고 미각도 변해 식사량은 급격히 줄게 된다. 이때 인체는 부족한 열량을 보충하기 위해 체내 단백질을 조금씩 분해하여 열량 공급원으로 사용하게 되는데 체내 단백질이 부족하면 면역세포가 생성되지 않아 면역력이 떨어진다. 체내에 지방량이 감소하면 체력도 떨어진다. 따라서 고기 생선 계란 우유 두부 콩처럼 질 좋은 단백질 식품 위주로 식사량을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Q】항암 치료 중에 비타민제를 먹으면 안 된다.
【A】비타민, 무기질은 열량원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대사 기능을 조절하고 몸의 생리 기능을 도와준다. 치료 중에 복용해도 되지만 기본적인 권장량을 초과하여 과량 복용하는 것이나 특정 효과를 강조한 1, 2가지 성분만을 강화한 보충제는 피한다. 종합비타민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음식과 함께 섭취하거나 식후 15분 이내에 먹으면 흡수율을 좀 더 높일 수 있다.
【Q】야채는 반드시 유기농으로 먹어야 한다.
【A】유기농 채소에는 몸에 좋지 않은 농약 성분이 적은 대신 기생충 등 병균이 많을 수 있다. 완벽한 유기농 식품을 구하기도 힘들뿐더러 경제적 부담만 늘어날 수 있다. 무리해서 유기농 식품을 구하기보다 위생적으로 세척하고 조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가급적 제철에 나오는 신선하고 다양한 종류의 야채를 섭취한다.
【Q】항암치료 중에는 음식을 무조건 익혀 먹는다.
【A】항암치료를 하면 골수세포가 파괴되어 백혈구가 감소하고 면역력이 저하된다. 하지만 암의 종류나 건강 상태에 따라 차이가 많기 때문에 무조건 익혀 먹을 필요는 없다. 지나치게 엄격한 식사 제한이 오히려 섭취량을 감소시켜 체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생과일 생야채 섭취도 가능하지만 육회나 생선회는 일반인에게도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피하는 것이 좋다. 다만 백혈구 수치가 떨어졌다면 날음식은 피해야 한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세브란스병원이 추천하는 암환자를 위한 요리
매일 암 환자를 위해 특별한 식사를 준비하려면 식재료 구입부터 요리까지 품이 많이 든다. 특히 환자를 돌보고 있다면 식사 준비에만 전념할 수도 없는 일. 환자의 영양 필요량에 맞춰 일주일 식단을 미리 짜서 식재료를 구입하여 손질해 두면 수고를 덜 수 있다. 암 환자는 한 번에 많은 양을 먹기 어려우므로 3회 식사와 2, 3회 간식으로 식단을 구성한다.
매끼 식사는 주식과 부식으로 나뉜다. 주식은 환자 식욕에 따라 밥, 빵, 국수 등을 골고루 섞는다. 부식은 어육류와 채소 반찬으로 분류해 가급적 매일 다르게 내놓는다. 생선과 육류 반찬은 전처리 및 밑간을 해서 냉동실에 보관한다. 반찬의 가짓수는 김치 또는 물김치를 포함해 4, 5가지로 하고 볶음 고추장 장아찌 등을 결들이면 간단하면서도 영양이 충분한 식단이 된다. 간식으로는 우유 혹은 두유, 플레인 요구르트 등을 번갈아 가며 마시고 제철과일을 매일 1, 2회 먹도록 한다. 그 외에 고구마 감자 옥수수 밤 떡 비스킷 등 소화가 잘되는 것으로 준비한다.
연세암센터, 세브란스병원 영양팀, CJ프레시웨이는 암 환자를 위한 식단을 공동 개발해 ‘암 치료에 꼭 필요한 암 식단 가이드’(삼호미디어)라는 책을 펴냈다. 세브란스병원이 제공하는 암 환자 식단을 예로 들어 영양과 맛의 균형을 맞춘 요리법을 일부 소개한다.
▽요리법=① 닭 가슴살은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데친 후 찢어서 참기름, 소금, 후춧가루로 양념한다. ② 신선초는 손질하여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데친 다음 참기름, 소금, 다진 마늘로 양념한다. ③ 애호박은 반달 모양으로 썰어 소금을 약간 넣어 볶고, 무는 껍질을 벗겨 채를 썬 다음 고춧가루를 약간 넣고 무친다. ④ 마른 표고버섯은 불려서 기둥을 뗀 후 채 썰어 참기름, 소금, 다진 마늘로 양념하여 볶고, 느타리버섯은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다음 찬물에 헹궈 물기를 짜서 손으로 찢은 후 들깻가루를 넣고 무친다. ⑤ 달걀은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하여 따로 알고명을 부친 후 채 썬다. ⑥ 두부는 데쳐서 으깨고, 정량의 양념장을 잘 섞어 두부비빔장을 완성한다. ⑦ 밥을 그릇에 담고 재료를 얹은 뒤 두부비빔장을 곁들인다.
▽요리법=① 양파와 버섯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후 다진다. ② 쇠고기, 양파, 버섯은 진간장, 올리고당, 다진 마늘, 후춧가루로 밑간을 한다. ③ 밑간한 쇠고기를 도마에 올린 후 칼집을 여러 번 넣어 부드럽게 한다. ④ 프라이팬에 양념한 쇠고기를 얇게 펴서 타지 않게 구워낸다. ⑤ 편으로 썰어서 구운 양송이버섯을 고명으로 올린 다음 그릇에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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