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흔 살인 김모 씨(서울 성동구)는 폐기능이 68세 노인과 같은 수준이라는 진단을 받고 충격에 빠졌다. 그는 해마다 정기 건강검진에서 폐에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아왔다. 하지만 건강검진의 흉부촬영은 폐 질환 유무만 알 수 있을 뿐 폐 연령까지 측정하지 못한다. 김 씨의 폐가 다른 신체기능에 비해 28년이나 늙은 것은 역시 담배 때문이었다. 그는 매해 작심삼일로 끝났던 금연을 하루빨리 실천해야 한다는 처방을 받았다. 폐의 급속한 노화는 심각한 폐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흔히 폐에 특별한 질환이 없는 것에 만족하기 쉽지만 폐연령을 측정해 질환이 생기기 전에 관리하는 것이 좋다. 최근 들어 많은 병원이 폐연령을 건강검진에 추가하고 있다. 폐의 나이는 1초 동안 내뱉는 호흡의 양(FEV1·노력 호기량)으로 측정한다. 이 호흡의 양이 많을수록 폐는 젊고 양이 적을수록 폐는 늙었다고 본다.
폐 연령 측정 결과는 금연을 유도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흡연은 폐의 노화에 가장 큰 원인이다. 폐 연령을 알면 흡연자의 금연 의지는 강해진다. 2008년 영국의학저널(BMJ)에 실린 연구결과에 따르면 35세 이상의 흡연자 561명에게 폐 연령을 측정한 뒤 1년 뒤 금연 성공 여부를 확인한 결과 금연성공률은 13.6%에 달했다. 폐 연령을 알려주지 않은 흡연자 집단의 금연 성공률 보다 2배 높은 수치였다.
○ 폐기능 이상 첫 신호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
20대를 정점으로 폐기능이 저하되는데 담배를 피우면 노화 속도는 2배 이상 빨라진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에서 검진을 받은 2만7000명 가운데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5.43배나 폐 이상 소견(폐암 의심질환)이 많았다. 과거 흡연을 했던 사람도 비흡연자에 비해 폐 이상 소견이 3.65배 많았다.
폐 기능에 이상이 왔다는 첫 신호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다. 2003년 대한 결핵 및 호흡기학회 조사에 따르면 만성 폐쇄성 폐질환은 20년 이상 흡연한 45세 이상 성인 3명 중 1명꼴로 나타난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은 담배와 같은 유해물질이 폐에 장기간 노출될 때 염증이 생겨 기관지가 좁아지면서 숨이 차게 되는 병이다. 과거에는 만성기관지염과 폐기종(폐포 벽이 파괴되면서 공기주머니가 생기는 질환)으로 구분했으나 최근 이를 통합해 만성 폐쇄성 폐질환으로 부른다. 일상 활동을 하거나 등산, 계단을 오르내릴 때 숨이 차고 기침과 가래를 동반한다.
천식과 증상이 비슷하지만 만성 폐쇄성 폐질환은 장기간 흡연 경험이 있는 중년기 이후에 나타난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80%의 숨을 한꺼번에 내쉴 수 있는 데 반해 만성 폐쇄성 폐질환자는 40% 이하로 뚝 떨어진다. 이 질환의 진행을 막으려면 반드시 금연을 해야 한다.
금연을 결심했다면 금연보조제, 금연클리닉 등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흡연자들은 금연을 ‘의지의 문제’라면서 상담이나 약물 치료를 부정하거나 무시하려는 경향이 있다. 본인의 의지로만 담배를 끊을 확률은 3∼5%이지만 상담을 병행하면 3배가 높아지고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추가로 3배까지 확률이 높아진다. 금연을 시작한 지 3주 정도 지나 손이 떨리고 머리가 멍해지는 등 금단현상이 심해지면 전문가와 상의해 도움을 받도록 한다.
○ 폐가 젊어지려면 유산소 운동을
폐의 노화를 늦추는 또 다른 방법은 달리기, 수영, 자전거 타기 등 숨이 찬 운동을 하는 것이다. 숨이 들고 나는 것이 반복되면 폐활량이 늘어난다. 최대로 공기를 들이마셨다가 내뿜을 수 있는 평균 폐활량 남성은 3500mL,여성은 2500mL 정도이다.
이철민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교수는 “유산소운동으로 폐활량을 관리할 때 중요한 점은 주변 공기가 좋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산화황이나 이산화질소, 오존, 일산화탄소, 납, 스모그(산성 공기) 등 대기 오염 물질도 흡연과 마찬가지로 폐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음식 섭취도 폐와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중요한 요소다. 균형 잡힌 식사가 몸의 면역력을 강화시켜 폐에 들어오는 각종 세균,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체지방이 많아지면 폐가 활동이 둔해지고, 체내 산소를 공급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65세 이상의 노인은 감기나 폐렴을 조심해야 한다. 방치하면 폐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 반드시 독감과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한다. 독감 예방접종은 매년 가을마다, 폐렴구균은 65세 이전에는 10년마다, 65세 이후에는 한 번만 맞으면 된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금연에 성공하기 위한 6가지 방법▼ 1. 의미 있는 날을 잡아 금연을 시작하라 새해 첫날이나 생일, 여자친구와 처음 만난 날, 아기 탄생일에 금연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평소보다 훨씬 동기부여가 잘 되기 때문이다.
2. 동네방네 금연한다고 미리 소문 내라 가족, 친구, 직장 동료들에게 “자꾸 피우고 싶으니까 제 앞에서 담배 피우지 말아주세요”라고 말하고 주변의 도움을 얻어야 한다.
3. 숨어있는 라이터까지 다 버려라 새해가 오기 전 베란다의 재떨이, 차 안에 둔 라이터까지 가족들 앞에서 버린다. 담배와 관련된 모든 물건을 버려야 유혹에 빠지지 않는다.
4. 건강한 생활습관 시작하라 근무 중 흡연 욕구가 생기면 사무실에서 나가 계단을 걷는다. 물을 입 안에 넣고 천천히 음미하면 충동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
5. 니코틴 패치 등 금연보조제 이용하라 전국 보건소에 있는 금연클리닉에서는 무료로 니코틴 패치를 나눠준다. 흡연 기간과 일일 흡연량에 맞춰 약국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6. 자신의 의지만 믿지 말라 의지에만 기대 담배를 끊는 사람은 금연 성공자 중 3%에 불과하다. 웰부트린, 챔픽스 등 비(非) 니코틴 약물을 이용하면 흡연 욕구가 상당 부분 사라진다. 자료:세브란스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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