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65세 이상 10명중 1명… 치매 간병 1계명 ‘환자 자존심에 상처를 주지 말라’

  • Array
  • 입력 2010년 1월 13일 03시 00분


기억 잃어가도 상대방이 날 어떻게 여기는지 다 알아

새 환경적응 힘들어… 가구배치-벽지 등 그대로 두도록
손-뇌 함께쓰는 뜨개질 등 도움… 봉사활동 참여도 좋아

서울시립 동부 노인전문요양센터 작업치료실에서 치매에 걸린 노인환자가 링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옮기고 있다. 뇌를 끊임없이 써줘야 치매증상을 완화할 수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서울시립 동부 노인전문요양센터 작업치료실에서 치매에 걸린 노인환자가 링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옮기고 있다. 뇌를 끊임없이 써줘야 치매증상을 완화할 수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 나오는 여주인공 손예진은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

편의점에서 방금 산 콜라와 지갑을 두고 나오고, 다른 사람이 자기 콜라를 먹었다고 의심하기도 한다.

증상은 점점 심해져 남편인 정우성과의 추억도 기억하지 못한다.

영화에서는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의 아픔도 그려지는데 실제 현실은 영화보다 고통스럽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내 노인치매환자는 47만 명으로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한 명이 치매를 겪고 있다. 65세가 넘어가면 치매 발병률도 급속도로 늘어난다. 85세 이상 노인의 경우 두 명 중 한 명이 치매를 앓는다. 전문가들은 환자가 이성을 잃고 자해를 하거나 대소변을 못 가리는데 기저귀를 절대 안 차려고 발버둥을 치는 수준의 중증이 아니라면 가족들이 함께 환자를 돌볼 것을 권하고 있다.

가족들이 치매환자의 특성을 잘 알면 간병 스트레스도 덜 받고 환자도 체계적으로 돌볼 수 있다. 한설희 건국대병원 신경과 교수(대한치매학회 이사장)의 도움말로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이 꼭 알아야 할 간병지식을 알아보았다.

○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을 하지 마라

치매 환자는 기억은 잃어가고 있지만 자존심은 없어지지 않는다. 한 교수는 “가족들은 환자를 불쌍하게 보고, 동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전의 모습만 계속 떠올리면서 “어머니 왜 변하신거예요?”라고 따지듯이 물으면 환자는 더 불안해한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했을 때 환자 본인에게 수치심을 주거나 “돌아가 버리셨으면 좋겠다”는 심한 말은 환자 앞에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치매환자는 아기와 같아서 말귀는 알아듣지 못해도 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고스란히 느낀다.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귀찮아 한다는 것을 환자가 의식하면 병세가 악화되기 쉽다.

갑자기 환자가 소리를 지르거나 짜증을 부리는 것은 환자가 대소변을 봤는데 오랜 시간 치우지 않았거나, 신체 어딘가에 보이지 않는 상처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표현능력은 부족한데, 몸 어딘가가 불편해서 가족들에게 짜증을 부리는 것이다. 함께 화를 내기 전에 환자의 신체 상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환자의 팔이나 다리를 강제로 눌러 제압해서는 안 된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가족들이 환자를 따뜻하게 껴안아주면서 아기에게 설명하듯 또박또박 설명해주면 좋다. 반복해서 쉬운 말로 알려주면, 실수하는 횟수가 줄어든다.

○ 가구배치 바꾸지 말고, 화장실 가는 길 테이프로

치매환자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힘들어한다. 가구배치를 바꾸면 “여기는 우리 집이 아니니 우리 집으로 데려다 달라”고 하는 환자도 있다. 이 때문에 환자 방의 물건 위치를 임의로 바꾸거나 벽지를 바꾸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꼭 필요한 경우라면 환자가 적응할 수 있도록 조금씩 시간차를 두고 바꿔야 한다.

방에서 화장실까지 가는 길을 잊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청테이프로 방에서부터 화장실까지 가는 길을 바닥에 붙여주자.

환자의 손이 닿는 곳에는 위험한 약이나 칼 등을 놓아서는 안 된다. 약봉지도 환자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시간에 맞춰 약을 먹었는지 정확히 기억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보호자가 약을 관리하고, 시간에 맞춰 먹여야 한다.

○ 성취감 주는 봉사활동에 참여시켜야

치매환자의 뇌를 운동시켜야 한다며 고스톱을 권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즐겁고 밝게 게임을 하는 것은 좋지만 돈내기를 하는 것은 피하도록 한다. 돈이 걸리면 긴장감을 느끼고, 잃을 경우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손과 뇌를 함께 움직이는 운동은 치매증상을 완화시킨다. 피아노 치기, 뜨개질, 그림 그리기, 서예를 배우면 손가락도 움직이고, 기분전환에도 좋다. 앨범을 보여주면서 과거의 일을 떠올리게 하는 것도 좋다. 사진 속의 가족들과 함께한 여행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도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한 교수는 “다른 사람에게 무엇인가 해줬다는 성취감을 주는 것도 치매환자의 정신건강에 좋다”며 “치매환자를 무료급식행사에서 밥을 퍼주는 일같은 봉사활동에 참여시켜라”고 권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치매환자를 간병하는 가족들이 알아야 할 상식▼

- 환자를 불쌍하게 여겨라. 과거와 비교하며 원망하지 마라.
- 환자의 자존심을 해치는 심한 말은 환자 앞에서 하지 않는다.
-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경우 아기에게 말하듯 쉬운 말로 또박또박 말한다.
- 환자의 팔과 다리를 힘으로 제압하지 마라. 실수할수록 꼭 안아줘라.
-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소리를 지를 때는 몸 어딘가가 아프거나 불편하다는 얘기다.
- 화장실 방향을 잘 모를 경우 방에서 화장실까지 청테이프를 붙여 안내하라.
- 환자에게 약봉지를 맡기지 마라. 약을 안 먹거나 두 번 먹을 수 있다.
- 환자 손이 닿는 곳에 칼, 가위, 살충제 등 위험한 물건을 놓지 않는다.
- 고스톱은 치되 돈내기는 하지 마라. 지나친 돈내기는 스트레스를 준다.
- 손가락과 뇌를 동시에 쓰는 피아노 치기, 뜨개질, 서예는 환자에게 좋다.
- 환자를 성취감과 기쁨을 줄 수 있는 봉사활동에 참여시킨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