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Before&After]척추관협착증 미세감압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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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3일 03시 00분


허리에서 시작한 ‘욱신’… 허벅지-종아리-발목까지 ‘쿡쿡’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 원장이 수술용 미세현미경을 이용해 척추신경을 누르는 뼈와 인대를 제거하는 미세감압술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제일정형외과병원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 원장이 수술용 미세현미경을 이용해 척추신경을 누르는 뼈와 인대를 제거하는 미세감압술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제일정형외과병원
《경남 거창에 사는 김수란 할머니(74세). 나이 들며 생긴 고혈압과 당뇨병 외에는 평생 큰 병치레 없이 살아온 걸 다행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바뀌었다.

허리가 뻐근하고 엉덩이 부근이 좀 쑤셔도 나이 탓으로 돌리고 참았는데 얼마 전부터는 허벅지, 종아리까지 땅기고 쑤시면서 무릎에 힘도 빠졌다. 동네의원에서 허리주사를 맞고, 약도 복용했지만 통증은 가시지 않았다. 큰 수술이 두려워 차일피일 미루던 김 씨. 걷기조차 힘들어진 뒤에야 노인성 척추질환을 다루는 제일정형외과병원을 찾았다.》
나이들며 척추관 좁아져 신경압박… 심하면 다리마비 올수도
1.5~2㎝ 국소절개 - 1시간 안에 끝내는 새 시술법 각광

▽ 척추관협착증 혈관도 눌러=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 정밀검사 결과 김 씨는 요추 4, 5번의 신경이 눌린 퇴행성 척추관협착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척추에 신경이 통과하는 구멍이 나이가 들어 좁아지며 신경을 누르는 것. 김 씨는 “처음에는 허리만 뻐근하더니 차차 다리 쪽으로 통증이 확대돼 나중엔 걷기조차 힘들었다”면서 “바깥출입이라도 할라치면 다리가 아파 걷다 쉬다를 되풀이해야 했다“고 말했다.

김 씨를 진료한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 원장은 “척추관협착증은 디스크와는 달리 대부분 뼈나 인대가 신경을 눌러 통증이 생긴다”면서 “초기거나 통증이 적으면 주사 약물 등 비수술 요법을 시도할 수 있지만, 근력 약화, 마비, 배변 장애 등이 있으면 수술로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신경이 눌려 다리까지 증상이 나타나는 건 신경으로 가는 혈관도 막혀 신경이 더 붓기 때문. 방치하면 신경 자체가 죽는 신경 섬유화가 일어나 다리 마비 같은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수술 전(위) - 신경이 내려가는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이 눌려 있다.
수술 후(아래) - 수술로 좁아진 척추관을 넓혀 신경이 원 상태로 돌아왔다.
수술 전(위) - 신경이 내려가는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이 눌려 있다.
수술 후(아래) - 수술로 좁아진 척추관을 넓혀 신경이 원 상태로 돌아왔다.
▽ 척추 수분이 빠져 척추뼈 약해져=나이가 들면 퇴행성 변화로 척추 디스크의 수분함량이 낮아지면서 균열이 가고 척추뼈가 미세하게 흔들린다. 디스크의 높이가 점점 낮아져 척추뼈 간격이 좁아진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작은 뼈 조각들이 척추뼈에 자라는데 마치 무릎 관절염이 있는 환자들의 무릎이 커지는 것처럼 척추의 관절이 커지게 된다.

이렇게 관절이 커지면, 인체 각 기관으로 뻗어 나가기 위해 신경이 지나는 구멍을 좁게 만들어 척추관협착증이 생긴다.

척추의 퇴행은 50대부터 시작되는데 대부분 허리가 아프거나 양쪽 골반 부위로 통증이 나타난다. 허벅지나 종아리, 발목, 발바닥이 저리거나 쑤시고 아픈 경우엔 신경이 눌린 것이다. 요통만 있으면 수술이 필요 없지만 다리에 증상이 나타나면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척추관협착증은 당뇨병, 고혈압,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 나이가 많으면 미세감암술=김 씨는 다행이 너무 늦지 않았다. 김 씨가 받은 수술은 일측접근 미세감압술(UBF). 기존 수술법인 척추고정술은 문제가 있는 척추뼈를 드러내 나사못으로 고정한 뒤 자기 뼈를 이식하고 봉합한다. 전신마취가 불가피하고, 수술부위가 10cm 이상 큰 만큼 수술시간과 회복기간이 길었다.

미세감압술은 척추 부위 마취 뒤 1.5∼2cm를 절개하고 수술용 미세현미경을 보면서 신경을 누르는 뼈나 인대를 긁어내므로 절개부위가 작고, 수혈이 필요 없어 1시간 안에 끝난다. 특히 김 씨가 받은 미세감압술은 병변의 한쪽으로 접근해 반대쪽까지 양쪽 신경을 감압하는 방법으로 정상조직을 최대한 보호하고 수술시간을 45분까지 단축했다.

퇴행성 질환인 척추관협착증 환자들이 대부분 고령이고 고혈압 당뇨병 등 합병증을 갖고 있는 점을 감안해 개발한 수술법이다. 신 원장은 “당뇨병, 고혈압 등 합병증을 갖기 쉬운 초고령 척추관협착증 환자에게는 부분 마취로 진행하는 미세감압술이 체력부담이 적고 회복도 빨라 적당한 수술법”이라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 신경이 붓거나 눌린 신경이 풀리면서 일시적으로 저림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수술에 두려움을 갖고 있던 김 씨는 수술 부위가 생각처럼 크지 않았고 신기하게 사라진 다리통증 때문에 날아갈 듯한 기분이다. 기나긴 다리통증으로부터 벗어난 김 씨. “이제 마음껏 걸을 수 있어요. 봄나들이 생각에 가슴이 설레네요.”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척추관협착증 수술 이후엔
1시간에 한번은 걷기운동… 장시간운전 금물


노년층은 행동이 민첩하지 않고, 균형 감각과 근력이 떨어져 수술 후 상태가 좋아졌다고 방심했다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초기에는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집에서 안정을 취하고, 활동량도 서서히 늘려가는 것이 좋다.

또 허리 보조기는 적어도 2개월 정도는 계속 착용하다가 착용시간을 점차 줄여야 한다. 상태가 좋다고 갑자기 보조기를 착용하지 않거나, 너무 오래 착용할 경우 허리 근육이 약화돼 오히려 허리에 무리를 줄 수도 있다.

앉아 있는 것은 서 있는 것보다 허리에 무리를 더 주기 때문에 앉은 자세로 1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한다. 적어도 1시간에 한 번은 걷기를 통해 몸을 풀어주거나 누워서 휴식을 취한다. 특히 장시간 운전은 피해야 한다.

수술 뒤 3개월까지는 허리를 구부리거나, 무리하게 비트는 자세, 엎드리는 자세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것은 가급적 피한다.

걷기운동은 수술 뒤 1개월까지는 30분 이내로 하고, 일주일 간격으로 시간을 조금씩 늘려준다. 일상적인 활동 시간을 늘려도 되지만 무리하면 안 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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