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에게는 작은 삽질에 불과하지만, 인류에게는 큰 도약이다.” 2020년 달. ‘고요의 바다’에서 채광 로봇이 첫 삽을 떴다. 상업적 이용을 위해 지구 밖 천체에서 최초로 자원을 채취하는 순간이다. 이후 인류는 기술을 발전시켜 영화 ‘아바타’처럼 지구에서 4.4광년 떨어진 판도라 행성에서 1kg에 2000만 달러의 가치를 지닌 자원 ‘언옵타늄’을 채취하게 된다.》
이런 상상처럼 인류가 처음으로 우주 자원 탐사를 하게 될 곳은 달일 가능성이 높다. 일본 달 탐사 프로젝트 ‘셀레네(가구야)’의 연구책임자 중 한 명인 하세베 노부유키 와세다대 교수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김경자 책임연구원은 영화를 보고난 뒤 “먼저 달 자원지도를 만들어야 하고 그 다음에 미래형 자원인 ‘일메나이트’를 채취하게 될 것”이라며 운을 뗐다. 일메나이트는 티탄철석을 뜻한다.
○ “달 자원지도 거의 완성”
달 자원지도는 거의 완성된 상태다. 하세베 교수는 달 주위를 도는 위성을 이용해 만든 상세한 달 자원지도를 기자에게 보여줬다. 지구에서 보름달을 볼 때 검게 보이는 지역인 ‘달의 바다’ 전체에는 ‘크립’이 많다. 크립은 칼륨, 희토류 원소, 인을 뜻한다. 희귀 자원인 희토류 원소는 고품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작에 쓰인다.
지구에서 보이는 보름달 중앙에서 왼쪽에 있는 ‘비의 바다’에는 원자력 발전에 필요한 우라늄이 많고 오른쪽의 ‘평온의 바다’ ‘고요의 바다’에는 일메나이트가 풍부하다. 하세베 교수는 “달 광물자원 탐사의 시작은 핵융합 발전에 필요한 일메나이트 채취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메나이트는 지구에도 있지만 달의 일메나이트는 조금 특별하다. 달에는 대기가 거의 없어 태양이 내뿜은 감마선이 달 표면에 그대로 부딪힌다. 이때 일메나이트에서는 일반 헬륨보다 중성자가 한 개 더 많은 ‘헬륨3’가 만들어진다. 일메나이트에 붙은 헬륨3는 수백 도로 가열하면 쉽게 분리돼 추출하기도 쉽다. 하세베 교수는 “채취에서 추출까지 어려운 과정이 없어 현재 기술로도 채광 로봇을 만들 수 있다”며 “헬륨3를 연료로 쓰는 핵융합 전지를 달면 달에서 스스로 에너지를 충전하는 로봇을 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달 개발 이후 화성 자원 캔다
로봇의 연료 걱정이 없어지면 본격적인 자원 개발이 시작된다. 우라늄과 크립 광산 기지를 만들고 이를 지구로 보낼 발사장도 만든다. 발사체에 핵융합 엔진을 달면 연료 걱정이 없다. 달에서 사용하고 남은 헬륨3는 지구로 보낸다. 달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에 불과해 발사체를 지구로 보내는 일은 지구에서 달에 가는 것보다 쉽다.
달 광산은 지구처럼 땅을 파고 들어갈 필요가 없다. 광물 대부분이 달 표면에 드러나 있어 표면을 긁듯이 채취하면 된다. 하세베 교수는 “달에는 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사람이 살기는 어렵고 로봇이 일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행히 달 광산이 있는 곳은 항상 지구를 향하고 있기 때문에 전파를 주고받는 데 어려움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달 광산 개발이 완료되면 다음 목표는 화성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달만큼 세부적이지는 않지만 화성의 자원지도도 현재 만들고 있다. 다만 화성에는 대기층이 있어 지표에서 방출되는 적외선이나 감마선이 차단된다. 달처럼 위성만 띄워 자원을 조사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지표 근처 1km 상공을 날며 매장된 자원을 조사할 수 있는 헬기나 항공기가 필요하다. 김 연구원은 “화성에는 물과 대기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미래에는 영화 아바타처럼 기지를 건설하고 헬기나 항공기로 이동하며 개발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세베 교수는 “앞으로의 우주 계획은 ‘단순한 도달’이 아니라 ‘도달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한국도 달 탐사 계획에 달이나 화성 표면에서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는 로봇 개발을 고려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영화 아바타의 미래는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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