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공업국에 환경문제는 발등의 불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2011년까지 환경기술 개발에 300조 원 이상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현지 사정에 어두운 국내 기업이 규제가 심한 이들 지역에 진출하려면 현지에 맞는 차별화된 기술을 개발하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세계시장 진출에 나선 국내 환경 벤처들의 활약상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국내 환경벤처기업인 켐스필드코리아는 오래전부터 중국 시장을 주목해 왔다. 중국이 2011년부터 12·5계획(1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하며 환경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보고 중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였다. 오랜 연구개발(R&D) 끝에 이 회사는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토양 오염을 제거하는 제품의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과정에는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R&D 전략인 국제연계개발(Connect & Development) 기법이 적용됐다. C&D는 국가 간, 기업 간 공동연구를 통해 최고의 연구 성과를 내는 전략이다. 미국 GE가 C&D 전략을 통해 풍력발전사업의 수익률을 3년 만에 4배로 높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상하이의 연구진이 풍차 날개의 조정 장치를 디자인하고 인도 벵갈루루의 엔지니어들은 터빈의 효율성을 높이는 수학 모델을 만드는 등 다국적 공동 연구가 이런 결과를 낳았다.
○ “중국 흙은 중국 연구소가 분석”
켐스필드코리아가 처음에 주목한 것은 중국의 오염된 흙이었다. 이 회사는 중국에서 심각한 토양오염을 제거할 수 있는 환경 제품을 개발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먼저 중국 전역에서 토양이나 오폐수 시료를 채취해 정밀하게 분석해야 했다. 2005년부터 현지 사무소를 운영하며 시장 파악에 나섰지만 진척이 더뎠다. 이 회사 힘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이 회사는 2008년 5월 중국의 상하이환경과학기술연구원과 공동 연구를 시작하면서 돌파구를 찾았다. 상하이환경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의 접근을 막고 있는 곳의 토양을 비롯해 상하이를 가로지르는 쑤저우허 강 바닥의 침전물까지 분석한 자료를 이 회사에 제공했다. 켐스필드코리아는 이 정보에 맞춰 한국에서 개발한 중금속 제거제인 ‘Na3T-15’를 중국에 맞게 재개발했다. 이 제품은 액체 속 중금속을 정화하는 제품이지만 중국과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 토양오염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액체로 된 이 제품을 뿌리기만 하면 흙 속에 포함된 납, 수은 등 중금속이 환경에 해가 없는 화합물로 바뀌었다.
이 회사는 다음 달 상하이 인근 자딩취 지역의 토양오염 구역을 정화하는 실증 실험을 할 예정이다. 실험에 성공하면 본격적으로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박철 켐스필드상하이 지사장은 “상하이환경연구원과 협력하면서 난항을 겪던 문제가 속속 해결되고 있다”며 “유럽의 경쟁 제품에 비해 가격과 효과 등이 우수해 연 5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 한국 과학기술과 중국 현지 경험 합쳤다
이 밖에도 C&D의 사례는 많다. 국내 환경벤처 에코데이는 25건의 특허를 보유한 오폐수 처리전문 기업이다. 이 회사는 2008년부터 상하이 인근 옌청 시에 있는 폐수처리기업 미요미요와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현지 기업들이 배출하는 폐수가 모이는 곳인 만큼 현지화 연구에 최적의 장소였다. 2년간 연구한 결과 에코데이의 폐수처리 기술이 중국에서 골치를 썩고 있는 염색폐수 처리에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민세영 에코데이 전무는 “기술개발을 마치자 베이징, 쓰촨 성, 상하이 등의 현지 폐수처리 기업에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수출상담 액수만 25억 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C&D가 세계 산업연구의 큰 트렌드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김상일 원장은 “중국 등 개발도상국은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되면서 한국 기술이 필요한 곳이 많다”며 “현지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려면 C&D 전략이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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