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종, 15개로 구성된 얼굴뼈…광대뼈 넓고 코 낮으면 동양적, 눈 깊고 코 높으면 서구적. 인종별로 얼굴뼈도 달라
영국 뉴캐슬대 연구진은 2007년 2월 클레오파트라의 얼굴을 복원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클레오파트라는 좁은 이마에 뾰족한 턱, 얇은 입술, 날카로운 코를 지니고 있어 소문만큼 뛰어난 외모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현대적인 기준으로 정의내린 ‘미인’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가 1500년 전 가야 여인의 인체를 복원한 결과를 지난해 공개한 것. 연구 대상이 됐던 가야 여성은 16세 소녀로 얼굴이 작고 목이 긴 ‘현대적 미인형’인 것으로 밝혀졌다.
역사 속 인물의 얼굴을 복원할 때 가장 유력한 단서가 되는 건 바로 얼굴뼈다. 얼굴뼈에 살을 붙이면서 얼굴의 윤곽을 유추해 나가는 게 얼굴 복원의 기본 원리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얼굴의 생김새뿐만 아니라 인종까지 추정할 수 있다.
한국인의 얼굴은 길이가 짧고 얼굴 폭이 넓다는 게 고유의 특징이다. 특히 광대뼈가 두드러지고 다른 인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코가 낮은 편이다.
하지만 한국인이라고 모두 이런 특징의 얼굴뼈를 가진 건 아니다. 영화배우 장동건을 예로 들어 보자. 그는 얼굴뼈로만 본다면 눈이 깊고 콧날이 높이 솟은 백인의 얼굴형에 가깝다. 이런 ‘예외’ 때문에 얼굴뼈로 인종을 예측하면 틀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람의 얼굴은 얼굴뼈를 바탕으로 크게 근육과 피부, 신경으로 구성된다. 사람은 모두 동일하게 눈, 코, 입을 가지고 있지만 얼굴 생김새는 가지각색이다. 얼굴 모양을 결정하는 얼굴뼈가 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얼굴뼈 모양을 바꾸면 얼굴의 생김새도 바꿀 수 있을까? 얼굴뼈의 숨겨진 비밀을 통해 그 답을 찾아보자.
○ 얼굴뼈의 비밀
얼굴뼈는 의학용어로 안면골(顔面骨)이다. 안면골은 코뼈, 광대뼈, 위턱뼈, 아래턱뼈 등 모두 9종류의 15개 뼈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사람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뼈는 아래턱뼈 단 하나뿐이다. 아래턱뼈를 제외한 나머지 뼈는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다.
아래턱뼈는 안면근육의 하나인 저작근과 함께 제5뇌신경의 지배를 받아 음식물을 씹는 역할을 담당한다. 사람들이 눈, 코, 귀, 입 등을 움직일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안면근육 때문. 눈, 코, 귀 등의 움직임은 안면골을 덮고 있는 근육의 움직임인 셈이다.
안면근육은 여러 가지 얼굴 표정을 나타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표정근’이라 불리기도 한다. 다양하고 복잡한 사람의 표정은 제7뇌신경이 관여한다.
얼굴뼈에는 동굴 같은 빈 공간이 있다. 이를 안면동(顔面洞)이라 한다. 안면동은 양미간(전두동), 광대뼈 속(상악동), 콧등과 눈 사이(사골동), 코 옆(부비동), 코 뒤쪽(접형동) 등 모두 네 곳. 안면동은 얼굴 기관을 보호하고 온도, 습도 등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안면동에 따라 얼굴의 이미지도 달라진다.
드림성형외과 본원 김영준 원장은 “남성의 얼굴이 여성에 비해 강해 보이는 이유는 안면동이 여성에 비해 크기 때문”이라면서 “안면동의 크기가 크면 여성도 남성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 턱뼈의 두 얼굴…‘미용’과 ‘기능’
얼굴뼈는 유년기에는 천천히 자라다가 10대 이후부터 빠르게 성장한다. 평균 만 16∼17세까지 성장이 지속된다. 얼굴의 모든 뼈가 성장을 멈추면 얼굴 윤곽이 일정하게 자리 잡는다. 아래턱뼈가 가장 늦게 성장을 멈추기 때문에 턱뼈는 얼굴 이미지를 좌우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김 원장은 “얼굴뼈가 균형 있게 성장해야 부드러운 얼굴 윤곽을 가질 수 있다”면서 “선천적 요인 또는 후천적인 외상으로 턱뼈 성장이 불균형하게 이뤄지면 이상적인 얼굴 윤곽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턱뼈가 비정상적으로 성장하면 사각 턱, 주걱턱, 무턱, 안면비대칭, 돌출 입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은 얼굴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또는 길게) 보이게 한다. 또 얼굴 전체의 윤곽이 울퉁불퉁해져 투박하고 강한 인상을 준다.
턱뼈가 제대로 성장하지 않으면 외적인 문제뿐 아니라 건강상의 문제가 유발될 수 있다. 턱뼈는 잇몸 뼈 및 치아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어 턱뼈에 문제가 생기면 치아에도 이상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턱관절 장애 또는 치아 부정교합 등이 유발된다.
김 원장은 “이럴 때는 병원에 가서 턱뼈에 대해 정확히 진단받는 게 중요하다”면서 “본격적으로 치료를 받기 전엔 미용과 기능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턱의 이상적인 위치를 찾아라
턱뼈의 문제를 치료하고 얼굴 윤곽을 이상적으로 만드는 방법으론 ‘양악수술’이 대표적이다. 양악수술은 비정상적인 위치에 있는 위턱뼈(상악)와 아래턱뼈(하악)를 이상적인 위치로 옮기는 시술. 턱의 기능을 개선하고 균형 있는 얼굴을 만드는 얼굴뼈 교정수술이다. ‘안면 윤곽술’도 얼굴뼈를 교정하는 데 활용된다.
양악수술과 안면 윤곽술엔 차이가 있다. 안면 윤곽술은 얼굴뼈의 위치는 그대로 두고 튀어나온 뼈를 다듬어 부드러운 얼굴을 만드는 수술법이다. 반면 양악수술은 위아래 턱뼈를 움직여 과도하게 나온 턱뼈는 넣어주고 들어간 턱뼈는 당겨주는 것이 주된 원리다.
김 원장은 “양악수술에선 턱뼈와 주변부의 조화가 중요하다”면서 “턱뼈를 넣거나 당기는 것에만 치중해서 주변부와의 조화를 고려하지 않으면 치아교합은 맞지만 턱 모양이 어색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양악수술은 치아에도 영향을 미친다. 단순히 턱뼈의 위치를 교정한다고 해서 치아교합이 제대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김 원장은 “양악수술을 하기 전이나 하고 난 후엔 치아교정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 “수술과 치아교정의 순서는 개인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본 기사는 의료전문 권용일 변호사의 감수를 받았습니다.
드림성형외과 본원의 김영준 원장은 현재 드림안면윤곽센터 소장이다. 대한 성형외과학회, 국제성형외과학회(IPRAS) 정회원으로도 활동한다. 김 원장은 최근 기존의 양악수술을 한 단계 발전시킨 ‘소프트 라인(soft line) 성형’을 개발했다.
소프트 라인 성형은 양악수술과 안면 윤곽술을 접목시킨 수술법. 아래턱과 위턱의 위치를 바로잡고 과도하게 자란 턱뼈를 부드럽게 다듬는 게 이 수술의 핵심이다. 사각 턱, 주걱턱, 무턱, 안면비대칭, 돌출 입 등의 증상을 이 수술로 개선할 수 있다고 김 원장은 설명했다. 얼굴이 작고 갸름해 보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고, 시술 시 절개 부위를 최소화해 상대적으로 회복기간도 짧은 편이다.
복합적인 증상도 소프트 라인 성형으론 1회 수술만으로 교정 가능하다. 주걱턱과 안면비대칭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났을 때 또는 얼굴이 위아래로 길면서 좌우로 넓을 때, 입이 돌출된 데 비해 얼굴 중앙 부분은 푹 꺼졌을 때 등 대부분의 복합증상에 이 수술을 적용할 수 있다. 심한 잇몸 노출도 교정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소프트 라인 성형은 ‘복합 안면골 축소술’로 불리기도 한다.
소프트 라인 성형은 전신마취로 이뤄지며, 수술 후엔 대개 치아교정이 필요하다.
김 원장은 “드림성형외과는 성형외과, 마취과, 교정과의 협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 수술 전 검사를 체계적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치아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치아의 본을 뜨는 인상(impression) 채득, X선 결과를 토대로 수술 계획을 세우는 트레이싱(tracing) 작업, 이상적인 수술 포인트를 정확하게 계산해 수술시 오차를 최소화하는 마운팅(mounting) 과정, 다양한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입체적인 수술을 적용하는 모형수술, 신경과 혈관의 위치, 뼈의 두께 등을 진단하는 3차원 CT(컴퓨터단층촬영) 진단 등이 그것이다.
김 원장은 “이 외에도 흉부 X선, 심전도 검사기기 등의 검사시스템을 갖춰 수술의 안전성과 효과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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