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도 스키장 눈 산더미… 그 비결은?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2월 19일 03시 00분


찬공기에 냉각수 흩뿌리면 인공눈 펄펄
얼음 갈아 쏟아내는 ‘제빙기’ 방식도 인기

밴쿠버 겨울올림픽 운영위원회는 대회 직전까지 눈이 모자라 고충을 겪었다. 가까스로 가까운 고산의 눈을 헬기로 퍼와 스키나 스노보드 경기를 진행했다. 이런 고민은 국내 스키장도 마찬가지다. 17일 밤 큰눈이 내렸지만 당장 다음 주면 전국 기온이 영상 10도 안팎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날씨가 따뜻해진다고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강원권 스키장 중에는 식목일까지 문을 여는 곳이 있고 서울 근교의 스키장도 3월 중순까지는 눈을 유지한다. 도대체 어떻게 눈을 지키는 걸까.

강원 평창군 용평리조트 스키장에서 슬로프 위에 인공눈을 뿌리고 있다. 낮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도 스키장에선 갖가지 기술을 이용해 인공눈을 뿌려 하루라도 스키장 문을 더 열려고 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강원 평창군 용평리조트 스키장에서 슬로프 위에 인공눈을 뿌리고 있다. 낮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도 스키장에선 갖가지 기술을 이용해 인공눈을 뿌려 하루라도 스키장 문을 더 열려고 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먼저 처음부터 눈의 양을 압도적으로 많게 해 녹는 데 시간이 걸리게 한다. 스키장은 슬로프(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경사길)의 눈 두께를 적게는 50∼60cm, 많게는 100cm 이상 유지한다. 눈이 다 녹는 데 시간이 걸리고 그때까지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스키장에선 수시로 인공눈을 뿌린다. 문제는 기온이 영상으로 바뀌는 2월 하순부터다.

스키장에서는 물을 차가운 대기 중으로 흩뿌려 땅에 떨어지는 사이에 얼어붙게 하는 방식으로 인공눈을 만든다. 따라서 인공눈은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야 가능하다. 하지만 요즘에는 영상 3도만 넘지 않으면 인공눈을 만들 수 있는 신기술을 이용한다. 핵심은 습도다. 습도가 낮으면 온도가 0도보다 조금 높아도 물을 뿌려 눈을 만들 수 있다.

대신 몇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인공눈 제조기인 제설기에 넣는 물의 온도를 영상 2도까지 낮춰야 한다. 대부분의 스키장에는 제설용 물의 온도를 낮추기 위한 냉각탑이 설치돼 있다. 미국이나 호주에선 많은 물을 식히기 위해 저수지에 차가운 공기를 인공적으로 불어넣는 ‘버블 냉각방식’을 쓰기도 한다. 또 물을 최대한 작은 입자로 만들어 뿌려야 한다. 제설기의 노즐 앞에는 빠르게 회전하는 프로펠러가 붙어 있어 물줄기를 사방으로 흩뿌려 더 빨리 얼어붙게 만든다.

물을 영하의 온도로 낮춘 뒤 대기 중에 뿌려서 바로 눈이나 얼음으로 만드는 ‘과냉각 인공눈’ 기술도 있지만 냉각비용이 너무 비싸 아직 실용화된 곳은 없다. 이보다는 아예 얼음을 만든 후 갈아서 쏟아내는 ‘제빙기’ 방식이 일본 등에서 인기다. 국내에선 강원 홍천 대명비발디파크 스키장이 3대의 제빙기를 갖춰 하루 150t의 눈을 만들 수 있다. 제빙기 설치 이후 비발디파크는 10% 정도 영업일수가 늘어났다.

높은 산의 표고차를 이용하는 방법도 쓰인다. 기온이 영상이라도 산 정상은 영하라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남쪽에 있는 전북 무주리조트가 이런 방법을 쓴다. 스키장 정상인 설천봉(해발 1520m)은 초보자 슬로프와 표고차가 810m나 난다. 평균기온도 5도 이상 벌어진다. 산 정상에서 눈을 만들면 낮은 곳에 있는 스키장에 눈을 뿌릴 수 있다.

(도움말=대명비발디파크 김명복 스포츠지원팀장)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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