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게임개발사 ‘에픽게임스’는 총싸움 게임 ‘언리얼’ ‘기어스 오브 워’ 등으로 이름이 알려진 업체. 하지만 이 게임들보다 더 유명한 건 이 회사가 12년 전 게임 언리얼을 개발하며 만든 ‘언리얼 엔진’이다. 게임엔진이란 게임 제작에 바탕이 되는 구성 요소로 스마트폰으로 치면 윈도모바일이나 안드로이드 같은 운영체제(OS) 역할을 한다. 게임 개발자들은 이 엔진 위에서 그래픽과 게임 캐릭터, 소리, 네트워크 등 게임 전반에 필요한 요소를 만든다. 호평을 받은 이 엔진을 이용해 전 세계 게임회사들이 게임을 만들어 왔다.
지금까지 언리얼 엔진을 이용해 개발된 게임은 100개가 넘으며 국내 역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와 최신작 ‘블레이드 앤드 솔’을 비롯해 블루홀스튜디오의 ‘테라’ 등이 이 엔진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이 때문에 “에픽게임스가 내놓는 게임은 흥행하지 못해도 엔진사업 때문에 절대 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알려질 정도다.
특히 국내에서 언리얼 엔진의 인기가 높아지자 에픽게임스는 지난해 4월 세계 최초로 한국에 지사를 세웠다. 프로그래머 출신으로 에픽게임스를 창업한 최고경영자(CEO) 팀 스위니 대표(40)가 22일 내한했다.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있을 게임엔진 관련 세미나 ‘게임테크 2010’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지사 설립 후 처음 한국을 찾은 스위니 대표를 23일 오전 강남구 삼성동 에픽게임스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났다. 만나자마자 그는 한국 게임업계에 대한 얘기부터 털어 놓았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게임인구 비율이 높은 편이죠. 이들이 즐기는 한국 게임들은 매우 개성이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것은 아마도 새로운 기술이나 유행을 적용하는 데 두려움이 없기 때문이죠. 몇몇 나라는 자기 나라에서만 쓰는 기술에 갇혀 유행을 잘 모르는데 그에 비하면 한국 게임업계는 진보적인 것 같아요.”
1993년 에픽게임스를 세운 그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8년 전부터다. 지사 설립 전부터 엔씨소프트 등 국내 게임업체들에 언리얼 엔진 라이선스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한국 게임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엔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느껴 지난해 아예 지사를 설립했다. 스위니 대표는 “게임 개발자가 늘면서 엔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게임엔진을 공개하자마자 10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 건수를 기록했어요. 어디서 가장 많이 받았는지 통계를 냈더니 전 세계 도시 중 서울이 1위였고 나라별 순위도 한국이 3위더군요. 게임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이 이렇게 높을 줄 몰랐어요.”
그는 최근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폰에 관심을 보였다. 지금까지 PC나 비디오게임을 위한 엔진 개발에 중점을 두었던 것과는 다른 상황. 이미 아이폰용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모바일 언리얼 엔진’ 시험판을 만들었다. 스위니 대표는 “앞으로 5년 내에는 PC와 모바일 등 두 기기에서 한꺼번에 작동할 수 있는 엔진이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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