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세 곳을 실험실로 삼은 과학자가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생리학·해부학·유전학과 버나드 게시 선임연구원이 그 주인공. 게시 연구원은 교도소에서 자주 벌어지는 폭력 충돌의 상당수가 재소자들이 먹는 부실한 음식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칼로리는 충분하지만 필수영양소가 전반적으로 결핍돼 있기 때문이다.
게시 연구원은 10여 년 전 법원에서 피의자를 대상으로 유치장 대신 이용하는 외부 센터를 짧은 기간 운영한 적이 있었다. 그는 “그곳에 온 사람들 가운데 식사로 거의 단 과자류만 먹는 이들은 통제하기가 무척 어려웠다”며 “함께 요리를 해서 먹기 시작했더니 그들은 곧 안정을 찾았다”고 식품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2000년대 초 한 교도소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매일 적당량의 비타민과 미네랄, 필수지방산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교도소 내의 공격적인 행동이 평균 26% 줄어들었다. 게시 연구원은 “그 뒤 네덜란드 연구진이 좀 더 개선된 영양 처방으로 우리가 했던 실험을 다시 했는데, 공격성이 48%나 줄어들었다”며 “이 과정에서 수감자들이 감내해야 할 유일한 ‘위험’은 ‘건강이 좋아진다’는 점뿐이다”라고 말했다.
게시 연구원은 “현재 우리는 이런 효과가 일어나는 메커니즘과 혈액 내 영양소 수치를 조사하기 위한 대규모 실험을 진행하고 있고 최근 싱가포르와 일본에서도 비슷한 실험을 시작했다”며 한국 연구진과의 공동연구도 희망했다. 과학동아 3월호(사진)는 식품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설명한 게시 연구원의 글을 기획기사로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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