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 → 3D’ 변환 기술로 할리우드를 휘어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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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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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기술 가진 천안 ‘스테레오픽쳐스코리아’

작년 10회 입찰 모두 1등
3D로 찍는 것보다 경제적

3차원(3D) 입체 영화 ‘아바타’가 세계 영화 흥행사를 다시 쓰며 본격적인 3D 시대 개막을 알린 가운데 한국 기업 스테레오픽쳐스코리아가 미국 할리우드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앞선 3D 컨버팅 기술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D 컨버팅이란 이미 제작된 2D 영화를 3D로 바꾸는 기술을 뜻한다.

이 회사는 최근 워너브러더스의 영화 ‘캣츠 앤 독스 2: 키티 갤로어의 복수’의 컨버팅 작업을 수주했다. 지난해엔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들의 컨버팅 입찰에 10번 참여해 전부 1등 통보를 받았다. 전 세계 영화사와 방송사에서 컨버팅 요청이 쏟아지면서 이 회사는 지난해 말 50여 명이던 직원을 200여 명으로 늘렸고 올해 말까지 3100명으로 충원할 계획이다.

○ “기계가 사람의 감 대신할 수 없어”

3D 영화를 실사(實寫) 촬영하려면 카메라 두 대가 동시에 2개의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반면 컨버팅은 이미 제작된 2D 영화에 또 하나의 영상을 추가로 생성해 입체 영상을 구현한다.

지난달 25일 충남 천안시 충남테크노파크에 자리한 스테레오픽쳐스코리아를 찾았다. 직원들이 대형 모니터 앞에 앉아 컨버팅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직원들은 이 회사가 독자 개발한 전용 프로그램에서 영화의 한 장면을 정지시켜 놓고 원근을 계산한 뒤 가상공간에 새롭게 입체 디자인을 했다. 예를 들어 화면의 앞에 있는 인물은 가까워 보이고 인물 뒤 전등은 멀리 보이도록 공간을 구성하는 것이다. 각 프레임을 일일이 변환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하루를 꼬박 매달려도 몇 초 분량만 컨버팅할 수 있다. 100분짜리 영화 한 편을 컨버팅하는 데는 300명이 3개월을 들여야 한다.

성영석 스테레오픽쳐스코리아 대표(사진)는 “사람의 손을 일일이 거치지 않는 자동 컨버팅 기술도 나와 있지만 기계가 장면의 ‘깊이감’을 계산해서 디자인해도 사람의 감(感)은 따라잡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5일 충남 천안시 스테레오픽쳐스코리아에서 직원들이 3D 컨버팅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영화 각 장면의 원근감을 따져 입체 공간에 새롭게 디자인하는 작업이다. 사진 제공 스테레오픽쳐스코리아
지난달 25일 충남 천안시 스테레오픽쳐스코리아에서 직원들이 3D 컨버팅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영화 각 장면의 원근감을 따져 입체 공간에 새롭게 디자인하는 작업이다. 사진 제공 스테레오픽쳐스코리아
○ 3년 전부터 할리우드 공략 나서

3D 영화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아바타에서 일부 사용된 실사 방식은 기술적 제약이 많고 비용도 많이 든다. 입체 카메라는 무겁고 세팅이 복잡하다. 입체감의 기준점이 되는 포커스를 유지하기 어렵고 두 개 영상의 색감과 밝기를 일치시키기도 힘들다. 주로 3D 애니메이션에 쓰이는 컴퓨터그래픽(CG) 렌더링 방식은 비용이 적게 들지만 CG가 아닌 실사 영상을 3D로 바꾸기는 불가능하다.

이와 달리 3D 컨버팅 방식은 모든 종류의 2D 영상을 입체화할 수 있다. 비용도 실사 방식보다 적은 분당 5만 달러(약 5800만 원) 정도여서 아바타를 2D로 찍고 나서 3D로 컨버팅했다고 가정하면 3D 작업에 810만 달러(약 93억9600만 원) 정도만 들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아바타의 실제 총제작비는 약 5억 달러에 이른다.

10여 년 전부터 3D 컨버팅 기술에 매달려온 성 대표는 “지금은 컨버팅 하청업체 형태지만 장기적으로 3D 콘텐츠 기업으로 키워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안=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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