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약협회의 새 회장을 맡을 사람을 못 구하고 있다. 정부가 이렇게 몰아붙이는데 누가 회장이 되려 하겠느냐?”
한국제약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최근 이사회를 열고 비상근 회장 체제를 폐지하는 대신 외부 인사를 영입해 상근 회장 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회장에게 힘을 실어줘 정부의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 강행에 맞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회나 정부에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사를 물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협회는 2000년 6월 이전까지만 해도 제약사 대표들만이 회장을 맡았다. 그러다 당시 5선 국회의원이자 보건복지부(당시 보건사회부) 장관 출신인 김정수 회장이 취임하면서 외부 인사가 처음 회장을 맡았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2월까지 만 8년 이상 제약협회의 회장 자리를 맡아왔다.
김 장관의 정치 이력이 제약협회 운영에 도움이 됐다고 판단한 제약협회는 김 전 회장의 후임에 어준선 회장을 선임했다. 안국약품 회장인 어 전 회장 또한 국회의원 출신이다. 어 회장은 비상근 회장으로 일했다.
그러나 어 전 회장은 올 2월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정부의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 도입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진다는 이유를 내걸었다. 그 후 제약협회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제약협회는 어 회장 집행부 때처럼 비상근 회장 체제로는 지금의 사태에 적극 대응하기 어렵다고 보고 강력한 외부 인사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출신 등 정부와 ‘줄이 닿는’ 인사를 물색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거의 없으며 협회가 접촉한 인사들도 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협회 소속 제약사의 고위 임원 A 씨는 “정부가 모든 기관을 동원해 압박하는데 감히 누가 맞서겠느냐”며 “혹시 회장 직에 뜻이 있더라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지금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당분간 회장 없는 협회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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