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글로벌 암센터/삼성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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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31일 03시 00분


“인간 DNA 30억쌍 분석”… 암치료 신기원에 도전

《‘인간 DNA 30억 쌍을 분석해 맞춤형 치료시대를 열겠다.’

24일 삼성의료원(의료원장 이종철)은 삼성SDS, 미국 라이프테크놀로지사(社)와 ‘인간 유전체 시퀀싱 및 유전자 기반의 진단치료연구 글로벌 서비스 산업’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과거에는 주로 특정 유전자 혹은 특정 염기서열에 대해서만 분석을 했다. 그 때문에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앞으로 30억 쌍에 달하는 인간 유전체 분석이 가능해지면 진단과 치료 분야에서 큰 진보를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특정 암에 더 잘 걸리는 사람을 찾아내고 가족력에 따른 질병 발생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각각의 암환자마다 가장 효과적인 의약품을 찾을 수도 있다.》

3∼4주 걸리던 암관련 검사 “이젠 하루만에” 원스톱 서비스

○ DNA 검사로 10대 암 정복 ‘청신호’

보통 유전체 정보는 A, T, G, C 등 4가지의 염기서열 순서로 나타난다. 사람의 30억 쌍 DNA 가운데 99.9%는 같고 0.1%가 달라 개인별 차이가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종철 의료원장은 “대규모 DNA 데이터를 구축할 경우 유전체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리드할 수 있는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혈액암 분야에 가장 먼저 혜택을 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삼성의료원의 암연구는 2008년 1월 652병상 규모로 ‘삼성암센터’를 지으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삼성암센터는 표적항암치료 분야의 석학인 백순명 박사를 암연구소장으로 임명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백 박사는 미국 NSABP(국립유방암임상연구협회) 병리과장을 거쳤으며 ‘HER2’라는 유전자가 있는 유방암 환자일 경우 ‘아드리아마이신’이란 항암제가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 유방암 표적 항암치료제인 ‘허셉틴’은 백 박사의 연구를 기초로 개발됐다.

○ 치료와 연구, 교육을 아우르는 ‘포괄적 암치료’

삼성암센터는 2008년 5월부터 원스톱 서비스를 전격적으로 도입했다. 대장내시경처럼 깨끗이 관장을 해야 하는 일부 검사를 제외하고 위내시경, 유방초음파, 복부초음파, CT, MRI, 갑상샘초음파, 혈액검사를 하루 안에 끝내는 것이 원칙이다. 초진 검사부터 결과를 받기까지 3∼4주 걸리던 기간이 원스톱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대폭 줄어들었다. 덕분에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치료 일정을 크게 당길 수 있어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암치료를 위해 영역이 다른 진료과 간에 협진 회의도 수시로 열린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는 진료과목을 내과, 외과로 나누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암치료에 있어서만큼은 영역의 벽을 낮춰야 한다는 공감대가 크다. 삼성암센터는 위암센터, 간암센터, 대장암센터 등 암 종류별로 치료구역을 나눴다. 암센터별로 수시로 내과와 외과 교수들이 모여 협진을 본다. 예를 들어 내과 교수가 진료를 본 후 수술이 필요한 환자라고 판단되면, 진료 중이라도 협진실에 내외과 교수가 모여 치료방침을 결정한다. 당일 외과 교수가 진료를 보면 환자가 두 번씩 병원을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 환자가 병원에 와야 하는 시간과 불안감을 모두 줄일 수 있는 것.

시스템을 바꾸면서 병원을 찾는 환자수도 급증했다. 위암, 간암, 대장암 등 주요 암수술 건수는 2007년 7258건이었지만 암센터를 연 2008년 이후에는 1만2524건을 기록한 것. 특히 대장암은 788건에서 1533건으로, 위암은 968건에서 1879건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 역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07년 10만1444명에서 2008년에는 15만80명으로 4만8636명(48%)이 증가했다.

지방에 거주하는 환자나 직장인 암환자를 배려해 진료 시간대도 늦췄다. 오후 7∼10시, 방사선 치료가 가능한 야간치료를 실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최첨단 방사선기기인 토모세라피를 이용한 치료도 이 시간대에 받을 수 있다.

삼성암센터는 최근 ‘당신은 여전히 멋지고 아름답습니다’라는 책을 발간했다. 국내 최초로 암환자의 외모관리와 멋 낼 수 있는 법을 책으로 엮은 것. 항암치료로 탈모증상이 있는 환자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이들이 좀 더 자신감 있게 외출하고, 외모를 가꿀 수 있도록 그림과 사진을 많이 넣었다. 또 올해 들어 암환자들이 먹으면 좋은 음식을 가르쳐주는 쿠킹클래스도 개설했다. 환자의 치료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생활습관과 예방을 아우르는 암치료인 셈이다.

○ 아시아의 암치료 중심지가 목표


삼성암센터는 중장기적으로 아시아 암환자들이 믿고 찾는 전문병원을 지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아시아 암치료의 허브’를 목표로 내세웠다. 실제 최근 러시아, 중국, 몽골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를 위해 국가별 특화 암정밀건강검진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인종이나 국가별로 좀 더 잘 발생하는 암이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최근 러시아 통역요원을 채용한 뒤 러시아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삼성암센터 측은 “주요 호텔과 제휴를 맺어 리무진 서비스와 호텔비 할인, 대리주차 등의 고급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향후 의료관광의 중심병원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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