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장서 전기 키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9일 03시 00분


수산과학원 ‘부표형 태양광발전기’ 특허 출원
남해 굴양식장에 부표 만들어 전력 생산 시도

자료 : 국립수산과학원
자료 : 국립수산과학원
남해 바다에 봄이 찾아오면 국립수산과학원의 연구원들은 선글라스를 챙긴다. 바닷물에 반사되는 강한 햇빛은 눈부심을 넘어 시력에 손상을 줄 정도다. 연구원들은 “바다에 태양광발전소를 세워도 되겠다”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런데 이 아이디어가 현실이 됐다.

수산과학원 어장환경과 이재성 연구사팀은 “스티로폼 부표처럼 물 위를 떠다니며 전력을 생산하는 ‘부표형 태양광발전기’를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며 “특허는 이달 내 특허 범위가 정해지는 대로 등록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부표형 태양광발전기는 공 형태의 태양전지와 이를 감싸는 투명 아크릴 덮개로 이뤄졌다. 비치볼 모양의 태양전지를 만들기 위해 연구팀은 염료감응형 태양전지를 사용할 계획이다. 염료감응형 태양전지는 햇빛을 전기로 바꾸는 염료로 이뤄져 있어 물감을 바르듯 비교적 쉽게 원하는 형태의 태양광발전기를 만들 수 있다. 투명 아크릴은 태양전지가 바닷물에 부식되는 것을 방지한다.

부표형 태양광발전기를 비치볼 형태로 만든 이유는 바람이나 파도에 휩쓸리는 것을 줄이고 바다 수면에 반사된 강한 햇빛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다나 호수 위에 부표형 발전기 여러 개를 바둑판처럼 일정 간격으로 배열하면 수면에서 반사되는 햇빛도 효과적으로 전기로 바꿀 수 있다. 바다나 호수에 대형 태양광발전기를 띄우는 셈이다. 이 연구사는 “평면의 태양전지판은 햇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발전효율이 변한다”며 “바다 위에서라면 적절한 간격으로 배치한 부표형 태양광발전기의 효율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르면 올해 여름 시제품을 만들어 양식장에서 전력 생산을 시도할 계획이다. 남해에 많은 굴양식장의 부표를 태양광발전기로 바꾼다면 어민들은 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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