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첫날밤’의 일부다. 시골길에서 작가의 차를 얻어 탄 할머니는 박카스 한 병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소박하지만 정겨운 인심이 박카스로 전달됐다. 박카스는 때론 짝사랑 하는 선생님, 상사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통로로 쓰인다. 이때도 박카스는 피로회복제 이상의 상징적 역할을 한다. 일종의 ‘정(情)’으로 대변된다.
동아제약의 박카스가 탄생한지 반세기가 지났다. 1961년 첫 선을 보인 이후 박카스가 오랜 시간 꾸준히 사랑을 받는 비결은 무엇일까?
답은 국민의 희로애락을 함께 했다는 점에 있다. 긴 역사는 박카스 제품광고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매번 시대를 반영하는 광고를 통해 힘들고 지친 국민들에게 힘을 실어줬던 것. ‘힘들 땐 박카스’라는 광고 문구처럼 박카스는 민주화 운동, 새마을운동,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등 역사와 함께 하면서 평범한 소시민과 역사를 함께 했다. 박카스의 50년 역사를 알아보자.
○서민의 삶, 고되고 힘든 시절의 친구
“건설현장에서 한창 일할 때 박카스를 먹으면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었어요.”
박카스가 탄생했던 1960년대 초반, 20대 청년이었던 김동배 씨(68)가 기억 속에서 박카스를 떠올렸다. 현장 일이 고되고 힘들 때마다 박카스를 먹고 힘을 냈다는 김 씨. 김 씨는 “그래서 나에게 박카스는 유독 각별하다”고 말했다.
1963년에 출시된 현재의 드링크제 형태의 박카스 한 병의 가격은 40원으로 당시 자장면 한 그릇의 가격과 맞먹었다. 다소 비싸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 하지만 당시 박카스는 피로회복제 이상으로 인식됐다. 박카스에는 비타민 외에도 미네랄과 간장(肝腸) 기능의 회복과 촉진을 돕는 성분이 들어있어 피로 회복에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박카스는 오랜 기간 저렴한 가격을 유지해오면서 소시민의 피로회복제로서 자리매김했다. 요즘 자장면 한 그릇의 가격은 4000원으로 50년 전에 비해 100배가 뛰었다. 50년 전 60원이던 택시 기본요금은 수도권 요금(2400원)을 기준으로 비교할 때 40배가 올랐다. 하지만 2010년 박카스 한 병의 가격은 500원으로 50년 전에 비해 12배 올랐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거의 오르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는 수준이다.
○ 우리네 삶을 대변한다, 박카스 광고
박카스 광고는 주로 평범한 소시민의 이야기를 다뤄왔다. 특히 휴머니티와 리얼리즘을 강조하면서 용기와 희망을 전하는 광고로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박카스의 첫 광고 슬로건은 ‘젊음과 활력’이었다. 4·19혁명과 5·16군사정변 등으로 혼란스러웠던 1960년대에 박카스는 국민들의 활력을 돕고 다시 일어서는데 힘을 주는 광고를 선보였다.
박카스의 공익적인 광고는 1993년에 진화된 모습으로 부활했다. 총 13편으로 이어진 ‘새 한국인’ 시리즈는 1997년까지 이어지면서 평범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땀방울의 가치를 광고 메시지에 담았다. 유독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졌던 1990년대에는 쉽게 돈을 벌고 노는 풍조가 만연했다. 박카스 광고는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을 조명하면서 경제적인 계층 차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허탈감을 줄이려고 했다. 광고는 밤늦게까지 일하는 정비기사 편을 시작으로 버스종점 편, 말레이시아 건설현장 편, 환경미화원 편 등 열심히 사는 서민들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표현해 주목을 받았다. 이후에는 청년들의 건강한 정신을 담은 ‘지킬 것은 지킨다’ ‘꼭 가고 싶습니다’ 등의 슬로건으로 기성세대 뿐 아니라 젊은 층에게도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갔다.
최근 방영되는 박카스 광고 역시 21세기를 사는 바쁘고 지친 현대인의 삶을 재치 있게 보여준다.
“우리 그이 피로에는 제 뽀뽀가 약인가 봐요”라고 말하며 경쾌하게 웃는 아내 뒤로 피곤에 지쳐 퇴근한 남편이 소파에 쓰러져 자는 모습은 평범한 사람들의 진솔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다. 이어 등장하는 ‘진짜 피로회복제는 약국에 있습니다’라는 슬로건은 다른 건강음료나 드링크제품과 박카스와의 차별성을 의미한다. 약국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박카스의 특징을 살려 박카스가 효능을 인정받은 일반 의약품임을 강조하는 것.
○ 국토대장정, 봉사단, 장학사업…아름다운 나눔
기업의 사회공헌은 이제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되고 있다. 과거 기업들이 연말연시에 일회성 기부를 하는데 그쳤다면 최근에는 다양한 형태의 사회공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인다.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동아제약은 사회적 기업으로서 사회에 이바지하고 봉사하는 것이 궁극적인 기업의 목표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목표를 바탕으로 동아제약은 학술, 문화, 장학사업 등 크게 세 분야로 나눠 지속적인 사회공헌을 펼쳐왔다.
특히 1998년 IMF 한파로 지쳐있던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보여줬던 ‘제1회 국토대장정’은 그해 공중파 방송의 광복절 특집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기도 했다. 국토대장정 외에 동아제약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활동하는 박카스 봉사단의 환경정화캠페인과 사랑 나눔 밥퍼 봉사활동, 제3세계 개발도상국에 대한 의약품 지원, 장애인을 위한 전동 휠체어 지원,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치료비 지원, 장애인들을 위한 장학사업, 사회공헌을 위한 1% 기부 등 사회공헌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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