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는 컴퓨터 키보드 만한 것이 여러 가지 유용한 기능을 제공해서 리뷰로 할 이야기가 많다. 앞선 리뷰 1, 2부에서 살펴 봤듯 슬링박스는 집에 있는 TV 그대로 원격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기기다. 공중파/케이블 방송만 그리 되도 나름대로 쓸 만 할 텐데, 슬링박스는 TV와 연결되는 외부 AV기기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다. 이로써 공중파 방송은 물론 IPTV 방송 콘텐츠까지 어디서든 인터넷을 통해 시청할 수 있게 된다.
에피소드3 [지방/모텔] TV의 진화 ‘IPTV’, TV 시청의 진화 ‘슬링박스’
최근에 인터넷 전화와 IPTV를 결합상품으로 가입해 설치했다. 오토바이 배달업체 이름 같은 ‘퀵TV’ IPTV 서비스다. 퀵TV는 인터넷으로 서비스 사의 방송/영상 서버에 연결하여 데이터를 수신해 TV로 출력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셋탑박스’라는 비디오 같은 기기가 설치된다. IPTV를 처음 접해서 그런가 볼 것도 많고 사용도 간편한 게 나름대로 괜찮다. 또한 스포츠 채널이 따로 있어 야구는 물론이고 각종 스포츠 영상이 풍성하게 들어있어 스포츠 매니아로서 만족스럽다.
오늘은 부산에 출장을 가야 한다. 2박3일 여정이다. 당연히 슬링박스로 야구 중계는 빼먹지 않고 시청할 생각이다. 이 참에 퀵TV에서 제공하는 여러 가지 TV 방송을 보고 싶다. 특히 최근 방영돼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아마존’ 다큐멘터리가 그렇다. 슬링박스에는 IPTV 셋탑박스와 같은 외부 AV 기기를 제어하기 위한 신기한 도구가 하나 들어 있다. 바로 원격 리모컨 발신기(IR Remocon)다. 퀵TV는 자사 리모컨이 있어야 원하는 방송을 자유롭게 볼 수 있는데, 슬링박스의 이 리모컨 발신기를 통해 슬링플레이어로 원격에서 리모컨 사용, 방송 제어가 가능하다. 신기하지 않은가?
리모컨 발신기는 간단하게 설치할 수 있다. 발신기의 오디오잭 같은 부분을 슬링박스 뒷면 해당 단자에 꽂고 발신부를 퀵TV 셋탑박스의 리모컨 적외선 수신부 위치에 붙여 놓으면 끝이다. 이후 슬링박스 홈페이지에서 퀵TV용 리모컨 코드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간단한 설정을 거치면 된다.
물론 퀵TV의 실물 리모컨을 완벽하게 재현하진 못하지만, 주요 기능은 모두 사용할 수 있으니 사용에 큰 불편은 없다.
IPTV 퀵TV를 보려면 슬링플레이어의 ‘슬링박스’ 메뉴에서 ‘비디오 입력’ 중 ‘콤포넌트’를 선택하면 된다. 퀵TV 셋탑박스는 슬링박스와 콤포넌트 케이블로 연결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플레이어 하단의 리모컨 버튼을 눌러 나온 임시 리모컨으로 퀵TV를 집에서 하던 대로 제어할 수 있다. 공중파TV를 보고 싶으면 ‘비디오 입력’을 다시 ‘코액셜’로 선택하면 된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거 하나. 앞서 슬링박스로 공중파 TV를 시청할 경우 실제 TV와는 무관하게 방송을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콤포지트 또는 콤포넌트 등의 AV 케이블로 연결된 IPTV는 개별 시청이 불가능하다. 즉 거실에 누군가가 퀵TV를 보고 있다면 슬링플레이어로도 그대로 봐야 한다. 슬링플레이어 리모컨으로 채널을 변경하면 거실 TV도 그대로 변경되니 주의해야겠다.
한편 스마트폰이나 PDA와 같은 모바일 기기에서는 화면이 원체 작아 리모컨 조작에 어려움이 있긴 하나, 방송 시청에는 별다른 지장은 없다. 무선 인터넷(Wi-Fi)으로 연결하니 아무래도 데스크탑이나 노트북보다는 전송 속도가 늦어 화질이 그보다는 떨어지지만, 일반적인 DMB 정도의 수준은 유지했다. 하지만 자유로운 채널 선택이 가능하다는 점만큼은 DMB와 비교할 수 없다.
에피소드4 [어디서든] DMB 안 되는 스마트폰/PDA, DMB 따위에 미련 갖지 마라
요즘 들어 스마트폰이 강세다. 그 동안 사용했던 핸드폰 약정 족쇄가 풀려 얼마 전에 그 잘나간다는 스마트폰 하나로 교체했다. 경쟁 스마트폰에도 미련이 많았지만 업무를 위한 MS 아웃룩과의 완벽한 호환 때문에 윈도우 모바일 운영체계가 내장된 제품을 선택했다. 이 스마트폰은 기본적으로 DMB 수신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래 봐야 채널이 고작 10개 남짓밖에 안 된다. 평소에 예능이나 드라마는 거의 안보고 야구 중계만 보는데, 사실 중계하는 경우도 그다지 많지 않다. 이럴 땐 정말 집에 있는 TV가 절실하다.
슬링플레이어는 모바일 버전도 있어서 아이폰이나 옴니아2 등과 같은 스마트폰에서도 얼마든지 집 TV를 볼 수 있다. 특히 DMB 기능이 없는 스마트폰이라면 슬링박스의 원격시청이 더욱 의미 있다. 슬링플레이어가 설치된 노트북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스마트폰으로도 얼마든지 원격 시청이 가능하다.
방법은 노트북의 경우와 동일하다. 슬링플레이어 모바일 버전은 스마트폰 또는 PDA의 종류, 정확히는 내장 운영체계에 따라 각각 다르니 그에 맞는 버전을 설치해야 한다. 현재 슬링박스 한국 홈페이지(www.slingmedia.co.kr)에는 윈도우 모바일 운영체계용 버전만 제공되며,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은 슬링박스 글로벌 홈페이지(www.slingmedia.com)에서 다운로드받을 수 있지만 이 역시 29.99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유료 프로그램이다. 30일 체험판도 사용해 볼 수 있긴 하지만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슬링플레이어 모바일 버전을 설치한 후 실행하면, ‘슬링박스 디렉터리’에 아무것도 탐지되지 않는다. 슬링박스가 설치되어 있는 네트워크 환경, 즉 집에서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따로 설치한 슬링플레이어에서 집에 있는 슬링박스를 검색해 사용하려면 ‘파인더 ID’라는 게 필요하다. 일종의 일련번호 같은 건데, 이 번호를 토대로 자신의 슬링박스를 탐지해 어디서든 연결하는 것이다.
파인더 ID는 사전에 데스크탑이나 노트북 등에 설치된 다른 슬링플레이어 메뉴의 ‘슬링박스’, ‘등록정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반인의 두뇌라면 외우기 어려운 수치이므로 언제든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자신의 메일에 적어 보내두는 것도 좋다.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이 정식으로 출시되면, 그동안 DMB 없다고 홀대받던 아이폰으로도 당당히 TV를 시청할 수 있게 된다. 단, 29.99달러(우리 돈으로 약 4만 원)를 지불해야 한다. 당연히 이 4만 원의 가치는 사용자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흔쾌히 쾌척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닐까 싶다.
‘No Good~’ 에피소드가 좋아도 분명히 NG는 난다
그 동안 야구에만 매달려 살아서 컴퓨터나 영상기기 등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슬링박스를 혼자 힘으로 설치, 설정하기가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슬링박스에는 이들을 위한 상세한 설명서도 들어 있지 않다. 홈페이지에도 초보자가 따라 할 수 있는 수준의 정보는 거의 없다. 이것이 슬링박스가 범한 결정적인 NG다.
전원, 랜, AV 케이블 등은 그냥 꽂으면 되니 어떻게든 연결할 순 있겠지만, 그 이후의 설정 작업, 특히 원격 시청을 위한 공유기 네트워크 설정이나 IPTV 셋탑박스 리모컨 설정 등은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어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이를 위해 판매처인 ㈜엔에스텍에서 전화와 웹 사이트를 통해 기술지원을 제공하고 있지만, 뭘 알아야 제대로 물을 수 있고, 또 해법을 이해할 수 있을 테니 이 역시 결코 쉽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이와 함께 슬링플레이어의 모바일 버전은 유료라는 점도 사용자 입장에서 썩 좋지만은 않다. 2010년 5월 현재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사용자는 어림잡아도 100만이 훨씬 넘는다. 그 중 아이폰이 절반을 차지하지만 아이폰용 슬링플레이어 애플리케이션은 현재 외국 사이트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30만 원에 가까운 슬링박스 프로 본체에 4만 원짜리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야 한다는 걸 인정할 수 있는 아이폰 사용자들이 얼마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슬링박스 한국 공식 사이트의 대응 상황도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하다. 이미 슬링박스 외국 공식 사이트에는 완벽한 모습을 갖추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에 비해 한국 사이트는 정보에서나 자료에서나 부족함이 많아 보인다. 물론 슬링미디어(www.slingmedia.co.kr)와 마이슬링TV(www.mysling.tv) 양 사이트를 통해 나름대로 그 부족함을 채우고 있지만, 만족함을 느끼기까지는 시간이 제법 필요하리라 판단된다.
에필로그 - 오랜만에 접한 신기하고 유용한 AV기기
프로야구는 그래도 공중파 방송을 비롯해 DMB나 인터넷 스트리밍 중계로도 시청할 수 있지만, 독점 중계권이 걸려 있는 스포츠, 예를 들어 월드컵 축구, 유럽 축구 리그, 메이저 리그 등은 공중파 또는 케이블 방송이 아니면 생중계 시청이 거의 불가능하다. 슬링박스가 필요한 경우가 바로 이때다. 공중파보다는 다양한 스포츠를 중계하는 케이블 방송이 스포츠팬들에게는 훨씬 유용할 것이고, 이를 시청하는 데는 슬링박스 만한 게 없을 것이다. DMB가 ‘언제 어디서나 TV를 본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슬링박스는 언제든 ‘인터넷으로 집에 있는 TV채널 그대로를 본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밖에 슬링박스는 ‘슬링플레이어’ 이외에 마이슬링 홈페이지(www.mysling.tv)에서도 프로그램을 따로 설치하지 않고도 TV를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여기서는 방송 녹화도 가능하다). 이 페이지에는 자신의 슬링박스를 등록해 파인더 ID 등을 언제라도 확인할 수 있으며, 가족/친구 아이디를 추가 등록하여 자신 이외에 사용자도 슬링박스를 사용할 수 있다(단 동시 시청은 불가능하다).
슬링박스는 그동안 본 리뷰어가 접했던 다양한 전자/IT기기 가운데, 무릎을 탁 치며 그 유용함을 인정했던 몇 안 되는 기기 중 하나다. 전자기기 또는 IT기기가 존재하는 이유가 ‘사람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하기 위함’이라면 슬링박스는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제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누구에게나 그러하리라고 장담할 수 없지만, 적어도 야구/축구 중계 때문에 DMB 휴대폰을 산 사람에게는, 그리고 해외 출장이 잦아 외국에서도 우리나라 방송을 보고픈 사람에게는, 또한 DMB 채널로는 영 성에 차지 않는 TV 홀릭들에게는 25만 원 남짓의 가격이 결코 무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