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습니다. 고향의 맛 그대로입니다.” 3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외국인 환자를 위한 몽골식·아랍식 메뉴 개발 평가회가 열렸다. 현지인으로 구성된 외부평가단은 모두 19가지 메뉴를 맛 봤다. 시쉬밍 씨(몽골대사관 상무관)는 “몸이 아프면 고향 음식이 먹고 싶기 마련인데 병원에서 몽골 음식을 먹을 수 있다니 반가운 일”이라며 “고기, 국수 등 몽골인이 좋아하는 음식이 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리아 출신인 칼리드 자임 씨(무역업)는 “아랍인들은 종교 때문에 먹지 못하는 재료가 많아 음식 만들기가 까다롭다”며 “쿠스쿠스(밀전병에 고기나 채소를 싸 먹는 음식), 카프타(샐러드에 고기, 빵을 곁들인 음식)가 아랍의 맛을 그대로 살려 맛있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한국을 다녀간 외국 환자는 모두 6만210명. 2008년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외국인 환자가 늘어나다 보니 대형병원들의 식단도 세계화하고 있다. 강재일 삼성서울병원 홍보팀장은 “지난해에 33개국의 환자들이 우리 병원에 입원했다”며 “빵, 고기가 기본인 영미식 식단으로 대처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지난해 9월부터 식단 개발에 나섰다”고 말했다.
○아랍은 돼지고기, 인도는 쇠고기 안먹어
러시아 환자들이 주로 찾는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은 러시아 식단 마련에 특히 신경을 쓴다. 러시아 식단은 보통 서양식 메뉴와 비슷하지만 향신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재료 고유의 맛을 내는 게 특징이다. 야채는 드레싱 없이, 고기는 소금·후추 간만 한다. 주식인 빵 다음으로 많이 먹는 감자도 양념 없이 굽거나 삶는다. 야채에 드레싱을 뿌리는 대신 소금에 절인 야채를 내놓는다.
요리법뿐 아니라 제공되는 식사량도 다르다. 외국인이 한국인보다 일회 식사량이 많기 때문이다. 탄수화물보다 단백질 섭취량이 더 많다. 이금주 동서신의학병원 영양사는 “외국인 환자들은 음식 재료가 무엇인지 물어보고 영양 정보를 확인하는 등 식단에 신경을 많이 쓴다”며 “식품 알레르기가 있는지, 건강 상태에 맞는지 꼼꼼히 점검해 반영한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은 영미식 식단을 위주로 제공하되 환자들의 요청을 개별적으로 받아들여 식단을 구성하고 있다. 아랍 환자들에게는 돼지고기를 뺀 식단을, 인도 환자들에게는 쇠고기를 뺀 식단을 제공하는 식이다. 또한 수술 이후 치료식이 필요할 때는 별도로 영양 상담을 실시해 식단을 결정한다.
○음식문화 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다양한 종교적, 문화적 배경을 가진 환자들이 늘어나다 보니 병원마다 맞춤형으로 식단을 개발하고 있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김형미 세브란스병원 영양팀장은 “병원마다 각국의 음식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전문 영양사나 조리사가 없어 외국인 환자가 입원할 때마다 그 나라의 요리를 배워 제공하는 식이다”며 “이 때문에 소규모 병원은 적절한 식단을 제공하기 더 어렵다”고 말했다. 이지선 서울성모병원 영양사는 “현지 음식과 동일한 식재료를 이용하더라도 향료, 조리법 등 독특한 현지 음식의 맛을 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국 환자의 나라별 음식 문화에 대한 정보를 담은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렇게 되면 병원마다 제각각인 맛과 영양도 통일할 수 있다. 대한영양사협회의 ‘외국인 환자 식단 개발 연구’ 보고서는 “현재 국내 외국인 환자에 대한 영양서비스는 보조 치료법이 되기에는 열악한 상태”라며 “외국인 환자를 위한 임상영양치료와 식단의 표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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