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탈모는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체내 5-알파 환원효소와 만나, 탈모를 유발하는 DHT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세계 최초 먹는 탈모치료제인 프로페시아 이 과정을 차단한다. 탈모가 진행되는 초기, 6개월 이상 매일 복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래픽 제공 한국MSD
《‘탈모 증상을 가진 쌍둥이를 찾습니다.’ 2000년 9월 전국의 피부과에는 이색적인 포스터가 붙었다. 당시만 해도 탈모를 치료하기 위해 피부과를 찾는 것이 생소했다. 탈모치료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젊은 일란성 남성 쌍둥이 9쌍을 뽑아 한쪽은 약물치료를 하고 나머지 한쪽은 그대로 둔 뒤 비교해 보는 실험이었다. 정확히 1년 후, 치료 결과는 놀라웠다. 탈모치료약을 먹은 쌍둥이 형제가 복용하지 않은 형제보다 머리숱에서 큰 차이가 났다. 이제 탈모도 의학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 최초의 먹는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는 미국계 제약회사 머크사(한국 MSD의 미국 본사)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먹는 탈모 치료제다. 프로페시아(Propecia)라는 제품명은 ‘prolific(비옥한)’의 ‘pro’와 ‘대머리’란 뜻 ‘alopecia’의 ‘pecia’가 합쳐진 말이다. 남성형 탈모의 원인을 치료하여 머리를 풍성하게 해준다는 뜻이다.
탈모는 유전적 요인에 강하게 영향받는다. 우리 몸에서 나오는 남성호르몬인의 일종인 테스토스테론이 5알파환원요소에 의해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로 변하는데 이것이 탈모의 주요 원인이다. 테스토스테론이 변형된 DHT는 모발이 자라는 기간을 단축시킨다. 또 머리카락이 나오는 모낭 자체를 위축시키기 때문에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숱도 줄어들게 된다.
남성형 탈모 환자들은 DHT 수치가 높은 편이다. DHT 수치가 높다고 해서 모두 탈모 증상이 심한 것은 아니지만, DHT에 유전적으로 민감한 경우에 탈모가 심해진다.
제약사는 1980년대 프로페시아의 주성분인 피나스테리드를 발견했다. 그러나 당시 탈모에 대한 관심은 지금처럼 높지 못했다. 외모에 관심을 갖는 남성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수년간 임상시험을 거쳐 1990년대 후반 세상에 나왔다. 국내에서는 2000년 전문의약품으로 출시된 뒤, 10년간 먹는 탈모치료제 분야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 탈모 초기에 먹을수록 효과 좋아
세계 최초 먹는 탈모치료제인 MSD의 프로페시아. 탈모 증상이 시작되는 초기부터 복용하면 효과가 더 좋다. 프로페시아는 DHT의 농도를 현저히 낮추어 탈모를 억제한다. 임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초기 탈모 단계의 10명 중 9명은 프로페시아 치료 후 탈모가 멈췄다. 또 10명 중 6, 7명은 머리카락이 다시 나기 시작했다.
개인적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하루 한 알씩 꾸준히 복용한다면 3개월이 지났을 때 탈모가 멈추고, 6개월 이상 복용하면 머리카락이 자라나는 것을 볼 수 있다. 12개월 이상 복용한다면 외관상으로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약물치료는 모낭이 살아 있는 탈모 초기 단계에 시작할수록 효과가 있다. 효과를 보려면 6개월 이상, 매일 복용해야 하는데 최근에는 84알이 들어있는 대용량 제품도 출시됐다.
프로페시아는 1997년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인증을 받은 데 이어 유럽 안전청, 국내 식약청에서 승인을 받았다. 최근에는 일본 피부과학회가 발표한 ‘올바른 탈모 치료에 대한 지침서’에서 ‘권장 A등급’을 받기도 했다.
○ 탈모치료제 부작용은 성욕감퇴?
인터넷을 중심으로 ‘탈모치료제를 먹으면 성욕이 감퇴한다는데 사실이냐’는 질문이 많다.
실제로 임상시험 중 프로페시아를 복용한 1.8%에서 성욕감퇴 등의 증상이 있었다. 하지만 밀가루로 만든 위약(가짜약)을 탈모치료제로 알고 복용한 사람들의 1.3%에서도 동일한 증상이 발견됐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문의들은 프로페시아를 복용한 뒤 성욕감퇴와 같은 증상을 느낀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부작용에 대한 소문을 미리 듣고, 심리적으로 위축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한다. 드물지만 성욕감퇴가 나타날 때는 복용을 중단하면 증상이 사라지는 것으로 보고됐다. 투약을 중단하면 2일 안에 프로페시아 성분 99%가 몸에서 빠져나가므로, 이상 반응은 사라진다.
‘프로페시아는 전립샘 치료제를 개발하다가 우연히 만들어진 약’이라는 설도 인터넷을 중심으로 떠돌았다. 그러나 사실과 다르다. 프로페시아는 1950년대부터 탈모를 막기 위해 수십 년간 연구 끝에 개발된 제품이다. 전립샘 치료제와는 성분과 기전이 다르다. 일부 남성들은 전립샘 치료제를 먹으면 머리카락이 날 것이라고 믿고, 임의로 쪼개서 복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성기능 장애 등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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