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3D) 전용 안경을 낀 환자가 술 마시는 장면이 담긴 3D 영상을 보면서 가상현실 체험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 제공 중앙대 용산병원
3차원(3D) 영상과 함께 후각 청각을 자극하는 가상현실이 알코올의존증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덕현 중앙대 용산병원 정신과 교수팀이 최근 알코올의존증 환자 37명에게 음주에 대한 혐오감을 주는 가상현실을 체험시킨 결과, 감정이 평온할 때 나오는 뇌파인 알파파가 증가하면서 음주 욕구가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현실 치료는 음주 상황을 실제처럼 느낄 수 있는 3D스크린과 입체안경, 입체음향 시스템을 이용해 10분씩 총 세 단계로 구성했다.
첫 번째 단계는 평소와 다름없이 편안히 눈을 감은 상태에서 뇌파를 측정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시각 청각 후각 자극을 받으며 가상의 음주를 즐기는 상황을 경험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구역질을 하는 장면 등을 보며 청각 후각 미각을 반복적으로 자극받는다.
단계별로 알파파의 변화를 측정한 결과 알코올의존증 환자의 뇌는 가상 음주 시 일반인보다 알파파가 감소했다. 이어 혐오 자극에 대해선 알파파가 일반인보다 더 많이 나왔다. 즉 환자가 음주 모습을 보고 흥분했다가 혐오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음주 욕구가 줄었다는 것.
한 교수는 “가상현실 치료가 음주 욕구를 줄여 알코올의존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고소공포증, 비행공포증 치료에 적용하는 가상현실 치료가 알코올의존증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혐오 자극에 노출시켜 중독을 고치는 인지 치료는 상담 치료보다 효과는 높지만 실제로 임상에 적용하기는 힘들었다. 담배를 많이 피우거나 술을 많이 마셔 불쾌한 경험을 하는 혐오 자극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가상현실을 통해 부작용 없는 인지 치료가 가능해져 중독 치료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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