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WWDC에서 발표한 아이폰 4가 여러 의미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 한 국외 매체에서는 아이폰 4 출시 발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벌써 아이폰 5에 대한 희망 사항(?) 같은 것을 담아 ‘다음에는 이런 기능도 꼭 넣어줘!’라고 말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다가올 7월에 출시할 아이폰 4와 관련해 아이폰 3Gs 10만 분실설이 대두하는 등 그 여파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WWDC에서 스티브 잡스가 자신감에 차 발표했던 아이폰 4에 대한 내용 중 본 기자의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아이폰 4의 해상도가 960x640에 이른다는 점이었다. 모바일 기기 즉, 일반 휴대폰이나 스마트폰에서 해상도의 의미는 알게 모르게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까짓 해상도는 그냥 화면을 조금 더 크게 보거나 작게 보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꼭 그런 의미만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자, 지금부터 스마트폰의 해상도에 담겨 있는 의미에 대해서 하나씩 알아가 보도록 하자.
해상도와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의 관계
스마트폰의 해상도는 사용하는 운영체계에 의해서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하드웨어(탑재되는 부품의 성능)의 구현 능력도 조건에 들어갈 수 있지만, 기본적인 조건은 지원하는 운영체계가 그 해상도를 구현해낼 수 있느냐는 부분이 조금 더 큰 영향을 받는다.
해상도에 관해서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지금까지 나와 있는 일반 휴대폰의 해상도는 176x202, 240x296, 240x320, 320x240 등 다양하다. 모바일 게임과 같은 애플리케이션의 경우는 개발자가 각각의 해상도에 맞는 그래픽 소스를 만들어야 한다. 3D 그래픽의 경우에는 해상도에 맞춰 출력만 하면 되므로 다양한 해상도에 쉽게 적용이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애플리케이션들은 대부분의 콘텐츠가 2D로 제작되기 때문에, 하나의 콘텐츠를 여러 종류의 해상도에 맞추는 작업이 필요해진다(작은 해상도의 콘텐츠를 크게 볼 경우 화면이 흐릿하거나 깨져 보일 수 있으며, 비율이 달라질 경우에는 이미지가 찌그러질 수 있기 때문).
단순 컨버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작업량이 만만치 않다. 2D 콘텐츠를 제작하는 한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하나의 콘텐츠를 다른 해상도의 것으로 만드는 데에는 콘텐츠를 하나 새로 만드는 것의 절반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작은 해상도의 콘텐츠를 큰 해상도로 키울 때 기준, 큰 해상도의 콘텐츠를 축소하는 것은 이보다 조금 덜 걸린다). 따라서 다양한 해상도에 최적화하는 작업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측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단시간 내에 많은 애플리케이션을 생산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결국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제공받기 힘들어지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구글이 보여준 모바일 기기의 해상도란?
비단, 이 해상도 최적화 작업이 일반 휴대폰에서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스마트폰 운영체계 중 현재 떠오르는 차세대 운영체계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안드로이드 운영체계의 경우는 해상도의 제약이 없다. 제조사가 스마트폰을 만들면서 해상도를 임의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인데, 애플리케이션 개발사의 입장에서 보면 결국 이것은 일반 휴대폰의 해상도 최적화와 똑같은 현상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이며, 나아가서는 애플리케이션 개발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일종의 대책이 마련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본격적으로 스마트폰에 탑재해 알린 것은 바로 구글의 첫 스마트폰인 ‘넥서스원’이었다. 당시, 여러 스마트폰 제조사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발표한 것에 대해 환영했지만, 직접 넥서스원을 출시한다고 했을 때 반발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아무 조건 없이 괜찮은 운영체계를 제공해주는 것은 두 손을 들고 반길 일이지만, 또 다른 경쟁자가 되어 나타나는 것은 영 달갑지 않았던 것.
이런 상황을 구글이 모르는 것은 아니었을 터, 그렇다면 꼭 출시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건 혹시 의도가 아니었을까? 자사의 운영체계를 탑재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몸소 제시한 것이라고. 이는 운영체계가 아무리 성능이 좋고 개방적이라 해도 결국은 그 운영체계가 탑재되는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성능이 어느 정도 받쳐줘야 장점이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이유 때문에 넥서스원이 출시된 것이라면 그 안에 해상도의 문제도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 출시된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처음 출시된 넥서스원의 해상도 800x480을 따르고 있는 것도 그 반증이라고 볼 수 있다. 얼마 전에 다른 기사에서 ‘스마트폰이라는 기기는 하드웨어와 그 안에 탑재되는 기본적인 소프트웨어의 성능 이외에 애플리케이션이라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차지한다’는 것을 설명한 적이 있다(‘아이패드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이라는 기획특집 기사를 참고하면 좋다). 즉, 중요한 이 애플리케이션을 원활하게 제공하기 위한 하나의 조건으로 해상도에 대해 제약을 걸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암묵적으로 최소한 이 정도의 스펙은 되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이폰 4의 해상도와 아이패드의 상관관계
자, 이제 아이폰 4의 해상도 960x640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자. 아이폰 4의 해상도가 좋아져서 HD급 동영상을 촬영 및 감상할 수 있고, 편집할 수 있다는 등의 장점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애플리케이션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아이폰 4의 해상도가 960x640이라는 얘기를 듣는 순간 떠오른 것은 바로 아이패드였다. 애플은 아이패드를 출시하면서 이미 구축된 애플의 앱스토어를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 아이패드의 해상도에 최적화된 콘텐츠는 아이폰용의 콘텐츠 숫자(22만 5천개)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애플리케이션은 아이폰 해상도인 480x320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단순히 아이패드 화면으로 늘려주거나(곱하기 2, 960x640) 작은 사이즈로만 볼 수 있는 형태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제 아이폰 4가 지원하는 해상도를 아이패드와 거의 100% 호환되는 960x640으로 내놓으면서 이 해상도로 개발되고 제작되는 콘텐츠를 아이패드에서도 바로바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폰용 따로, 아이패드용 따로 제작해야 하는 번거로움 없어진 것이다(큰 해상도의 콘텐츠를 작은 해상도로 보는 것은 작은 해상도의 콘텐츠를 크게 보는 것보다 덜 이상하므로, 대부분의 애플리케이션 개발사는 아이폰 3Gs 이하의 기기를 위해 480x320 사이즈의 콘텐츠를 따로 만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 PC, 아이폰 4와 같은 스마트폰에서 애플리케이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제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다. 그 관련 생태계가 얼마나 구축되어 있느냐가 소비자의 선택을 좌지우지할 정도라는 것이 이미 입증되어 있다. 이는 애플의 앱스토어를 여러 다른 기업이 벤치마킹 하는 현실만 보아도 유추할 수 있다.
네티즌과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은 ‘스티브 잡스의 아이디어를 보면 그가 외계인처럼 느껴진다’고 할 정도로 그의 행동과 생각에 반응하고 있다. 애플이라는 기업에 열광하는 이들을 가리켜 ‘애플 신봉자’라고 표현할 정도. 과연, 이번 아이폰 4의 해상도가 앞으로 어떤 결과를 몰고 올지 주목되는 바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