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고 에어컨 앞에만 서면 바이러스 감염위험 더 높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6일 03시 00분


실내외 온도차 5도안팎 유지… 1시간 간격 환기 바람직 새벽녘 가벼운 산책 도움… 야외활동땐 물 많이 마시게


《면역력이 취약한 어린이들은 여름에 성인에 비해 감기에 잘 걸린다. 특히 무더운 날씨로 에어컨 바람을 쏘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기침, 몸살 등 감기 증세를 보이는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병원은 4∼6세 어린이 환자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한낮 무더위와 함께 찾아온 장마로 인해 일교차가 커 면역력이 약해진 데다 에어컨 등 냉방기구 사용이 늘면서 감기 등 급성 호흡기 감염 질환이 유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여름감기 바이러스가 주원인


요즘 유행하는 감기는 아데노바이러스와 사람보카바이러스, 리노바이러스가 주원인. 그 외에 복통 구토 설사 등을 동반하는 장바이러스에 의한 감기가 있을 수 있다.

신선희 한강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더위 속에 고열이 생기면 탈수가 빠르게 진행돼 아이가 힘들 수 있다”면서 “빠른 시간 내에 의사의 도움을 받아 해열제를 투여해 열성경련(열에 의한 발작)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고 말했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여름감기는 환자의 60%가 학교에 입학하기 전의 어린이들일 정도로 소아 감염률이 높다. 아이들은 ‘체내 항상성’을 유지하는 정도가 어른보다 약해 여름철 에어컨 사용 및 일교차에 의한 온도 변화 등에 대처하기가 어렵다.

감기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는 독감과 달리 감염 후 1, 2일에 걸쳐 증상이 서서히 나타난다. 예방백신이 없어 생활 속 감기 예방수칙을 통해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반면에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며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10월부터 다음 해 4월까지 유행한다. 감염 후 24시간 이내에 급격히 발병하며 일단 발병하면 고열과 함께 심한 두통, 근육통, 오한을 동반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독감은 예방백신이 있어 백신 접종을 통해 효과적인 예방이 가능하다.

에어컨을 지나치게 사용할 경우 레지오넬라균에 의한 냉방병이 감기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냉방병은 감기에 자주 걸리고 감기에 한번 걸리면 잘 낫지를 않으며 기침 콧물 목통증 등 증세가 나타난다. 냉방병은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냉방기구 사용을 중단하면 수일 내에 증상이 좋아진다. 그러나 면역 저하 환자의 경우엔 중증 폐렴을 일으킬 수 있다.

○ 날씨 변화에도 체내항상성 유지를

우리 아이들의 여름감기 예방을 위해서는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면역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체내 항상성을 유지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덥다고 습관적으로 에어컨 바람을 쏘일 경우 바이러스 감염 위험에 더욱 노출되는 결과만 낳는다. 실내와 외부의 온도 차는 5도 안팎으로 유지하고 1시간 간격으로 창문을 열어 환기시킨다. 필터 청소는 2주에 한 차례씩 해야 한다.

장시간 냉방을 계속하는 곳에서는 긴 소매 겉옷을 준비해 체온을 조절한다. 신선한 새벽이나 해가 진 후 야외로 나갈 수 있다면 아이들과 함께 30분 정도의 산책이나 운동으로 면역력을 키우는 데 힘쓰도록 한다.

‘여름감기’에 걸리는 아이가 늘었다. 땀을 많이 흘려 탈수증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미지근한 보리차를 자주 먹여야 한다. 사진 제공 한림대의료원
‘여름감기’에 걸리는 아이가 늘었다. 땀을 많이 흘려 탈수증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미지근한 보리차를 자주 먹여야 한다. 사진 제공 한림대의료원
특히 탈수의 위험이 높은 아이들은 땀으로 잃는 수분을 보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적정한 수분 섭취량은 1500cc 정도다. 야외활동 시 아이가 땀을 많이 흘린다면 매 시간 2∼4컵의 물을 섭취하도록 한다.

과일 섭취도 체내 항상성 유지에 도움이 된다. 키위, 파인애플, 오렌지, 토마토, 귤에 많이 들어있는 비타민C는 체내에서 바이러스와 맞서 싸우는 임파구, 백혈구 등의 활동력을 높여 준다.

감기 예방의 기본 수칙은 철저한 위생관리이다. 감기 바이러스들이 침방울이나 손을 통해서 옮기 때문에 손을 씻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감기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는다. 하지만 고열이 지속될 때에는 해열제로 가라앉혀야 한다. 그래도 열이 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민소매나 헐렁한 옷을 입힌 뒤 미지근한 물로 겨드랑이나 목을 닦아 준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소아감기 예방법

○외출에서 돌아오면 반드시 손발을 깨끗하게 씻도록 한다.

○사람이 많은 곳은 되도록 피한다.

○아이의 장난감과 이불을 자주 세탁한다.

○아이 주변에서 흡연하지 않도록 한다.

○아이의 놀이공간을 자주 청소해준다.

▼수영장-해외여행 갈 땐 A형간염 주의를▼

여름에 챙겨야할 어린이백신


생후 1년까지는 부모들이 열심히 예방접종을 맞힌다. 그러나 돌이 지난 후에도 일본뇌염백신, 로타바이러스 등 꼭 챙겨야 할 접종이 많다. 사진 제공 한림대의료원
생후 1년까지는 부모들이 열심히 예방접종을 맞힌다. 그러나 돌이 지난 후에도 일본뇌염백신, 로타바이러스 등 꼭 챙겨야 할 접종이 많다. 사진 제공 한림대의료원
아이들은 면역력이 약해지면 바이러스나 감염성 질환에 대해 특히 취약하다. 여름철 유행하는 전염성 질환과 예방에 도움이 되는 백신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로타바이러스는 어린이 급성설사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5세 이하의 어린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감염된다. 전염성이 상당히 강하고 수개월에 걸쳐 전염성을 유지한다. 주로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환절기에 유행하지만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산후조리원, 유아방 등에서 연중 감염 위험이 있다. 로타바이러스 예방백신은 보통 DTP, 소아마비 백신 같은 기본접종과 함께 2, 4, 6개월 3회 접종한다.

여름철 오염된 음식이나 식수 등을 통해 전파되는 A형 감염도 주의해야 한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은 수영장에 가거나 여름캠프, 해외여행을 떠날 기회가 많아 감염 위험이 높다. 예방접종은 만 1∼16세에 1회, 접종 후 6∼12개월에 2회 한다. 예방접종을 하면 90% 이상 항체가 생겨 최소 20∼30년간 안전하다.

일본뇌염모기 매개체가 발견된 지역에서 휴가를 보낼 예정이라면 일본뇌염 예방접종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일본뇌염은 일본뇌염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모기에 물리면 혈액 내로 전파되는 질환으로 특별한 치료방법이 없기 때문에 예방이 중요하다.

일본뇌염백신 접종은 생후 12∼24개월에 1, 2주 간격으로 두 차례 실시하고 1년 후 한 차례, 초등학교 1, 6학년 때를 마지막으로 해서 총 다섯 차례 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제주도를 시작으로 부산, 울산, 강원 삼척, 충남 논산과 당진, 경남 함안과 경북 대구 지역에서 일본뇌염모기가 발견됐다.

야외활동이 늘어나는 여름철에는 파상풍 예방을 위한 티디백신 접종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티디백신은 11, 12세 때 1차 접종을 한 뒤 10년마다 추가접종을 해야 한다. 파상풍은 흙 속 사람이나 동물의 분변, 가시나 낡은 못에 있는 병원균이 상처를 통해 감염돼 발생한다. 운동장에서 뛰어 놀다가 넘어져 상처가 났을 때에도 파상풍에 걸릴 수 있다. 디프테리아는 디프테리아균에 감염된 사람의 침이나 가래 등으로 전파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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