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이 경쟁력이다]열대림에 숨은 ‘살아있는 보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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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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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5배 넓이… 생물 1250종 넘어, 멸종위기종만 42종 사는 생물보고
1년전부터 캄보디아와 공동연구 2014년까지 9개국서 45만점 조사

《세계적으로 생물을 미래의 자원으로 보고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현재 무용한 것으로 보이는 생물이 미래의 자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10월 일본 나고야에서는 생물자원을 어떻게 활용하고 이익을 분배할 것인지에 대한 국제회의가 열립니다. 유엔이 정한 생물다양성의 해와 나고야 회의를 앞두고 어떻게 대비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5회에 걸쳐 짚어봅니다.》
김기경 연구사(왼쪽)가 크리 마스팔 연구원과 함께 캄보디아 토종 곤충을 채집하고 있다. 채집한 곤충은 가시개미의 일종으로 덩치가 국산종에 비해 훨씬 컸다. 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
김기경 연구사(왼쪽)가 크리 마스팔 연구원과 함께 캄보디아 토종 곤충을 채집하고 있다. 채집한 곤충은 가시개미의 일종으로 덩치가 국산종에 비해 훨씬 컸다. 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


■ 캄보디아 ‘세이마 보호림’ 탐사

“꺅!”


입술이 따끔해 만져보니 거머리다. 캄보디아 거머리는 우리나라 논에서 보던 검고 큰 종과 달리 연한 갈색에 길이가 3cm 정도로 작고 얇았다. 동행한 한국 국립생물자원관(자원관) 무척추동물연구과 김기경 연구사는 냉큼 거머리를 떼 알코올이 든 채집통에 넣었다.

기자는 지난달 31일 자원관의 캄보디아 열대우림 생물자원 탐사에 동행했다. 탐사팀은 자원관 연구사 3명과 캄보디아 연구원, 현지 가이드 등 5명으로 꾸려졌다. ‘거미리 사태’를 보다 못한 현지 가이드가 한 줄기에 잎이 3개씩 붙어 있는 식물을 꺾어와 그 즙을 장화와 옷에 문질렀다. 자원관 고등식물연구과 김민하 연구사는 “거머리를 쫓는 민간요법인 것 같다”며 “현지인의 80%가 이곳 동식물에서 의약품을 얻는 만큼 전통지식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숲의 면적만 서울의 5배, 1250종이 넘는 동식물의 서식지인 이곳 캄보디아 몬둘키리 주 세이마 보호림은 살아 있는 보물을 찾기 위한 최적의 장소다.

칼로 나뭇가지를 쳐내며 40분쯤 걸었다. 김민하 연구사는 갑자기 작은 흰색 꽃이 달린 풀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김 연구사는 “모양으로 보아 후추과 식물인데 대부분 약용으로 쓰인다”며 “이것으로 약을 개발한다면 생물의 소유권은 캄보디아에 있지만 공동연구자인 우리도 이용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이미 1700년대부터 세계 생물자원을 수집했다. 일본의 생물자원 개발기업인 ‘NGS’는 말레이시아와 생물자원 공동연구를 수행한 뒤 3500종의 유용한 균주를 분리해 자국의 생물산업을 발전시켰다.

김 연구사는 “생물종을 이용하려면 먼저 어떤 생물종이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며 “이번 탐사에서 채집한 생물을 포함해 2014년까지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9개 국가에서 45만 점의 생물자원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달 1일 새벽에는 야생동물 조사가 진행됐다. 야생동물은 사람이 활동하지 않는 새벽이나 한밤중에 움직이기 때문이다. 김기경 연구사가 갑자기 높이 40m가 넘는 고목들 사이를 가리켰다. 얼핏 새둥지처럼 보이지만 긴 줄을 늘어뜨린 요상한 물체가 보였다. 크리 마스팔 연구원은 “긴꼬리원숭이의 일종인 ‘검은정강이두크원숭이’로 국제자연보호연맹에서 지정한 멸종위기생물”이라고 설명했다. 세이마 보호림에는 42종의 멸종위기 생물이 서식한다.

크리 연구원은 “산업화를 이유로 숲을 밀어내고 농약을 사용해 생물다양성이 급감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김기경 연구사도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에 비해 생물권을 보전해야 한다는 인식이 낮다”며 “지난해 6월부터 캄보디아 산림청과 협약을 맺고 생물자원을 파악해 보전하는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동연구에는 현지에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도 포함된다. 한국팀과 함께 조사에 나선 크리 연구원은 2008년 서울대 산림과학부 이우신 교수 연구실에서 조류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김기경 연구사는 “올해 안에 캄보디아 프놈펜에 생물자원 연구 시설을 확충하고 그동안 확보한 생물자원을 공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산림청 치아 삼 앙 부청장은 “공동연구를 통해 한국은 생물자원에 대한 정보를 얻고 캄보디아는 연구 인프라를 갖추게 돼 윈윈”이라며 협력 관계를 지속해나갈 것을 희망했다.

몬둘키리=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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