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봤을 땐 작은 '아이패드'처럼 보였다. 30일 KT가 공개한 태블릿컴퓨터(키보드 없이 터치스크린을 이용해 조작하는 개인용 컴퓨터) '아이덴티티탭'의 첫인상이었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패드와는 많이 달랐다. 아이패드는 화면 크기가 9.7인치로 종이책 크기였지만 이 제품은 화면이 7인치로 어른 손바닥 정도였다. 또 카메라와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 휴대전화와 비슷한 기능도 갖췄다. 이 제품은 구글의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사용한 태블릿컴퓨터 가운데 국내에서 처음 판매되는 제품으로 국내 기업인 엔스퍼트가 만들고 KT가 판매한다.
● '애플 대 구글' 태블릿으로 이어지나
아이덴티티탭은 국내 태블릿컴퓨터 시장의 본격 경쟁을 알리는 첫 신호탄이다. 당장 삼성전자가 다음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가전쇼 'IFA 2010'에서 '갤럭시탭'이라는 안드로이드 태블릿컴퓨터를 내놓고 LG전자도 4분기(10~12월)에 "아이패드보다 뛰어난 태블릿컴퓨터를 내놓겠다"고 호언장담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HP, 에이서, 델 등 세계적인 컴퓨터 제조업체들이 태블릿컴퓨터를 최근 선보였거나 곧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말 국내에서 아이폰 열풍이 불자 삼성전자를 비롯한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구글과 손잡고 안드로이드폰을 내놓았다. 그래서 태블릿컴퓨터 시장에서도 이런 안드로이드 열풍이 이어질지가 관심사다.
국내에선 일단 통신사들이 보급에 적극적인 게 특징이다. KT는 무선인터넷서비스인 '와이브로'에 월 2만7000원 요금제로 2년 약정 가입하면 아이덴티티탭의 기계값을 받지 않는다. 약정을 하지 않으면 기계값은 43만 원이다. SK텔레콤도 다음달 삼성전자의 갤럭시탭을 판매할 예정인데 비슷한 형태의 약정을 하면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LG U+(유플러스)도 LG전자의 태블릿컴퓨터를 판매할 예정이다.
● 안드로이드 태블릿컴퓨터의 문제
하지만 이날 선보인 '아이덴티티탭'을 비롯한 안드로이드폰은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화면이었다. 아이패드는 9.7인치 크기로 실제 단행본 종이 크기의 화면을 보여준다. 처음 발매됐을 때도 크고 선명한 화면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반면 안드로이드 태블릿컴퓨터는 대부분 포켓북 크기(5~7인치)의 화면을 사용한다. 아이덴티티탭과 갤럭시탭은 7인치고 델의 '스트리크'라는 태블릿컴퓨터는 5인치다.
아이패드는 LG디스플레이가 만드는 'IPS'라는 방식의 액정표시장치(LCD)를 쓰는데 IPS LCD는 여러 각도에서 봐도 화질에 큰 차이가 없고 색상이 선명하고 또렷하다. 특히 터치스크린에 사용할 경우 화면 위에서 손가락을 움직일 때 압력에 따른 화면 변화가 거의 없다. 다른 회사들도 이 LCD를 쓰고 싶어 하지만 LG디스플레이는 IPS LCD를 아이패드용으로만 공급하기도 바쁠 정도다. 경쟁 제품은 사실상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가 만드는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화면이 유일하다.
하지만 SMD 관계자는 "7인치보다 큰 화면을 만들려면 대량생산 설비가 필요한데 차세대 AMOLED 생산라인이 완공돼야 경제성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며 "양산설비는 내년에나 완공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스마트폰을 위해 만든 안드로이드 OS를 그대로 태블릿컴퓨터에 사용한 것도 문제다. 화면의 해상도(선명도)는 안드로이드의 경우 800×480 수준인데 아이패드의 iOS는 1024×768이라 같은 크기라면 아이패드가 더 선명하다.
이날 간담회에서 KT 김성철 상무는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하이엔드(고성능) 제품 사용자를 겨냥했다면 아이덴티티탭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함께 로엔드(보급형) 제품 사용자를 위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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