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같은 국립대학이 이익을 좇아 법인화된다면 과학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연구 역량을 강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앨리스 황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회장은 16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서울대 법인화와 관련해 “한국에서 생명공학기술과 정보기술 등 과학기술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연구 활동을 존중하는 전통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영리화를 목적으로 대학을 법인화하면 ‘돈 안 되는’ 연구는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다.
중국계 미국인인 황 회장은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과학학술지 ‘사이언스’ 17일자에 실리는 ‘아시아에서 과학적 명성을 얻으려면(Achieving Scientific Eminence within Asia)’이라는 기고문에서 “기초연구를 확대하고, 대학 간 공동 연구를 추진하며 암기 위주의 교육 방식을 탈피해야 아시아의 과학기술이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황 회장은 “한국은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교육과 연구에 투자를 많이 하는 편”이라면서도 “외국 대학과의 공동 연구가 활성화돼야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 73개 민족의 염색체를 분석해 각 민족의 이동 경로를 살핀 인간게놈연구회(HUGO) 아시아지역 컨소시엄을 좋은 사례로 꼽았다. 이 컨소시엄에는 서울대, 중국 베이징대, 일본 도쿄대 등 아시아 40개 연구기관이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가 지난해 12월 사이언스에 소개됐다.
황 회장은 한국에서 혁신적인 연구 결과가 나오려면 크게 두 가지를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선 고위 관료가 만드는 하향식 과학정책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성이 떨어지고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황 회장은 “원로 과학자의 경험을 존중하는 등 과학계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돼야 하며 지나치게 성과 위주로 평가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공계 기피 현상은 미국 등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연구 활동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 마련과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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