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용“장기적 기초과학 연구가 강한 국방력의 원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일 03시 00분


물리학-수학 바탕 핵무기-ICBM 가능, 軍-과학 협력 지속할 시스템 만들어야

■ 천안함 합조단장 지낸 윤덕용 교수

윤덕용 KAIST 명예교수는 “천안함 사건 조사를 바탕으로 군과 과학계가 전략적으로 합심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윤덕용 KAIST 명예교수는 “천안함 사건 조사를 바탕으로 군과 과학계가 전략적으로 합심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정부와 언론이) 기초과학 원리를 친절하게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천안함 최종보고서가 나온 뒤에도 의문이 계속 제기되는 것입니다.”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장을 지낸 윤덕용 KAIST 명예교수(포스텍 대학자문위원회 위원장)는 28일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군과 과학계가 힘을 모은 합조단’과 ‘기초과학으로 신무기를 개발한 미국 맨해튼 프로젝트’를 비교하며 이같이 말했다. 윤 교수는 아직도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과학 교과서에 나오는 원리를 들면서 운을 뗐다.

“어뢰에 있는 잉크가 사라지지 않은 것은 폭발할 때 고온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열역학 제1법칙으로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폭발에 의해 공기방울이 팽창하면 내부의 온도는 오히려 떨어집니다.”

윤 교수는 천안함 사건을 바라볼 때 기초적인 과학 원리를 이해하고 있으면 의문의 많은 부분이 풀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천안함 사고 조사 이외에도 기초과학이 국방과 관련해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이나 차량용 내비게이션에 도입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군용으로 먼저 개발된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하지만 GPS를 제대로 운용하려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필수였다는 점을 아는 이는 드물다.

“기초과학이 국운을 좌우하기도 합니다. 핵무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려면 물리학이나 수학이 발달해야 가능하기 때문이죠.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은 이를 깨닫고 원자폭탄을 개발하기 위해 훌륭한 수학자와 물리학자 수천 명을 한데 모은 맨해튼 프로젝트를 가동했습니다. 독일이나 일본이 먼저 개발했으면 역사가 바뀌었을 겁니다.”

윤 교수는 “이 프로젝트가 끝난 이후에 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며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등 기초연구소의 설립 과정을 언급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미국은 맨해튼 프로젝트를 모델로 삼아 1950년 NSF를 설립하고 기초과학을 집중적으로 지원했다. NSF 지원을 받은 과학자 중 170여 명이 노벨상을 받았다. NSF가 기초과학에 지원한 연구비는 올해만 69억 달러(약 8조 원)다. 윤 교수는 “NSF와 별도로 미군에서도 기초과학 육성을 위해 올해 19억 달러(약 2조2000억 원)를 투자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강한 국방력을 갖추려면 군이 장기적 안목으로 기초연구를 연구소나 대학에 맡겨 발전시켜야 합니다. 군과 과학계가 합심한 천안함 사건 조사를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겠죠.”

윤 교수는 우선 우리가 경쟁력을 갖춘 전자, 조선 등의 분야가 국방에 먼저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국내 국방 과학기술은 아직 국산화를 하는 정도지만 관심을 갖고 전략적으로 육성한다면 신무기에서 앞서갈 수도 있다”며 “기초과학 발전이 국력과 연관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과 국방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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