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이온가속기의 기초 설계도. 희귀 동위원소를 생산할 원형가속기(가운데)와 선형가속기를 비롯해 연구시험동, 조립동, 사무동 등 부대시설로 이뤄진다. 사진 제공 중이온가속기 개념설계과제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핵심 연구 시설인 중이온가속기(KoRIA)의 형태가 처음 공개됐다. 중이온가속기 개념설계 총괄책임자인 홍승우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29일 열린 중이온가속기 국제기술자문위원회에서 “지름 10m의 원형가속기(사이클로트론)와 길이 200m의 선형가속기가 결합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6개월 동안 중이온가속기 개념설계를 진행해온 국내 산학연 연구자 200명의 연구 결과를 모은 것이다.
홍 교수는 “원형가속기에서 생성된 희귀한 동위원소를 선형가속기에서 다시 한 번 충돌시켜 더욱 희귀한 동위원소를 얻을 수 있다”면서 “전 세계 중이온가속기 중 한국만 가진 유일한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원형가속기와 선형가속기를 각각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두 가속기를 마치 하나의 가속기처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2+1’ 형태라는 것이다.
국제기술자문위원장인 제리 놀런 미국 아곤국립연구소 석좌연구원(사진)은 “유럽연합이 계획하고 있는 중이온가속기(EURISOL)도 이와 비슷한 형태지만 아직 시작도 못했다”며 “전 세계 우수한 가속기 연구자가 한국에 모여들게 할 수 있는 매력적이고 획기적인 가속기”라고 평가했다.
중이온가속기의 활용 방안도 윤곽이 잡혔다. △우라늄을 사용하지 않고 방사능폐기물도 나오지 않는 차세대 원자로 개발을 위한 핵입자 연구 △신소재 개발 △단백질 연구 △별 안에서 일어나는 핵반응 재현 등 물리학, 생물학, 천문학 등에 두루 사용된다. 중이온가속기는 11월경 개념설계를 완료하고 내년부터 실제 가속기 제작을 위한 상세설계에 들어간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중이온가속기 건설 사업이 중단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해 2월 국회에 상정된 뒤 1년 8개월째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의 한 관계자는 “연구자들이 중이온가속기로 논문을 쓸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 관련 연구에 100% 주력하지 못한다”며 “이 때문에 연구나 인력 운영 효율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부족한 시간과 예산도 걸림돌이다. 적어도 3년 이상 걸리는 개념설계와 상세설계를 한국은 2년 안에 ‘속성’으로 끝내야 한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은 내년 예산으로 100억 원을 확보했지만 이는 중이온가속기 상세설계 비용으로 쓰기에도 충분하지 않다. 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 편경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추진지원단장은 “12월에는 과학벨트 특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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