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전자장비, 낙뢰-먼지가 최강의 적?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일 03시 00분


자연재해 막는 방호기술 속속개발

전자장비는 낙뢰나 비에 약하다. 전쟁 상황이라면 비구름이 몰려온다고 레이더나 통신설비를 끌 수 없다. 이를 막을 수 있는 방호기술도 점점 발전하고 있다. 사진 제공 파나소닉·동아일보 자료 사진
전자장비는 낙뢰나 비에 약하다. 전쟁 상황이라면 비구름이 몰려온다고 레이더나 통신설비를 끌 수 없다. 이를 막을 수 있는 방호기술도 점점 발전하고 있다. 사진 제공 파나소닉·동아일보 자료 사진
《적 부대의 상공을 날던 무인 정찰기가 위치와 규모 정보를 기지로 보낸다. 레이더는 하늘을 감시하며 혹시 모를 적의 공습에 대비한다. 인공위성은 멀리 있는 적 부대의 이동 정보를 전송한다. 전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첨단 시스템 덕분에 100번 싸워도 절대 지지 않을 듯하다. 그때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지더니 멀리 천둥소리도 들린다. 비구름이 천둥번개를 동반하고 몰려오고 있다. 한 장교의 외침이 들린다. “레이더랑 통신장비 다 꺼라. 고장 나겠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실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첨단 전자장비로 무장할수록 적보다 강해질지 몰라도 자연재해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 전자장비가 물에 젖거나 낙뢰를 맞으면 모든 시스템이 불통될 수도 있다. 그래서 첨단 장비를 보호하기 위한 ‘방호 기술’도 함께 발전하고 있다.

○ 외부 전압만큼 내부 전압 올려 낙뢰 회피

전자장비에 가장 치명적인 적은 낙뢰다. 금속으로 이뤄진 통신용 안테나나 레이더는 낙뢰를 끌어당기는 특성이 있다. 전자장비가 낙뢰를 맞으면 내부 회로가 전부 타버리거나 심하면 물리적 손상을 받는다. 이를 막기 위해 피뢰침을 안테나나 레이더보다 더 높이 세우는 방법이 있지만 물리적 손상만 막을 뿐 회로가 타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보호장치 없으면 낙뢰 한방에 ‘먹통’될 수도

피뢰침은 낙뢰가 다른 데 떨어지지 않도록 끌어당겨 땅으로 전류를 흘려보내는 설비다. 문제는 전기가 땅으로 흘러들어가며 주변의 전압을 크게 요동치게 한다는 점이다. 전압의 차(전위차)가 클수록 짧은 시간에 큰 전류가 흐르게 된다. 110V에 맞춰진 전자제품을 변압기 없이 220V에 꽂으면 회로가 타듯이 군용 전자장비도 낙뢰 한 방에 ‘먹통’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동이 가능하며 설치와 해체가 간편한 낙뢰방호 장비를 사용한다. 차에 장착해 싣고 다닐 수 있는 이 장비는 전자회로와 주변의 전압을 지켜보다 갑자기 외부의 전압이 높아지면 순간적으로 전자회로 전체의 전압을 똑같이 올려준다. 외부와 전압 차가 나지 않기 때문에 전류가 흘러들어올 일이 없다. 회로 전체의 전압이 올라가기 때문에 내부에서도 이상 전류의 흐름이 발생하지 않는다. 군용 장비업체 그라운드의 우성철 기술이사는 “피뢰침은 물리적 피해를 막고 낙뢰방호 장비는 전자제품 손상을 막기 때문에 둘을 같이 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 첨단 장비 운용은 방수-방진 군용 노트북 이용

금속재질로 이뤄진 레이더나 통신장비는 종종 낙뢰를 끌어당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금속재질로 이뤄진 레이더나 통신장비는 종종 낙뢰를 끌어당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군용 장비의 기능이 다양하고 복잡해질수록 이를 쉽게 다루기 위해 노트북컴퓨터가 사용된다. 하지만 비가 오거나 모래바람이 부는 야지(野地)에서 일반 노트북컴퓨터를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전시에는 군용 노트북컴퓨터가 사용된다.

내부전압 조절로 전류의 이상흐름 막아 특수실리콘 재질 사용 물-먼지 침투 방지

군용 노트북컴퓨터는 방수와 방진은 물론이고 충격에도 어느 정도 견디도록 설계됐다. 물이나 먼지가 들어갈 수 있는 틈새는 특수 실리콘으로 전부 막았다. 본체나 전자회로가 충격으로 손상되지 않도록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강화 플라스틱이 외부를 감싼다. 전쟁터에서 필요한 기능도 포함됐다. 중요한 정보가 보관된 하드디스크는 본체가 파손돼도 쉽게 빼서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제거할 수 있다. 카메라는 사용자를 찍을 일이 거의 없으므로 들고 다니며 쉽게 촬영할 수 있도록 모니터 뒤나 컴퓨터 바닥에 달려 있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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