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당신은 어떤 의사를 선택하겠습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4일 03시 00분


무흉터성형, 입안 절개 사각턱 축소술 등 다양한 수술법 개발해 국내 미용성형 분야 선도한 김수신 원장을 만나다

《 수술을 받아야 하는 당신, 수술을 집도할 의사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①20년 이상 경력의 베테랑 의사 ②최근 신의료기술을 개발한 5년 경력의 의사 ③광고에서 많이 봤던 의사 ④파격적으로 저렴한 수술비를 제시하는 의사

아마도 ①을 선택하는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다. 수술 경험이 많은 의사가 수술 실력이 좋을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그러나 미용성형 분야에서는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미용성형 분야의 의사는 경력이 20년을 넘어서면 최신 성형 트렌드나 새롭게 개발된 시술법에 다소 둔감할 수 있다고 오해하기 때문. 하지만 성형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정반대다. 미국에서 성형외과 의사는 경력이 20년 이상 되어야 베테랑 의사로 인정을 받는다고 한다. 미국성형외과협회(ASPS)는 환자들에게 성형외과 의사를 선택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경력과 경험’을 강조한다고 알려져 있다. 》
레알성형외과의 김수신 원장은 점심을 거를 때가 많다. 벌써 30년째다. 수술을 앞두고 긴장감을 놓지 않기 위해서다. 배가 부르면 몸이 노곤해질 수도 있다.

“약간의 긴장감은 오히려 집중력을 높여 수술에 도움이 되죠.”

간단한 쌍꺼풀 수술에 너무 예민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모든 수술에는 경중(輕重)이 없다”는 단호한 대답이 돌아온다.

김 원장에게 ‘대충대충’은 없다. 특히 환자 진료에 있어서만큼은 한 치의 느슨함도 허락하지 않는다. 간호사의 작은 실수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병원에 들어서면 휴대전화를 끄는 것도 ‘병원에서는 오로지 환자에게 충실해야 한다’는 철학 때문이다.

김 원장은 재건성형 분야 경력 11년, 미용성형 분야 경력 19년 등 총 30년 경력의 베테랑 의사다. 오랜 경력으로 차근차근 쌓인 실력과 자기철학에 충실한 빈틈없는 성격,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은 그를 재건성형에 이어 미용성형에서도 권위자 자리에 올려놓았다.

○ 재건성형 분야의 ‘신의 손’에서 미용성형에 도전

성형외과 분야는 수술 목적에 따라 크게 재건성형과 미용성형으로 나뉜다. 재건성형은 선천성 기형, 사지절단, 화상 등 신체의 변형을 기능적으로 복원하는 수술을 말한다. 한편 미용성형은 신체 구조를 더욱 아름답게 해 자신의 외모에 자신감을 높여주는 수술이다.

19년 전, 김 원장은 미세접합수술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었다. 수술용 미세현미경을 이용해 절단된 뼈와 힘줄, 혈관은 물론 신경을 하나씩 이어 붙이는 미세접합수술은 고도의 집중력과 섬세함, 1mm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정확한 수술 테크닉을 필요로 한다. 김 원장은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절단된 손가락을 붙이는 데 탁월한 실력을 발휘했다. 당시 그가 ‘신의 손’이라는 별칭을 갖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세계 최초로 절단된 지 48시간이 지난 손가락을 접합시킨 주인공도 바로 김 원장이다. 10개의 손가락이 모두 잘린 환자의 손을 26시간에 걸친 대수술 끝에 모두 접합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 사례는 영국성형외과학술지에 발표돼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김 원장은 재건성형 분야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던 1991년 돌연 미용성형으로 분야를 전향했다. 더 많은 수술의 기회를 후배 의사들에게 물려주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다는 그의 의지 때문이었다.

그는 다양한 재건성형수술 경험을 바탕으로 1986년 입안 절개를 통해 외부 흉터 없이 사각턱의 뼈를 절제하는 사각턱 축소술을 개발해 대한성형외과학회지에 발표함으로써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미국성형외과학회지에 광대뼈 축소술에 대한 논문을 발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성형외과 의사 인생 30년, 아직도 수술이 즐겁다

지금도 국내외 성형외과 학회에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는 김 원장. 국내는 물론 국제무대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이지만, 후배의사들과 연구결과를 나누기 위한 목적도 있다. 그동안 다양한 학회에 발표한 논문은 50여 편에 이른다.

김 원장은 “복잡하고 정교한 과정의 수술일수록 많은 경험과 숙달된 실력이 필요하다”면서 “새로운 시술법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항상 연구하고 노력하는 의사만이 환자에게 더욱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조건 환자가 원하는 수술이 아닌 환자에게 알맞은 수술을 권하는 것도 의사의 역할”이라고 설명하면서 “무리한 수술이 환자를 망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환자의 요구에 응하는 등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순간 의사로서의 가치는 사라진다”고 잘라 말했다.

김 원장의 하루는 병원에서 시작해 병원에서 끝난다. 오전, 병원에 도착하고 나면 잠시도 쉴 틈이 없다. 보통 그는 하루 종일 수술을 한다. 인터뷰 중에도 파란색 수술복 차림이었다. 그만큼 김 원장을 찾는 환자가 많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틈틈이 시간을 내 조깅과 근력운동을 하는 이유는 장시간의 수술에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말하는 김 원장. 의사로서 외길 인생 30년, 하지만 그는 “아직도 수술이 즐겁다”고 말한다.

박은정 기자 ejpark@donga.com

※ 본 지면의 기사는 의료전문 류경재 변호사의 감수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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