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일 태풍“곤파스” 상륙시간 헛짚어 출근대란…추석연휴엔 최고 60m온다던 비, 250m물폭탄
《“기상청 해명이 사실인가요?” 최근 기상청을 담당하는 기자가 자주 듣는 질문이다. 기상청의 예보 능력에 대한 논쟁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달 21일 서울 등 수도권에 기상청이 예보한 강수량(20∼60mm)을 훨씬 웃도는 250mm의 폭우가 쏟아졌다. 지난달 2일에는 7호 태풍 ‘곤파스’의 한반도 통과시간을 헛짚어 출근대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급기야 청와대 내부에서 ‘기상청 무능론’이 제기돼 국무총리실이 감사에 나섰다. 반면 기상청의 상급단체인 환경부 이만의 장관은 “정확히 예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기상청을 두둔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오보가 날 때마다 ‘100년 만의 기상이변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기상청 답변이 적절한 해명인지, 변명은 아닌지 궁금하다”는 댓글을 올리고 있다. 동아일보는 5일 케이웨더, 웨더아이, 비온시스템, 지비엠아이엔씨, 첨성대 등 국내 주요 민간 예보전문회사의 예보관들에게 기상청에 대한 진단을 받았다.》 ■ 민간예보전문회사 예보관들의 기상청 진단
○ 진단 1―지나친 슈퍼컴퓨터 의존
동아일보와 인터뷰한 민간 예보관들은 대부분 “기상청이라고 이례적인 기상현상을 정확히 예보하긴 어렵다. 기상청 해명이 거짓말은 아니다”라고 밝히면서도 “기상청이 말로는 ‘기상이변 시대가 도래했다’고 강조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예보행태는 과거 방식을 고집하는 점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예보경력 22년의 케이웨더 반기성 예보센터장은 “기상청이 슈퍼컴퓨터에 지나치게 의존한다”고 지적했다. 인공위성, 기상레이더 등에서 관측된 기상데이터는 슈퍼컴퓨터에 입력된다. 슈퍼컴퓨터는 각종 방정식을 통해 예상되는 기온, 강수량 등을 계산해낸다. 예보관은 계산결과를 판독해 일기예보를 결정한다. 문제는 슈퍼컴퓨터가 평상시에는 비교적 정확히 계산하지만 정작 피해가 큰 폭설, 폭우 등 돌발 상황에는 취약하다는 점이다. 아무리 우수한 컴퓨터라도 복잡다단한 자연현상을 방정식으로 전환해 숫자로 풀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슈퍼컴은 신이 아니다-폭설-폭우 등 돌발상황 취약,한국형 ‘수치 모델’ 개발 시급
이때 필요한 것이 ‘인간’ 예보관의 경험과 예측능력이다. 반기성 예보센터장은 “말 그대로 기상 ‘이변’인데도 기상청 예보관들이 단순히 과거사례 등을 토대로 예보를 하다 보니 달라진 기후환경에 대비가 안 되는 것”이라며 “예보관 스스로 직관력과 예측력, 기상이변에 대한 연구내공 등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발생시 대응 부족-2년새 특보 194건 발표 안해,신속한 대처 능력 키워야
소프트웨어에 해당되는 ‘수치예보모델’ 개발도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수치예보모델이란 각종 기상요소의 시간 변화와 날씨 현상을 물리방정식으로 표현해 모델화한 수식을 말한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수치예보모델은 영국 모델이다. 한국 지형에 맞는 독자 모델이 없다.
○ 진단 2―예측불가 기상상황에 우왕좌왕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만큼 예보, 즉 포캐스팅(forecasting) 못지않게 ‘현재 상황’을 뜻하는 나우캐스팅(nowcasting)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웨더아이 박경원 예보관이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달 21일 집중폭우 상황을 조사한 결과 기상청은 이날 낮 12시 40분 서울을 제외한 경기, 김포 인천에 호우특보를 내렸다. 하지만 특보 발령 당시 서울지역에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또 강한 비바람이 동진하고 있어 서울지역도 특보에 포함하는 것이 당연한 상황이었다. 기상청은 오후 1시 20분에야 서울지역에도 호우특보를 내렸다. 2008년부터 2010년 8월까지 폭우 등 기상상황이 특보 기준에 도달했는데도 특보를 발표하지 않은 사례가 194건이나 됐다. 박 예보관은 “기상청은 기상이변 대응능력부터 향상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날씨정보 독점 개선을-기상청-민간업체 경쟁 유도 ‘날씨시장’ 활성화시켜야
○ 진단 3―예보정보 유통 개선과 인력 충원
날씨정보의 생산과 유통이 기상청으로 단일화된 점도 문제다. 지난해 12월 기상산업진흥법이 개정돼 민간 기상사업자들도 일반인에게 기상예보를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각종 법적 제한이 많아 제대로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온 국민이 기상청 예보관의 판단에만 의존하고 있다. 비온시스템 나성준 예보관은 “민간과 기상청이 경쟁하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비엠아이엔씨 김민선 예보관은 “부족한 실무 인력은 늘리지 않고 머리 격인 외국인 전문가(케네스 크로퍼드 기상청 기상선진화단장)를 데려왔다”며 실무예보 인력 보완을 지적했다.
댓글 0